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쿠몬 군, 괜찮을까……?


[텐마]

요즘, 후반에 꽤 지쳐 보이던데.


[이즈미]

텐마 군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연습의 피로도 있고 주역이라 더 분발한 탓에 몸에 부담이 온 걸까…….


[텐마]

리허설까지 시간이 없어. 지금은 가능한 한 그 녀석을 쉬게 해서, 릴렉스 시키는 수밖에 없겠지.


[이즈미]

그렇지…….


[무쿠]

감독님, 텐마 군――.


[이즈미]

앗, 무쿠 군, 쿠몬 군은 좀 어때?


[쥬자]

그 일로 할 얘기가 있어.


[이즈미]

?


-


[텐마]

……중압감에 의한 발열?


[쥬자]

그래. 처음 증상이 나왔던 건, 쿠몬이 초등학생 때였어. 리틀리그 시합에서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로 선발된 그 녀석은, 당일에 열이 나서 시합에 나갈 수 없었지. 그걸 계기로, 야구 시합 때는 매번 반드시 열이 나게 됐어.

원래 감기도 거의 안 걸리는 녀석이니까, 시합 때 외에는 건강 그 자체라 연습은 한 번도 쉰 적이 없어. 연습이 없는 날도 자율연습할 정도인데, 시합 때만 반드시 열이 나는 거야.


[이즈미]

…….


[쥬자]

처음엔 야구 시합 때 뿐이었지만, 서서히 그 외에도 증상이 나오게 됐어. 뭔가 리더나 반장, 실행위원 같은 책임 있는 입장이 되면 학교 행사에도 열이 났지.


[이즈미]

그것도, 전부 중압감이 원인으로……?


[쥬자]

그래. 감기는 아니니까, 매번 다음날엔 깨끗이 나아.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열보다 쉬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보였어.

결정적으로, 중학교 마지막 야구부 시합 때 일이야. 에이스 투수로서 팀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입장 이었는데, 시합 전날에 고열이 나서 팀은 초전 패배……. 팀 메이트를 볼 낯이 없다고 꽤 풀이 죽었었어.

그 녀석이 고등학교 야구부를 그만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라고 생각해.


[무쿠]

……저번에, 큐 쨩한테 그 얘기를 들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코시엔에 가는 게 꿈이어서,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고.

1학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나 봐. 2학년 선배 중에 에이스 투수가 있어서 부 활동이 재밌었다고 했어. 하지만, 차기 에이스로서 기대 받으며 고2가 되고, 연습시합에서 처음으로 등판하게 됐을 때, 또…….


[이즈미]

그랬구나…….


[쥬자]

……그 녀석의 발열은 정신적인 문제인듯 해.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거야. 횟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 책임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녀석의 마음의 짐은 점점 늘어나.


[무쿠]

큐 쨩은, 자기 증상이 악화되는 걸 알고는 바로 부 활동을 그만둔 거래……. 팀 메이트한테 아무 말도 안 한 탓에, 다들 아직 큐 쨩한테 화가 나 있다고 했어. 특히, 당시 배터리를 짰던 포수한테는 심한 말을 듣기도 했나봐.


[이즈미]

……왠지, 이번 각본 줄거리랑 비슷하네.


[텐마]

비슷하달까, 그대로잖아.


[쥬자]

내가 츠즈루 씨한테 부탁했어.


[이즈미]

어?


[쥬자]

그 녀석이 저렇게 된 건 야구가 원인이니까, 무대 위에서 극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분명, 한 번이라도 끝까지 해낸다면 그 녀석은 바뀔 수 있어.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으로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이즈미]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입단할 때 그렇게 반대했던 거구나.


[텐마]

중압감이라……. 그 녀석이 의식하고 열을 내는 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강하게 바라기 때문이겠지.

……나도 그런 적이 있어.


[이즈미]

(텐마 군도, 어릴 때 트라우마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면 본 실력을 낼 수 없었지…… 쿠몬 군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걸지도.)


[텐마]

쥬자 씨가 사과할 이유는 전혀 없어. 그 녀석이 공연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거잖아.


[쥬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텐마]

하지만, 열에 관한 건 말해줘도 되지 않았을까?


[쥬자]

……말을 안 했던 건, 너희가 신경 써줄 걸 알았기 때문이야.

그 녀석은, 열 탓에 학교에서도 병약한 타입이라고 생각되어서 주변에서 항상 신경을 써줬다고 해. 그것도 본인에게는 마음의 짐이 되지.

그러니, 너희는 새로운 마음으로, 거리낌 없이 쿠몬과 마주했으면 했어.


[이즈미]

……그래.


[쥬자]

결과적으로는 속이는 게 되었지, 미안해.


[텐마]

쥬자 씨가 가족으로서 쿠몬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우리 여름조에게도 쿠몬은 이제 소중한 동료고 가족이야. 사과받을 이유는 없어.


[쥬자]

……그래.

하지만, 형으로서 책임을 다하게 해줘.


[이즈미]

책임?


[쥬자]

혹시 공연 기간 중에 쿠몬이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 대역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사를 외워뒀어. 그 녀석의 대역은 내가 확실하게 해낼게.


[무쿠]

쥬 쨩, 그래서 대본을 복사해 달라고……?


[쥬자]

그래.


[이즈미]

……확실히, 만에 하나의 일을 생각하면 대역을 세울 필요는 있지.


[반리]

야 야, 이 녀석이 여름조 주연 대역이라고?


[쥬자]

?


[반리]

네놈이 코미디라니 당연히 무리지.


[쥬자]

뭐야, 네 녀석은, 갑자기…….


[반리]

한밤중에 방에서 그렇게 소곤거리는데 알지 모르겠냐. 처음엔 형이랍시고 동생한테 연기라도 가르쳐 주려는 건가 했는데, 그런 거였나.


[쥬자]

시끄러워, 빠져있어. 너 하곤 상관없어.


[반리]

그러다 무대를 망치면 형의 체면도 죽고 여름조 녀석들도 가만 안 둘 거다. 특히 유키가.


[텐마]

그렇지…….


[이즈미]

그, 그건…….


[쥬자]

연습은 하고 있어. 대역은 제대로 해낼 거야.


[반리]

어쭙잖은 놈한테는 무리야.


[쥬자]

뭐야?


[반리]

하지만, 난 할 수 있어.


[이즈미]

어?


[텐마]

어? 지금부터 대사 외우려고!?


[반리]

여유― 여유―. 그런데, 템포감 같은 건 나중에 한 번 맞춰보자.


[이즈미]

확실히, 반리 군이라면 이 단기간에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쥬자]

……셋츠.


[반리]

……어? 뭐야. 끝까지 형인 네가 한다고 고집부릴 생각이냐?


[쥬자]

신세 진다.


[반리]

――.


[텐마]

쥬자 씨가 반리 씨한테 감사 인사를 하다니…….


[무쿠]

처음 봤어……!


[이즈미]

별일이네. 이걸로 너희도 조금은 사이좋게――.


[쥬자]

단, 원랭 커트한 야구 소년은 말도 안 돼. 집에서 바리깡 가져와 주지.


[반리]

웃기지마, 효도 임마―! 먼저 네 녀석 머리부터 밀어!


[쥬자]

나는 안 나가니까 필요 없어.


[반리]

그런 문제냐!


[텐마]

……이것 참.


[무쿠]

결국 저렇게 되네.


[이즈미]

뭐, 이걸로 우선 대역에 관한 건 안심할 수 있겠어.


[텐마]

남은 건, 그 녀석의 긴장을 전력으로 풀어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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