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론]

신세 많았어.


[치카게]

정말 이걸로 괜찮겠어?


[시트론]

모두와 슬프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 내 마지막 고집이야.


[치카게]

…….


[시트론]

이런 역을 맡겨서, 미안해.


[치카게]

상관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니까.


[시트론]

고마워.


[치카게]

건강해라.


[시트론]

치카게도. 봄조를 잘 부탁해.


[치카게]

――그래, 알았어.


-


[가이]

시트로니아를 보지 못했나?


[이즈미]

네? 시트론 군?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사쿠야]

그게, 아침부터 계속 모습이 안 보여요. 짐도 없고…….


[이즈미]

뭐어!?


[이타루]

왠지, 어디 사는 누군가 때랑 같은걸.


[마스미]

……누군가라니?


[츠즈루]

너잖아.


[이타루]

……연락이 안 되네.


[이즈미]

설마, 시트론 군까지 아무 말도 없이 출발해버린 건…….


[치카게]

――다녀왔어.


[사쿠야]

앗, 치카게 씨! 시트론 씨 못 봤어요!?


[치카게]

아―…….


[이타루]

뭔가 아는 것 같네요.


[치카게]

이거.


[이즈미]

그건 시트론 군의 두루마리…….


[마스미]

'人ㅣ트론익 꿈 ~넷, 외법 은져으1 두루마己I'……?


[치카게]

인법 은적의 두루마리.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몰래 나라로 돌아가게 해줬으면 한다.'

이게, 내게 바라는 소원이었어. 오늘 아침 편으로 자흐라 왕국으로 떠났어.


[사쿠야]

그럴 수가――.


[가이]

바로 쫓아가지 않으면――.

――여보세요. ――그래. 시트로니아가 그쪽으로 간 듯 하다. 바로 공항에 준비를―― 뭐?

어떻게 된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알겠다. 그래.

…….


[이즈미]

무슨 일 있어요?


[츠즈루]

시트론 씨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가이]

아니, 시트로니아는 스스로 나라에 돌아간다고 연락한 듯 하다…….


[치카게]

그것뿐인가요?


[가이]

……그때, 내 음모로 국외에 유폐됐다고 증언했다는 듯 하군.


[사쿠야]

네!?


[츠즈루]

어떻게 된 거야……?


[이즈미]

왜, 시트론 군이 그런 거짓말을…….


[가이]

……알 수 없다. 어쨌든, 이제 나는 자흐라 왕국에는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면 지명수배범으로 붙잡히겠지.


[이즈미]

그럴 수가…….


[가이]

아마, 내가 방해된 거겠지.


[이즈미]

시트론 군이 그렇게 생각 했을 리 없어요!


[츠즈루]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치카게]

그렇다 해도, 거짓된 증언이라니 꽤 과격한 방법이군.


[이타루]

시트론답지 않아.


[이즈미]

그러게…….


[가이]

시트로니아는 왕이 되기 위해서 온갖 지식, 행동, 사고방식을 배워 익혔다. 필요해지면 비정한 결단도 할 수 있겠지.


[이즈미]

……. (우리가 아는 시트론 군은, 시트론 군의 일면이었을 뿐인 건가…….)


[츠무기]

……하지만,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간 걸까요? 아직 대관식까지 시간이 있을 텐데.


[치카게]

디너크루즈를 간 날에 부탁받았는데, 이유는 전혀 듣지 못했어.


[타스쿠]

졸업공연도 정해져 있었는데…….


[아즈마]

봄조 팬도 분명 슬퍼할 거야.


[마스미]

……조금은 알 것 같아. 시트론의 마음.


[이즈미]

어?


[마스미]

혼자 몰래 사라지는 게, 외롭지 않으니까.


[이즈미]

마스미 군…….

(이혼소동 때 혼자서 출발하려고 했던 건, 그런 이유였구나…… 시트론 군도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


[사쿠야]

그래도, 이대로 이별이라니 너무 슬퍼요! 마지막 두루마리의 소원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이즈미]

마지막 두루마리?


[사쿠야]

'人ㅣ트론익 꿈 ~ㄷr섯, ㅎn괴엔드으1 두루마己I.'

'한 번 더, 봄조 모두와 최고의 연기를 하고 싶다' ……본래는, 졸업공연에서 이걸 이뤄주고 싶었어요.


[츠즈루]

왜 그 소원을 마지막으로 한 걸까. 꼭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사쿠야]

――어쩌면 이건, 시트론 씨 나름의 SOS가 아닐까요? 왕이 되지 않고, 계속 MANKAI 컴퍼니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시트론 씨가 진짜로 바라는 거라면…….


[이타루]

시트론은 왕이 되는 걸 납득하고 있었나요?


[가이]

알 수 없다. 시트로니아의 마음은 들어본 적 없다.


