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나리 아빠]

그럼 저는 이만――.


[이즈미]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미스미]

또 봐~


[카즈나리 아빠]

스미 군, 공연 힘내렴.


[미스미]

응!


[카즈나리 아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미스미]

…….


[이즈미]

…….


[미스미]

……감독님, 있잖아.


[이즈미]

응?


[미스미]

나, 카즈한테 유학 얘기 듣고 나서 계속 마음이 답답했어.

굉장한 일인데, 왠지 '힘내'라고 말해주지 못했어. 답답해서 그런 내가 싫었어. 나는 카즈의 친구인데. 기쁘게 응원해줘야 하는데…….

왜, 난 이렇게 기분이 답답할까?


[이즈미]

……그건 카즈나리 군이 유학을 가버리는 게 외로웠던 거 아닐까?


[미스미]

외로워……?

그런가……. 나, 할아버지가 없어졌을 때도 이렇게 가슴이 꾹 하고 답답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 극단에 들어와서 그런 기분을 잊고 있었어. 계속 외롭지 않았으니까…….

외롭다는 건 이런 기분이었구나. 다른 애들도 이런 기분일까?


[이즈미]

응. 분명 카즈나리 군도 같을 거야.

카즈나리 군네 아버지가 말한 대로 연극이나 극단 모두가 소중하니까 유학을 망설이고 있는 걸 거야.


[미스미]

그렇구나…….


[이즈미]

어디까지나 선택하는 건 카즈나리 군 자신이지만,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미스미]

……. ……응원해주는 거. 카즈가 똑바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카즈는 항상 웃어줬으면 하니까.


[이즈미]

맞아.


-


[카즈나리]

……. (결국 새하얀 그대로……)

하아~…….

(나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진로를 정할 때도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았는데. 미대는 바로 정했고, 고등학교 수험 때도――)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라……. 중3때 나, 진짜로 난해하지 않아? 그보다 건방지지 않아?)

(내가 어떡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어―……)


-


[카즈나리]

누가 좀 도와줘~…… 이러고…….


[유키]

그래.


[카즈나리]

어?


[유키]

…….


[카즈나리]

윳키……?


[미스미]

카즈, 그림 그리자!


[무쿠]

카즈 군, 이거 써도 돼?


[카즈나리]

어? 괘, 괜찮아…….


[텐마]

미스미가, 네가 기운이 없으니까 오늘은 연습 쉬고 다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했어.


[쿠몬]

저번에는 숨바꼭질이고, 이번에는 그림 그리기!


[텐마]

놀기만 하잖아. 정말이지, 그만큼 내일부터 철저하게 갈 거다.

이거 빌릴게.


[유키]

아, 그 색 쓸 거야.


[텐마]

뭐야? 색깔은 뭐든 상관없잖아. 그럼 이거――.


[미스미]

나 노란색 쓸래~!


[텐마]

――.


[쿠몬]

나는 보라색!


[텐마]

그럼――.


[무쿠]

나는 하늘색으로 할까.


[텐마]

너네 일부러 내가 쓰려는 색깔 고르는 거지!?


[유키]

피해망상.


[미스미]

자, 카즈도! 무슨 색 쓸래~?


[카즈나리]

어, 어어…… 그럼, 녹색으로 할까.


[미스미]

그럼, 주제 말할 게~ 처음엔 삼각!


[텐마]

설마, 삼각만 그리게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무쿠]

으~음, 삼각, 삼각.


[쿠몬]

삼각, 삼각~…….


[유키]

삼각성인이 증식했어.


[무쿠]

우왓……!


[유키]

괜찮아?


[무쿠]

아앗, 미안해. 캔버스 위로 넘어져서…….


[쿠몬]

오오~ 무쿠, 호쾌해!


[미스미]

앗! 이 얼룩 삼각이야!


[텐마]

기적이네.


[유키]

역시 무쿠야.


[미스미]

여기에 손을 그리고~ 삼각군 완성!


[쿠몬]

지금 최고의 삼각은 무쿠야!


[카즈나리]

(과제도 안 하고 놀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뭐, 됐나)

좋~아, 가장 큰 삼각 그리자~!


[미스미]

그리자 그리자~!


-


[이즈미]

(오늘은 갑자기 연습도 쉬게 됐고, 뭘 하지……)

……응?

(왠지, 창고가 소란스러운데……)

…….


[무쿠]

아하하!


[텐마]

잠깐―― 야, 물감 튀잖아!


[유키]

그런데 있는 네가 나빠.


[미스미]

다 그렸다~!


-


[이즈미]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연습을 쉬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 정말, 바닥도 벽도 물감 천지야)


[카즈나리]

진짜 대박인 그림 그렸어!


[쿠몬]

역시 카즈 씨 그림은 멋져~!


[카즈나리]

그치, 그치!


[이즈미]

(뭐,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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