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타이치 군, 괜찮아? 무겁지 않아?
[타이치]
이 정도는 괜찮슴다! 다른 거 더 안 사도 돼여?
[이즈미]
우선 이 정도면 됐어. 타이치 군은 다른 살 거 없어?
[타이치]
아, 저 샤프심 사고 싶어여! 학교에서 쓰는 게 다 떨어져서.
[이즈미]
그럼 문구점에 가자.
-
[타이치]
감독 선생님도 잔뜩 샀네여.
[이즈미]
봤더니 그만 갖고 싶어져서. 요즘엔 문구도 종류가 많아서 재밌어. 귀여운 스티커가 잔뜩 있어서 쓰는 게 기대돼.
[타이치]
그런 스티커는 어디에 써여?
[이즈미]
수첩에 붙여. 일정을 종류별로 나눠서 붙이거나, 즐거운 일이 있었던 날에는 꽃 모양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타이치]
호~
[이즈미]
타이치 군도 써볼래? 이 신호등 스티커 많이 샀으니까 한 장 줄게.
[타이치]
신호등 캐릭터 임까? 못생긴 게 귀엽네여!
[이즈미]
그치~! 빨강 파랑 노랑으로 색이 다 달라.
[타이치]
그런데 저는 수첩을 안 써서여~
[이즈미]
앗, 그랬어?
[타이치]
그치만 모처럼 받은 거니까 어디에 붙일지 생각해 보겠슴다!
[이즈미]
그런데 완전히 늦어졌네. 서둘러 돌아가야지 다음 연습 시작하겠어.
[타이치]
그러고 보니 오미 군이 주연…… 놀랐슴다.
[이즈미]
맞아, 갑작스러웠지…….
-
[사쿄]
모두 모였군. 방금 후시미한테는 얘기했지만, 다음 공연 주연은 후시미로 가고 싶다.
[쥬자]
오미 씨를?
[반리]
별로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왜 오미 지명임까?
[오미]
저도 그게 신경 쓰였어요. 저번하고 다른 사람하고 간다고 해도 타이치나 사쿄 씨가 주연인 편이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쿄]
바로 그거야. 너는 금방 타인에게 양보하고 자신을 뒷전으로 미루는 버릇이 있어. 연기에도 그 성격이 나오기 전에 한 번쯤 주연을 해보는 게 좋아. 빠른 시일 내에 말이야.
[오미]
…….
[반리]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는 다음에 오미가 주연을 맡는 게 좋겠네.
[쥬자]
저도 그게 좋슴다.
[타이치]
저도 이의 없슴다!
[사쿄]
후시미도 찬성인가?
[오미]
……알겠어요. 다들 좋다면.
[츠즈루]
좋아, 주연 얘기는 정리된 모양이네요.
[이즈미]
그럼 다음은 연극 내용에 대해서야.
[츠즈루]
역시 가을조답게 거칠고 터프한 느낌이 좋겠죠.
[반리]
액션은 필수지.
[쥬자]
한 마리의 늑대 같은.
[타이치]
좋아여! 무언가를 지켜나가는 한 마리 늑대 뜨겁슴다!
[사쿄]
저번엔 버디물이었으니까 대비가 돼서 좋을 것 같군.
[츠즈루]
흠흠…….
[이즈미]
방랑자라거나?
[반리]
피카레스크는 올드한 느낌이었으니 이번엔 근미래 같은 것도 좋을지도.
[오미]
SF랄까 퇴폐적인 세기말 같은 분위기는 가을조에 어울릴 것 같아.
[츠즈루]
흠흠……. ――좋아, 창작의욕이 솟는다! 잊기 전에 쓰고 올게요!
[이즈미]
어? 츠즈루 군?
[타이치]
가버렸슴다…….
[사쿄]
떠오른 것 같군.
[이즈미]
그럼 이제 츠즈루 군의 각본을 기다리자!
-
[타이치]
완성이 기대됨다~
[이즈미]
이제 곧 초고가 완성될 거라고 했지.
[타이치]
이번엔 어떤 극일까여.
[양아치]
――야.
[이즈미]
?
[양아치]
너네 저번에 이 근처에서 찌라시 뿌리고 있었지? MANKAI 뭐시기라는 극단 녀석이냐?
[이즈미]
어, 그게, 그런데요…….
[타이치]
뭐, 뭐뭐뭠까? 협박할 셈이면 경찰, 아니 사쿄 형을 부를 검다!
[양아치]
너네 극단에 후시미 오미가 소속해있다는 게 진짜냐?
[이즈미]
네?
[타이치]
오미 군은 왜 찾슴까?
[양아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느 쪽인데!
[이즈미]
있어요…….
[양아치]
――.
[타이치]
히익.
[이즈미]
저기, 그건 왜 묻죠?
[양아치]
……칫.
[이즈미]
잠깐 기다려요! 당신 누구예요? 오미 군하고는 무슨 관계죠?
[양아치]
……료야. 오미 씨하고는…… 옛 친구야.
[이즈미]
…….
[타이치]
……어쩐지 무서운 사람이었슴다.
[이즈미]
응…….
(오미 씨라고 불렀으니까, 폭주족 시절 후배 같은 걸지도……)
-
[오미]
그럼 슬슬 씻을까…….
[이즈미]
아, 오미 군――.
[오미]
응?
[이즈미]
오늘 물건 사고 돌아오는 길에 료라는 사람을 만났는데요…….
[오미]
료?
[이즈미]
오미 군하고는 옛 친구라고 했어요.
[오미]
……그래.
[이즈미]
옛날 후배예요?
[오미]
비슷해.
[이즈미]
왠지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둘 사이에 뭔가――.
?
[츠즈루]
돼……됐어요……!
[이즈미]
츠즈루 군?
[츠즈루]
――.
[오미]
잠깐, 그대로 쓰러지면 머리 다쳐――!
[츠즈루]
쿨…….
[오미]
하아…… 아슬아슬했어.
[이즈미]
오미 군, 나이스 캐치……!
[오미]
아무래도 각본이 완성된 모양이야.
[이즈미]
바로 다들 모아서 배역 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