[이즈미]

계속 옆에 있었으니까, 알 수 있지 않아요……?


[가이]

나는 안드로이드다. 사람의 기분은 알 수 없다.


[이즈미]

…….


[사쿠야]

자흐라 왕국에 가서, 시트론 씨의 진심을 확인해요! 대관식 전이라면 아직 늦지 않을 거예요!


[이즈미]

그래――.


[가이]

무리다.


[사쿠야]

왜――.


[가이]

자흐라 왕국에 간다고 해도, 대관식을 앞둔 지금 왕궁은 엄중하게 경비하고 있다. 가까이 갈 수조차 없겠지.

그곳 사정에 밝지도 않고 말도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더욱 문간에서 쫓겨나는 게 고작일 거다.


[츠즈루]

그럼, 가이 씨도 같이――는 지명수배됐으니까 안 되겠구나…….


[치카게]

……음―.


[이타루]

왜 그러세요?


[치카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가이]

혹 내가 지명수배되지 않았더라도, 즉위를 단념하게 설득할 생각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 시트로니아가 왕이 되는 건 예전부터 정해진 일이다. 시트로니아도 그것을 위해 준비해왔다.


[사쿠야]

하지만, 시트론 씨가 진심으로 바라는 게 아니라면――.


[가이]

시트로니아는 대관식에 출석하기 위해 나라로 돌아갔다. 그게 전부인 것 아닌가?


[사쿠야]

그런…….


[츠즈루]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타루]

시트론 자신이 납득한 일이라면 하는 수 없지.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이즈미]

……. (이번엔 마스미 군 때와는 달라. 시트론 군이 짊어지고 있는 건 너무나도 커…….)

(게다가, 예전부터 시트론 군의 옆에 있었던 가이 씨가 저렇게 말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그런데, 어째서 시트론 군은 가이 씨를 여기에 남겨둔 걸까? 쫓아오길 바라지 않아서……? 하지만, 그걸 위해 가이 씨를 지명수배범으로 만들다니 좀 지나친 것 같아.)


[치카게]

가이 씨는 이제 어떡할 건가요?


[가이]

나라에는 돌아갈 수 없으니, 당분간 어딘가에 몸을 숨길 필요가 있겠지.


[이즈미]

갈 곳은 있어요?


[가이]

아니…….


[이즈미]

그럼, 있고 싶은 만큼 여기에 있어요.


[가이]

하지만…….


[이즈미]

곤란할 땐 서로 도와야죠. 어쩌면, 지명수배는 뭔가 착오일지도 모르고요.


[가이]

미안하군.


[사쿄]

……시트론의 졸업공연을 못 한다면, 겨울조 공연을 앞당겨야 하겠어.


[이타루]

다음 공연, 인가…….


[이즈미]

(완전히 시트론 군의 졸업공연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기분이라 지금은 아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츠즈루]

그렇게 갑자기 생각을 전환하라고 해도…….


[사쿄]

느긋한 말을 할 때가 아니야. 공연에 구멍이 뚫리면 극단이 곤란해진다.


[츠즈루]

…….


[사쿠야]

그런 건, 시트론 씨도 바라지 않을 거예요…….


[이즈미]

(쓸쓸하지만, 제대로 생각을 전환해야 하는 거겠지…….)


[사쿄]

각본은 맞출 수 있겠어?


[츠즈루]

……오페라의 유령 소재라면 어떻게든 끝낼 수 있어요.


[츠무기]

문제는 신 멤버지.


[타스쿠]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서 느긋하게 있었으니까. 지금부터 찾는 건 어렵지 않을까?


[아즈마]

하지만, 겨울조만 신 멤버 없이 갈 수도 없어. 관객의 기대도 있을 거고.


[호마레]

히소카 군이 쌍둥이였다는 설정으로 두 사람 역을 하는 건 어떤가!


[히소카]

……싫어. 피곤해. 맘대로 설정 더하지 마.


[호마레]

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했는데.


[츠무기]

곤란하네요…… 다른 방법도 없고…….


[가이]

……. 괜찮으면, 신 멤버가 들어올 때까지, 내게 대역을 시켜주지 않겠나?


[이즈미]

가이 씨가……?


[가이]

따지고 보면 시트로니아가 갑자기 빠진 게 원인이다. 책임을 지고 싶다.


[이즈미]

확실히, 아즈마 씨의 대역도 했었고, 가이 씨라면 신원도 확실하고…….


[츠무기]

괜찮을 것 같아요.


[타스쿠]

겨울조 분위기에도 맞으니까, 문제 없다고 생각해.


[호마레]

나도 찬성이라네.


[이즈미]

――그럼, 부탁드려요!


[가이]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이즈미]

(왠지 갑자기 정해졌지만, 지금은 겨울조 공연에 집중해야지……. 시트론 군, 이러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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