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애들과는 달랐다.

동갑내기 애들보다 머리 하나가 크고 어린애답지 않게 말수가 적었던 내게는, 가족 이외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무표정에 눈매가 날카로운 나는 가만히 있어도 동급생들이 무서워하고 담임선생님조차 시한폭탄을 대하듯 조심스러워했다.


이 외견을 화제 삼아 친구들 사이에 녹아들만큼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누구나 다루기 어렵다는 듯 멀찍이 떨어졌다.


머지않아 눈에 띄는 외견 탓인지 싸움을 걸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튀는 불똥을 쳐내는 것만으로 어느 샌가 지역의 양아치중 최강이 되어 있었다.


그런 내가 연극에 관심을 가진 건, 중학교 1학년 문화제가 계기였다.


친구가 없는 내게 학교행사는 고통일 뿐이었지만, 연극을 하는 게 정해졌을 때 문득 빛이 비친 기분이 들었다.

극 안에서라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이 되면, 싫어하는 나 자신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배역을 정할 때 이름을 말하려 한 내게, 선생님은 가장 먼저 대도구 담당을 부탁해왔다.


선생님 나름 반에 녹아들지 못하는 내게 신경을 쓴 것이겠지.

입을 다물어버린 내게 온 교실 안의 살피는 듯 한 시선이 꽂혔다.


그 이후, 희망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취미로 연극을 보러 갈 때마다 무대 위를 향한 동경이 쌓여만 갔다.


그때였다. 사촌인 무쿠가 무대를 올린다고 들은 것은.


가끔 친척 모임에서 만나는 무쿠는 나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흠칫거리는 심약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왜 무대에 오르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 위에 선 모습을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무쿠는 쭈뼛거리던 때와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당당하게 약동하고 있었다.

그 녀석도 나와 똑같이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싶었던 거라고 그 순간 이해했다.

그와 동시에, 격렬한 동경과 질투에 휩싸였다.


그 녀석처럼 나도 변하고 싶다.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다.

오디션 전단지를 보고 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극단에 들어가고 싶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오디션을 봤다.

솔직히 무사히 입단하게 된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에 들어온 이상 반드시 지금까지의 나와는 달라질 것이다.

이 무대가 고독했던 나의 마지막 희망이니까――.


-


[쥬자]

(줄곧 무대를 향한 동경을 안은 채 눈을 돌려온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겠어)


[무쿠]

――쥬 쨩.


[쥬자]

무쿠…….


[무쿠]

입단 축하해.


[쥬자]

……. (무쿠는 무대 위가 아니라도 바뀌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해도 흠칫하지 않게 됐다)


[무쿠]

쥬 쨩이랑 같이 연기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


[쥬자]

여기서는 내게 말 걸지 마.


[무쿠]

――.


[쥬자]

너와 내가 가족이라는 건 절대 흘리지 마.


[무쿠]

하지만 나, 쥬 쨩이란 사람이 여름 무대를 보러 왔다고 말했는데…….


[쥬자]

……우선, 나를 쥬 쨩이라고 부르지 마.


[무쿠]

아, 미안, 쥬 쨔…… 쥬자 씨. 나랑 사촌이라는 게 알려지면 역시 폐가 되겠지…….


[쥬자]

뭐? 아니――.


[무쿠]

연습 힘내, 그럼――!


[쥬자]

……칫.

(나 같은 불량하고 가족이라는 게 알려지면 평판이 떨어지는 건 네 쪽이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연기를 하며 바뀌겠어. 한 발 앞으로 나갈 용기를 준 무쿠가 자랑할 수 있는 가족이 되겠어. 그러면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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