[이즈미]

그럼, 지금부터 겨울조 창단 공연 내용에 대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각본담당 츠즈루 군하고 의상담당 유키 군도 참가할거예요.


[츠즈루]

잘 부탁함다.


[유키]

잘 부탁해.


[이즈미]

천사가 테마니까, 어떻게 천사를 표현할까 하는 문제가 있는데…….


[호마레]

말 할 것도 없이 각본도 의상도 아름답고, 고상하고, 장엄하고 예술적이게 해야겠지.


[이즈미]

확실히 천사라고 들었을 때 떠오르는 건 그런 거겠죠.


[타스쿠]

GOD 극단이 가장 잘 하는 방향성이야. 같은 방향성으로는 GOD 극단에 이길 수 없어.


[유키]

이쪽이 레벨이 낮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타스쿠]

쓸 수 있는 예산의 규모가 다르다는 의미야. 지나치게 화려한 연출,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 객연으로 유명인을 고용하는 상대와 똑같은 방향성으로는 너무 불리해.


[츠무기]

하지만 화려하면 다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관객이 좋다고 한다면 그걸로 된 거고.


[타스쿠]

연속으로 보고 비교하면 당연히 더 못해 보일거야.


[츠무기]

그렇다고 천사와 동떨어진 방향성으로 가면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게 돼.


[타스쿠]

동떨어진 방향성으로 하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


[이즈미]

(또 싸우거나 하진 않겠지……?)


[츠무기]

그럼 어떡하게?


[타스쿠]

천사에서 이미지 되는 걸 있는 걸 더 부풀리는 거야. 그 다음에 GOD 극단과는 다른 천사 상을 만드는 거지.


[츠무기]

천사에서 이미지 되는 거라…….


[아즈마]

신성함이나 청아함 같은 거?


[츠무기]

천사가 나오는 영화는 비극도 많지.


[타스쿠]

괜찮지 않아? 섬세한 연기로 GOD 극단과 차별화 하고 싶어.


[츠무기]

평가하는 관객들 중에는 분명 GOD 극단의 팬도 많을 테니까, 박력 있고 당당한 타스쿠의 연기를 살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타스쿠]

GOD 극단의 감성을 끌고 오는 건 사양이야.


[츠무기]

표를 모으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 같은 건 관계없어.


[타스쿠]

남 일이라고…….


[이즈미]

(둘 다 이런 말다툼에는 익숙한 걸까? 말투는 나름 과격하지만 이론적으로 대화하고 있어)


[츠즈루]

겨울조 멤버에 맞춰 쓰면 어른스럽고 차분한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


[아즈마]

그럼 섬세한 연기 쪽이 맞을 것 같네.


[츠무기]

확실히 그러네요.


[호마레]

흐음…… 의상도 각본 분위기에 맞춰 얌전한 게 좋을 것 같군.


[타스쿠]

그렇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임팩트를 남겼으면 좋겠어.


[유키]

……해볼게.


[이즈미]

그럼 창단공연은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비극으로, 섬세한 연기를 하는 방향성으로 괜찮아?


[츠무기]

네.


[히소카]

……괜찮아.


[호마레]

나도 그거면 돼.


[타스쿠]

그걸로 가자.


[츠무기]

기뻐 보이네, 타스쿠.


[이즈미]

네?

(표정은 전혀 안변한 것 같은데……)


[타스쿠]

뭐 그렇지. 오랜만에 다른 분위기의 무대에 나가는 게 기대돼. GOD 극단에서는 반짝반짝한 무대에서 상큼한 왕자님 역만 했었으니까.


[호마레]

인기극단의 톱에게도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법이군.


[타스쿠]

프로로서는 요구되는 것에 응할 수밖에 없지만.


[호마레]

자신이 좋을 대로 표현하지 못하다니, 내게는 도저히 불가능해.


[츠즈루]

하지만 뭐 저도 꽤 기대됨다. 지금까지 비극은 해본 적 없었으니 빨리 쓰고 싶어요.


[이즈미]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는 전부 희극이었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무대가 될 거 같아서 나도 기대돼)


-


[츠무기]

감독님, 다음 주 연습은 어떡할까요?


[이즈미]

각본이 완성될 때 까지는 팬터마임을 넣어볼까 생각중인데.


[타스쿠]

방향성이 섬세한 연기니까 괜찮겠군.


[츠무기]

알겠어요.


[아즈마]

팬터마임은 거리의 광대 같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그거?


[호마레]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는 건가?


[츠무기]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지만, 동작에 따른 표현력을 갈고닦으면 연기에 설득력이 올라가요.


[호마레]

흐응, 그렇군.


[츠즈루]

…….


[이즈미]

어라? 츠즈루 군?


[츠즈루]

――다, 됐어.


[히소카]

……쓰러졌어.


[츠무기]

괜찮아?


[이즈미]

또 안자고 각본 썼지!? 제대로 자라니까!


[츠즈루]

……옙.


[이즈미]

우선 소파에서 쉬어.


[츠즈루]

……네.


[아즈마]

이거, 겨울조 공연 각본?


[타스쿠]

그런 것 같군.


[이즈미]

읽어도 돼?


[츠즈루]

예.


[이즈미]

……. ………….

(이거…… 정말 츠즈루 군이 쓴 거야?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와 분위기가 달라. 무척 구슬프고 뭉클해……)


[츠무기]

……좋은 내용이야. 어서 무대에 위에서 말하고 싶은 대사가 잔뜩 있어.


[호마레]

실로 아름다워…….


[아즈마]

응. 비련이기에 더욱 신성하고 퓨어해.


[타스쿠]

그런데 이 장면 대사 표현은 고치는 게 좋겠어.


[츠즈루]

……어디요?


[타스쿠]

여기. 더 짧게 하는 게 좋을 거야.


[츠즈루]

……한 번 더 조정할게요.


[타스쿠]

츠무기, 일단 둘이서 맞춰보자.


[츠무기]

아, 응――.


[호마레]

즉시 연습이라. 스토익하달까 쿨하군.


[츠즈루]

비극은 처음이라, 어떨까요. 좀 부족할지도…….


[츠무기]

괜찮아. 타스쿠, 빨리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것 같으니까.


[이즈미]

방금 그게 그런 반응이었어요!?


[아즈마]

알기 힘드네. 아니, 전혀 알 수 없겠어.


[히소카]

……무표정.


[아즈마]

히소카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끝인걸.


[이즈미]

아하하, 그러게요.

그럼 다들, 내일부터는 대본리딩 할 거니까 꼭 읽고 머리에 넣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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