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하아, 하아, 하아…….
(지름길을 통해서 어떻게든 도착했어…….)

-

[요이야마]
"정든 수도를 떠나는 날, 채비조차 힘겨운 동로의 여행――."

[하츠노]
"요이야마 님……."

[요이야마]
"그런 표정 짓지 말렴. 이 시는 어떤 분께서 지으신 것이야. 내 마음이 아닌――."

[무라사키노미야]
"글쎄요. 제게는 '당신'의 마음으로 들려옵니다."

[이즈미]
(호마레 씨……! 다행이다,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았어……!)
(손님들도 이미 무대 세계에 빠져들어 있어…….)

[무라사키노미야]
"자아, 시작하도록 할까요. 애증이 소용돌이치는 오오쿠의 이야기를――."

-

[나레이션]
"때는 전국―― 일에 열중하여 연애에 관심이 없는 쇼군 때문에 초조해진 가신들은, 제국에 이름을 날리는 미녀 2명을 오오쿠로 불러들인다."
"공가 출신 무라사키노미야와 무가 출신 유우히메였다."
"무라사키노미야와 유우히메는 각자 신뢰할 수 있는 시녀를 동반하여, 여인들의 전장인 오오쿠에 그 몸을 던지게 되었다."

[무라사키노미야]
"쇼군의 정실은 공가나 황가 사람으로 정해져 있지요. 야만스러운 무가의 아가씨는 모르는 걸까요?"

[유우히메]
"그렇지 않은 분도 과거에 계셨답니다. 미야 님께서는 오오쿠의 역사를 모르시는 것 같군요."

[요이야마]
"무슨 무례한……!"

[카나시마]
"무례한 건 그쪽이겠지요."

[하츠노]
"미야 님, 가십시다! 야만스러운 자들과 말을 섞으면 미야 님의 피가 더럽혀집니다."

[쿠로야마]
"피가 더럽혀진다니……. 공가 분들께선 머리가 굳어계신가 봅니다."

[나레이션]
"공가와 무가―― 2명의 아가씨뿐만이 아닌, 양쪽 시녀들도 여인의 싸움에 뜨거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관객A]
박력이 굉장해……. 진짜 아가씨랑 시녀 같아.

[관객B]
여자들끼리 배틀…… 두근두근해!

[이즈미]
(손님들한텐 여장을 들키지 않은 것 같아…….)
(다들, 연기뿐만 아니라 세세한 말투나 동작도 오오쿠의 아가씨랑 시녀가 되어있어…….)

-

[나레이션]
"무엇을 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쇼군 탓에, 점점 더 불꽃을 튀겨가는 무라사키노미야와 유우히메."
"만족할 줄 모르는 여인들의 싸움에 쇼군·이에토키는 지겨워하고 있었다."

[이에토키]
"……적당히들 해. 나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아가씨는 흥미가 없어."

[무라사키노미야]
"이에토키 님……."

[유우히메]
"그렇다면, 제 검무를 보여드리지요. 쿠로야마, 가져오너라."

[쿠로야마]
"네!"

[하츠노]
"검무라니……. 무가의 아가씨는 야만스럽군요."

[무라사키노미야]
"후후, 어디 솜씨를 구경해볼까요."

[유우히메]
"그럼――."
"핫!"

[무라사키노미야]
"엇!?"

[유우히메]
"야앗!"

[하츠노]
"위험해!"

[요이야마]
"유우히메 님, 위험하지 않습니까!"

[하츠노]
"설마 이 기회를 틈타 미야 님께 위해를 가하려는 것인가요……!?"

[카나시마]
"그 무슨 무례한……. 그러한 트집은 넘어갈 수 없습니다!"

[요이야마]
"무례한 게 어느 쪽인지요! 이래서 무가의 아가씨는――."

[이에토키]
"관둬라! 그대들은 얼굴을 마주하면 싸우기만 하는군. 흥이 깨졌어."
"유우히메, 이제 됐다. 그대의 실력은 잘 알았어."

[유우히메]
"네……."

[무라사키노미야]
"그렇다면 기분을 전환하여, 제가 주군님의 무료함을 풀어줄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이에토키]
"……하아, 그래. 해보아라."

[무라사키노미야]
"……사실 저는 미야 님을 지키기 위한 대역입니다."

[유우히메]
"네……?"

[이에토키]
"아니, 뭐라……?"

[무라사키노미야]
"……라는 건 농담입니다."

[유우히메]
"……뭐?"

[무라사키노미야]
"어떤가요? 조금은 지루함을 잊으셨겠지요."

[이에토키]
"……재미있군. 지금은 꽤 즐거웠다, 무라사키노미야."

[무라사키노미야]
"칭찬해주셔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유우히메]
"큭…… 무라사키노미야…….'

[카나시마]
"아가씨, 우리도 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에토키 님을 즐겁게 해드릴 방법을 생각하는 거예요."

[유우시메]
"알고 있다. 가자, 카나시마. 쿠로야마."

-

[요이야마]
"……정말이지. 무라사키노미야 님은 대담하시어요. 어떻게 그런 농담을."

[무라사키노미야]
"후훗. 그래, 말도 안 되는 농담이지."

[요이야마]
"농담이 농담이 아니란 게 알려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셨습니까."
"당신도 무사하지는 못할 겁니다."

[무라사키노미야]
"걱정할 것 없네. 그런 실수는 범하지 않아. 목숨을 걸고 '미야 님'을 지키겠다 맹세했으니까요."

[요이야마]
"……."

-

[나레이션]
"이윽고 이에토키는,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무라사키노미야에게 호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오오쿠의 여인들의 싸움에도 종지부를 찍을 때가 다가왔는데――."

[유우히메]
"……졌습니다. 정실 자리는 당신에게 양보하지요."

[무라사키노미야]
"후훗,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유우히메]
"하지만 이곳은 오오쿠. 중요한 건 주군님의 마음."
"이 의미를…… 아시겠지요?"

[무라사키노미야]
"바라던 바입니다."

[이에토키]
"그럼, 무라사키노미야. 다시 말하지. 내 정실이 되어주겠나?"

[무라사키노미야]
"그 전에―― 하나 더, 이에토키 님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에토키]
"뭐지? 말해 보아라."

[무라사키노미야]
"사실은…… 저는 대역입니다."

[이에토키]
"그 농담은 저번에……."

[무라사키노미야]
"……라고 한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이에토키]
"……무슨 의미지?"

[무라사키노미야]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요이야마]
"미야 님――."

[이에토키]
"……내게 있어 무라사키노미야는 그대뿐이다. 이 마음은 농담이 아니야."
"이게 대답이라면 부족한가?"

[무라사키노미야]
"……아니요. 충분합니다."
"보렴, 요이야마. 이에토키 님께 사랑을 받아, 나는 행복하구나."

[요이야마]
"――네. 무라사키노미야 님."

[무라사키노미야]
"나는 오오쿠의 여자. 여기서 살아가는 게 나의 운명. 그리고…… 그것이 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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