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정말 예뻐요~
[호마레]
장관이로군.
[아즈마]
마침 만개한 시기라 다행이야.
[츠무기]
아, 역시 여기야…… 옛날하고 하나도 안 변했어.
[히소카]
……와본 적 있어?
[츠무기]
어릴 때 할머니랑 같이 와봤어. 다시 여기에 와서 모란 사진을 찍고 싶었어.
내가 어릴 때 본 건 봄에 피는 모란이었지만, 지금 시기에는 한모란 이라는 겨울 모란이야.
[타스쿠]
기억난 것 같아 다행이네.
[츠무기]
응.
히소카 군도 이 꽃에 뭔가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 같은데, 내게도 이 모란은 특별한 거였어.
……얼마 전까지 잊고 있었지만 말이야.
[히소카]
……그랬어? 츠무기도 그런 일이 있구나.
[호마레]
기억할 때 사진을 찍는 게 좋지 않을까?
[츠무기]
그래요.
좋아.
[타스쿠]
흔들리지 않았어?
[츠무기]
괜찮…… 을 것 같은데, 어때?
[타스쿠]
아슬아슬한데. 찍어줄까?
[츠무기]
아니야. 지금은 직접 찍어야 의미가 있으니까 이거면 됐어.
[아즈마]
히소카는 뭐 떠오르는 거 있어?
[히소카]
……아니. 하지만 요즘에 옛날 일이 떠오를 때는 항상 냄새가 계기가 됐으니까…….
……. (미약하게 향이 나…… 이게, 피오니……)
-
[히소카]
(꽃이 많이 있어…… 꽃집……?)
[가게 주인]
영차――.
[히소카]
아…….
(한 송이 떨어졌는데…… 주워주는 게 좋을까……)
(만지면, 또 혼나진 않을까…… 하지만 저대로 두면 시들고 밟힐 거야……)
저기…… 이거 떨어졌어.
[가게 주인]
응? 앗, 정말이네. 고마워. 친절하구나.
[히소카]
……. (다행이다, 혼나지 않았어……)
[가게 주인]
그렇지, 잠시 기다려라.
[히소카]
?
[가게 주인]
이거 받아. 네 친절함에 감사를 표하며, 선물이야. 피오니라고 해. 예쁘지?
[히소카]
(꽃은 먹을 수도 없고 관심도 없어…… 하지만……)
……예쁘다고 생각해.
(먹을 수 없는 건 받아도 쓸모없는데……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상해……)
-
[히소카]
…….
[이즈미]
히소카 씨, 괜찮아?
[타스쿠]
저기 벤치에서 쉬는 게 좋지 않을까?
[가이]
옮길까.
[히소카]
……아니야, 괜찮아.
……생각났어. 피오니의 추억. ……어릴 때 처음으로 남에게 받은 꽃이 피오니였어.
꽃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받았을 때는 관심 없는 척했지만……. 내게는 잊으면 안 되는 소중한 추억 중 하나였어…… 왜 잊고 있었을까.
[츠무기]
나도 행복했던 일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 할머니랑 왔던 곳이 이 플라워 파크라는 것도 얼마 전에 겨우 떠올린 거야.
행복한 일도 싫었던 일도, 인간이니까 잊어버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히소카 군만 그런 게 아니야.
[타스쿠]
나도 어릴 때 일 같은 건 기억하는 게 더 적어. 다 그런 거야.
[가이]
나도 미카게처럼 아직 떠올리지 못한 옛날 일이 분명히 있을 거야. 미카게의 마음을 이해해.
[아즈마]
사람의 기억은 덧없지. 언제까지나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도 잊어버리는 걸 슬퍼했던 때가 있었어.
[호마레]
그렇기에 더욱 그때는 그랬지 하고 때때로 떠올리면서 이어가는 것이 아니겠나.
[이즈미]
만약에 설령 잊어버렸다고 해도 추억은 전부 히소카 씨 안에 잠들어 있을 뿐인 거야. 어거스트 씨가 확실하게 존재했던 것과 같아, 함께 보낸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지금 히소카 씨에게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이렇게나 많이 있잖아.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히소카]
그렇구나…….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야. 잊어버린다고 해도 분명 누군가가, 모두가 기억해 줄 거야……)
[츠무기]
나도 할머니가 여기 왔던 걸 잊어버려서 살짝 충격받았었어.
조금 전에는 인간이니까 잊어버리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으면서, 제멋대로지…….
[히소카]
……그건 츠무기가 할머니를 소중하게 여기는 증거.
[츠무기]
고마워, 히소카 군.
플라워 파크의 추억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었던 건 타스쿠에게 선물한 책갈피 덕분이었어. 책갈피를 봤더니 이 풍경까지 선명하게 떠올랐어.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은 잊지 않도록 형태로 남겨두면 돼.
[아즈마]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은 형태로 남긴다…… 멋진 생각이야.
[호마레]
그럼 오늘 이날을 잊지 않도록 형태로 남겨두도록 하지. 히소카 군, 카메라를 부탁해.
[히소카]
어째서…….
[호마레]
지금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남겨두는 거야.
[히소카]
……귀찮아. 아리스가 마음대로 해.
[호마레]
어쩔 수 없군. 그럼 가이 씨 부탁하네.
[가이]
그러지.
[히소카]
……아, 다음 공연에서 하고 싶은 게 정해졌어.
[호마레]
지금 말인가!? VLOG를 찍으려고 했는데.
[이즈미]
어떤 걸 할 거야?
[히소카]
다음엔 꽃을 쓰고 싶어.
[가이]
꽃이라. 지금까지 한 적 없는 모티브로군.
[이즈미]
겨울조는 여름조의 '꽃의 왕자님'과는 공연 분위기가 또 다를 테니 괜찮아 보여요. 그리고 '배우는 꽃'이니까요.
[호마레]
히소카 군의 가족에게 훌륭한 배우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에서도 딱 어울리는 주제로군.
[히소카]
……그리고 츠무기한테 부탁할 게 있어.
[츠무기]
부탁?
[히소카]
……그런데, 역시 옛날 일을 떠올려서 조금 피곤하니까 졸려.
[타스쿠]
야, 그대로 자지 마. 항상 그렇지만 갑작스럽다니까, 정말이지.
-
[히소카]
……어라?
(어릴 때 자주 돌아다녔던 마켓…… 그런데 여기 있는 건, 지금 나야)
……. (그리고 눈앞에 있는 애는…… 어린 나)
[어린 히소카]
……누구야?
[히소카]
……그건 몰라도 될 거야.
[어린 히소카]
……흐응.
[히소카]
……혼자는 외로워?
[어린 히소카]
딱히…….
[히소카]
……이거 줄게.
[어린 히소카]
……뭐야?
[히소카]
……피오니. 내가 예전에 이걸 받았을 때, 무척 기뻤으니까.
[어린 히소카]
왜 나한테……?
[히소카]
……이 꽃이 네게 격려가 되면 좋겠어서.
[어린 히소카]
…….
[히소카]
……괜찮아. 혼자 있는 시간에 끝이 올 거야.
(그리고 그 후에는 수많은 소중한 추억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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