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다 모였지?
쥬자 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줄래?

[쥬자]
……조명 아래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어. 아마도 원인은 저번 막공에서 한 실수 탓일 거야.
아무리 해도 그 순간이 떠올라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무서워졌어.
막공 커튼콜 때도 혼자서 무대에 나가는 게 무섭다는 감각은 있었어. 그때는 다리가 떨렸을 뿐이고 다른 배우 선배들 덕분에 괜찮았지만, 오늘은…….
긴장으로 다리가 얼어붙어서 혼자서 조명 아래로 갈 수가 없었어. 저번 그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서. 일시적인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쥬자]
그렇다고는 해도 다음 가을조 공연의 주연은 효도야. 연습 개시 일정도 가까우니까. 만약에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공연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쥬자]
아니――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예정대로 할 수 있을까? 부탁해.

[오미]
확실히 쥬자 성격상, 연기하게 되면 괜히 더 책임감을 느끼고 계속 담아둘지도 몰라.

[타이치]
쥬자 씨가 주연이니까, 쥬자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게여!

[아자미]
우선은 어떻게 하면 조명을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이즈미]
그렇지…… 이런 트라우마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렵겠지만…….

[사쿄]
기한도 정해져 있고.

[반리]
혼자서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나가려고 하면 긴장해서 언다는 거지…….

[타이치]
조명 없이 한다던가……?

[아자미]
그러면 관객이 볼 수 없잖아.

[반리]
그러니까 무대 위에 혼자 서서 조명을 받는 데 공포심을 느끼는 걸 극복하고 싶다는 거잖아?
……하아. 그럼 그것밖에 없네.

[아자미]
역시 그건가…….

[오미]
저번에 반리도 했었고.

[이즈미]
……포트레이트 말이지. 확실히 시험해볼 가치는 있겠어.

[쥬자]
포트레이트…….

[사쿄]
배우로서 일절 거짓말을 칠 수 없는, 도망칠 곳 없는 일인극.
지금 효도에게는 가혹한 무대일 테지만……. 이걸 해낸다면 자신감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어.

[반리]
하는 수 없으니까 우리가 봐줄게.

[오미]
만에 하나 실패한다고 해도 네가 극복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기회를 만들자.

[이즈미]
맞아. 다행히 MANKAI 극장은 우리를 위해 있는 극장이니까. 오늘 하기 무서우면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어.

[타이치]
여러 가지로 시험해 봐여! 저희가 같이 있을게여!

[쥬자]
다들…….

[사쿄]
그럼 우선 가을조 공연 연습 개시 전까지, 내부에서 효도의 일인극을 보고 조명을 극복하는 걸 목표로 하면 되겠군.

[쥬자]
고마워……. 반드시 가을조 공연 전까지 극복해서 주연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설게.

[이즈미]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얼마든지 방법이 있으니까.

[반리]
포트레이트는 창단공연 때 했던 거 재연할 거야?

[쥬자]
……아니. 저번에 셋츠처럼, 창단공연 때와는 다른 지금의 나니까 할 수 있는 내 인생에 대한 일인극을 해볼게. 별로 대단한 건 쓸 수 없겠지만…….

[반리]
뭐, 그것도 새로운 도전이지.

[쥬자]
……그래.

[이즈미]
기다릴게.

[아자미]
――.

-

[쥬자]
……. (분명, 먼저 구성의 틀을 잡는 거였지. 아니, 애초에 테마를 뭘로 할지부터……. 지금의 나약한 나와 마주할 거면…… 역시, 그토록 동경했으면서 거부하게 된 무대 위 '빛'에 대해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내 나약함이나 공포심을 마주하고 글로 쓰는 건 무섭지만…… 츠즈루 씨가 알려준 대로, 나를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글로 쓰는 건 분명 의미가 있을 거야)
?

[쿠몬]
아, 형…….

[쥬자]
왜?

[쿠몬]
저기…….

[아자미]
야, 각오 다져라.

[쿠몬]
있잖아, 이거…….

[쥬자]
뭐야? 이 구겨진 종이는……?

[쿠몬]
기억 안 나?

[쥬자]
'빛'……? 설마――.

[쿠몬]
중3때 형이 쓴 글.

[쥬자]
응…… 졸업문집용으로 쓴 거였지.
(테마가 '미래'여서, 그 당시에 분명 고독함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갈 길에 빛이 있다고 믿고 싶다, 같은 말을 썼었어.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민망해서 버렸을 텐데)
버렸을 텐데, 어떻게…….

[쿠몬]
사실은 그때 형이 버린 작문이 궁금해서 몰래 주웠어. 내 맘대로 굴어서 미안해!!

[쥬자]
전혀 몰랐어.

[쿠몬]
형의 절실한 마음이 쓰여있는 게 아프고 슬펐지만, 굉장히 멋진 글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실제로 졸업문집을 봤더니 전혀 다른 무난한 게 쓰여있어서…….
혹시 내가 방해한 탓에 이 글이 버려진 게 아닐까 하고…… 계속 간직하고 있었어.

[쥬자]
아니, 버린 건 단순히 가치 없는 글이라고 생각해서야. 쿠몬 탓이 아니야.

[쿠몬]
그렇게 말하지 마!!
난 형이 이렇게 감동을 주는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나만이라도 알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쥬자]
……이미 뭘 썼는지도 잊어버렸는데.

[쿠몬]
읽으면 형도 놀랄 거야! 내가 이런 글을 썼구나 하고!
형은 말이야,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밖에 재능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나는 형 안에 엄청 풍부한 감수성이 있는 걸 알아. 형이 당연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모든 게 형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근사한 거야. 그게 글에서도 전해져.
……내가 좋아하는 형을, 형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게 슬퍼.

[쥬자]
쿠몬…….

[아자미]
일단 읽어보지? 쥬자 씨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

[쥬자]
――그래.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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