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루]
하― 이제야 도착했네.
[츠즈루]
1시간까진 아니었지만, 꽤 걸렸지.
[메구루]
준비운동이 되지 않았어?
[츠즈루]
그러네.
[메구루]
오랜만이다, 여기.
[츠즈루]
응.
――.
[메구루]
――.
[츠즈루]
――.
[메구루]
――.
실력 늘었는데, 츠즈루.
[츠즈루]
그래?
[메구루]
처음에는 어디로 날아올지 몰라서 내가 계속 뛰어다녔잖아.
[츠즈루]
그랬나.
[메구루]
한번은 강에 빠져서 주워오기 힘들었던 적도 있고.
[츠즈루]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메구루]
겨울이라 엄청 추운데 강에 들어가서.
[츠즈루]
생각보다 깊어서 막대기로 열심히 건지려고 했었지.
[메구루]
그리고 공이 점점 하류로 흘러가서 따라가고.
[츠즈루]
하하, 기억나.
[메구루]
그립다. 지금이라면 강에 안 들어가고 끝날 것 같아.
[츠즈루]
그야 이것저것 배웠으니까.
[메구루]
그렇지.
[츠즈루]
……저기, 미안해.
[메구루]
나야말로 미안해. 츠즈루 네 기분을 생각하지 못했어.
[츠즈루]
형이 사과할 필요 없어.
……나 말야, 고등학교에서 연극부에 들어가지 못한 거를 가족들 탓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어.
형들은 빨리 독립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있는데, 왜 나만, 이라고…….
[메구루]
……응.
[츠즈루]
하지만 이 극단에 들어와서, 그런 시간도 쓸데없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됐어. 지금까지의 시간이 있었으니까 쓸 수 있는 각본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형들이 일해서 집에 돈을 보내줬으니까 집안 사정도 나아지고 전보다 여유가 생겼어. 형들 덕분에 나도 동생들도 참지 않아도 되는 게 늘었어.
그런데 메구루 형이 지방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내가 비꼬는 말을 한 거 기억해?
[메구루]
그런 일이 있었나.
[츠즈루]
사립에 가다니, 돈을 생각하라고 했어.
[메구루]
아…… 뭐, 맞는 말이지.
[츠즈루]
사실은 그냥 서운했어. 나한테는 계속 자랑스러운 형이었으니까. 나가서 살 거라는 말을 듣고 형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메구루]
……그래.
[츠즈루]
FW에서 DF가 됐다고 들었을 때도, 나 태도 안 좋았지.
[메구루]
그건, 내가 약속을 어긴 탓이잖아.
[츠즈루]
아니야. 형은 빨리 프로가 돼서 집에 돈을 보태기 위해 DF를 선택한 거잖아.
덕분에 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그걸 위해 형이 FW가 되는 길을 포기한 게 아닐까 하고, 계속 마음 한켠에서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솔직하게 응원할 수 없었어. 그때는 미안해.
[메구루]
…….
[츠즈루]
뭐랄까, 새삼스럽게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메구루]
이제 내 차례야.
내게 DF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에 떠오른 건 츠즈루 네 얼굴이었어.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되겠다고, 츠즈루한테만 선언했으니까.
[츠즈루]
나한테만?
[메구루]
츠즈루 앞에서는 전 세계 누구보다도 멋있게 있고 싶어. 다른 동생들이나 형이나 아버지보다, 그 누구보다도.
[츠즈루]
왜…….
[메구루]
예전에 내 생일 파티에서 연극 보여준 거, 기억해?
[츠즈루]
아―― 동생들하고 미즈노랑 같이 한 거 말이지?
[메구루]
생일파티 후에, 미래에 연극 얘기를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줬잖아.
나 그때, 츠즈루는 분명 각본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츠즈루]
어……?
[메구루]
각본가가 돼서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생일파티 연극을 보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보통 초등학생이 그런 이야기는 생각 못 하잖아. 나는 그런 거 절대 못 하니까, 좀 충격이었어.
하지만 그래서, 나도 형으로서 지지 않으려고 힘내서 축구를 하자고 생각했어. 다시금 미래를 향한 망설임이 사라졌었지.
[츠즈루]
(그건, 나도…….)
(흔들리지 않고 각본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을 수 있었던 건, 형의 등을 보고 있었으니까.)
[메구루]
그래서 더욱, DF로 전향할 때 츠즈루와 한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서 엄청 고민했어.
사실은 FW로서 대표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그때는 DF로 나아갈 보람도 느꼈고……. 전향하면 코치가 확실하게 클럽팀에 소개해준다고 했거든.
잔뜩 고민하고, 마음속으로 내 선택을 소중한 가족 탓으로 돌리고, DF가 되기로 정했어.
그렇게 하면 집에 빨리 돈을 보탤 수 있고 츠즈루를 대학에 보낼 수 있으니까. 확실하게 보이는 미래를, 안전한 길을 선택한 거야.
[츠즈루]
(소중한 가족들 탓으로 돌리고…… 나랑 똑같아.)
[메구루]
결과적으로 엄청 꼴사납지. DF로도 대표에서 떨어지고…….
[츠즈루]
멋있어. 연습생부터 겨우 1년 만에 프로계약을 이뤄낸 것도, 말한 건 반드시 실천하고 집에 돈을 보태고, 가족을 위해 힘내는 것도.
프로 1년째에 MVP를 딸 정도로 활약하고, 2부리그였던 팀을 1부로 승격시킨 것도.
자기 아내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하고 바로 결혼하는 것도 전부 멋있어.
[메구루]
――칭찬이 과해.
[츠즈루]
사실이잖아. 형제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형을 알고 있어. 형은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이야기 속 주인공 같아.
[메구루]
……그거, 네가 말하면 최고의 칭찬인걸.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 나, 네가 쓰는 각본에 나올 수 있을지도!
[츠즈루]
――.
-
[미즈노]
"츠즈루 군의 이야기를 형에게 주면 어때?"
-
[타스쿠]
…….
[츠즈루]
타카토 씨.
[타스쿠]
응?
[츠즈루]
공 감사합니다.
[타스쿠]
도움이 됐어?
[츠즈루]
네. 덕분에 형이랑 얘기할 수 있었어요.
[타스쿠]
그래.
[츠즈루]
타카토 씨, 전에 한 약속 기억해요?
[타스쿠]
약속?
[츠즈루]
축구를 테마로 한 연극을 하자는 얘기요.
[타스쿠]
그래…….
[츠즈루]
저, 이번 믹스 공연용으로 축구를 테마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슴다. 형이 꿈을 좇기 위한 마음을 되찾을 만한…….
좀 자기만족이 심하지만요.
[타스쿠]
쓰고 싶은 걸 쓰는 것도 각본가의 특권이지.
그리고 형을 응원하는 각본은 분명 다른 사람의 뒤를 밀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을 거야.
[츠즈루]
――감사합니다.
……왠지, 타카토 씨는 신기해요.
[타스쿠]
뭐가?
[츠즈루]
첫째 형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가…… 형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타스쿠]
너처럼 손이 안 가는 동생이라면 대환영이야. 사실 옛날에 동생이 좀 갖고 싶었거든.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 더 성가신 형이 있지만.
[츠즈루]
네.
[타스쿠]
각본, 기대하고 있을게. 분명 너밖에 쓸 수 없는 테마야.
[츠즈루]
열심히 할게요.
달려나가다 제8화
2019. 7. 4.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