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나리]
하아 하아…….
[쿠몬]
어라? 다들 어디 갔지?
[카즈나리]
떨어졌나 봐. 연락해둘게.
[쿠몬]
텐마 씨를 쫓아가다 보니 이런 데까지 와버렸네.
[카즈나리]
그러게. 밤의 학교라니 두근두근해~ 이왕 들어온 거 쿠모삐네 교실까지 안내해줘.
[쿠몬]
그래! 이쪽이야, 이쪽.
-
[카즈나리]
우와! 엄청 고등학교 교실 같아! 이런 분위기 오랜만이야~
[쿠몬]
난 매일 보는 곳이지만. 카즈 씨, 고등학교 졸업한 지 꽤 됐지?
[카즈나리]
응응, 이렇게 벽에 갱지로 된 안내장 붙어있곤 했지~ 3학년이라 진로 관련된 게 많네.
[쿠몬]
그러게~ 점점 졸업을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
[카즈나리]
…….
[쿠몬]
카즈 씨?
[카즈나리]
……쿠모삐 말야, 나한테 후회한 적 있냐고 물었었지?
그때, 내가 지금 쿠모삐처럼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를 떠올렸어.
-
혼자서 공부만 했던 중학교 시절에서 크게 달라져, 고등학교 데뷔를 이룬 후로는 매일같이 여러 친구와 놀러다녔다.
3학년이 돼서 희망하는 진로를 물어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이었다.
친구들과 놀기만 하는 일상 속에서도 그림만큼은 남몰래 집에서 계속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안 어울린다던가 그런 캐릭터였냐고 웃음을 사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주변에 미대에 진학하는 친구도 없었고 선생님도 처음에는 농담하는 거라 생각하셨지만,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놀라기는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응원해줬다.
그래서 미대의 실기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
미술학원에서 그림에 열중하는 건 재밌었다.
주변에도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뿐이라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 친구는 이해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부르는 걸 거절하지 못하고, 노는 걸 우선한 시기가 있었다.
미술학원도 땡땡이치고 마음속 한구석으로 나라면 조금쯤 쉬어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얕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사가 지금 이대로는 합격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걸 듣고, 무척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 주변에 휩쓸려서 계속 내 안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림을 소홀히 한 것을, 마음 속 깊이 후회했다.
-
[카즈나리]
그 후로는 미술학원에 자주 다니고 죽을 각오로 그림을 마구 그려서 어떻게든 현역 합격할 수 있었어.
입학했을 때는 학교 아틀리에나 엄청나게 센스가 좋은 동기나 유명한 화가인 교수님께 두근두근했어.
텐텐도 말했지만, 대학은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을 최선을 다해 배울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만으로 즐거웠어. 있는 힘껏 대학 생활을 즐기겠다고 결심했어.
하지만 4학년이 되고 대학 생활이 당연해져서, 어느샌가 대학보다 외부 일을 우선하고 있었나 봐.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고 생각해.
'지금을 소중히 하자'는 게 내 신념, 쿠모삐가 해준 말 덕분에 생각났어.
나도 다시 대학생인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걸 소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미래도 기대되지만, 미대생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지금밖에 없는걸.
후회가 남지 않도록, 대학생활에 충분히 충실했다고 미래에 말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쿠모삐도 '지금'을 즐겨!
[쿠몬]
'지금'을…….
[카즈나리]
이건 쿠모삐에게 내가―― 여름조 최연장자인 형이 주는 어드바이스!
물론 공부뿐만 아니라 알바나 노는 것도.
나도 쿠모삐도 분명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는 타이밍이 잔뜩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아까 쿠모삐가 했던 말이나 내 신념을 잊지 않고 싶어.
[쿠몬]
――응.
나도 절대 잊지 않을게! 과거만 잔뜩 신경 쓰고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모처럼 주연을 맡았는데. 여름조랑 '지금'을 마음껏 즐겨야지!
[카즈나리]
응응!
-
[미스미]
앗, 여기 있다~!
[유키]
겨우 찾았네.
[카즈나리]
다들 같이 있었구나.
[무쿠]
텐마 군이 멈추지 않고 뛰어가니까 쫓아가고 있었어.
[유키]
그보다 유령이 무서우면 괜히 더 나올 것 같은 밤중의 학교 건물 속으로 안 가면 될 텐데.
[텐마]
어쩔 수 없잖아! 출구가 어딘지 못 찾았다고!
[쿠몬]
아하하!
[텐마]
……이제 정말 괜찮아 보이네.
[쿠몬]
다들 걱정끼져서 정말로 미안해!
앞으로 본방까지 전력으로 여름조다운 코미디도 멋있는 액션도 할 수 있게 힘낼게!
[유키]
당연하지. 모처럼 만든 의상을 헛되게 하지 마.
[미스미]
쿠몬, 기운이 났네~!
[무쿠]
큐 쨩, 같이 힘내자!
[텐마]
그럼 돌아가면 늦은 걸 만회하기 위해 연습하자.
[쿠몬]
넵!
[카즈나리]
하자~!
[유키]
괴물이야…….
[미스미]
그 전에 조금만 더 학교 탐험하자~
[쿠몬]
앗, 그 교실은…….
[유키]
과학실이네.
[텐마]
으아악!
[무쿠]
와아악!?
[카즈나리]
인체 모형은 당연히 나와야지~
채유기 제8화
2024. 6. 18.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