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새근새근…….

[카에데]
쿨쿨…….

[츠바키]
중얼중얼…….

[카스미]
죄송해요, 집까지 오게 만들어서…….

[사쿠야]
저야말로 택시를 얻어탔는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카스미]
여기까지 왔는데 차라도 마시고 가세요.

[사쿠야]
어, 하지만…….

[카스미]
사양하지 말고요.

[사쿠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카스미]
저 애들을 깨우지 않고 끝나서 살았어요. 중간에 깨면 꽤 칭얼대거든요.

[사쿠야]
그렇군요.

[카스미]
셋이나 돼서 상대가 힘들었지요?

[사쿠야]
아니요, 다들 착하던걸요.
계속 소꿉놀이를 했는데 엄마 역할을 맡아서 재밌었어요. 아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카스미]
저 애들 소꿉놀이는 꽤 길지. 결국 집까지 오게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고 고마워서…….
배고프지 않아? 뭐 만들어 줄까? 그러고 보니 과자를 받은 게 있을 텐데――.

[사쿠야]
아니요, 괜찮아요.

[카스미]
그래? 뭔가 답례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줘.

[사쿠야]
저도 카스미 씨랑 얘기하고 싶었어서 마침 잘 된 걸요.

[카스미]
어? 내가 이름을 말했나?

[사쿠야]
실은, 애들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 카스미 씨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얼굴을 보고 확신했고요. 로미줄리 때부터 별로 변한 게 없으시네요.

[카스미]
――.

[사쿠야]
저는 지금 MANKAI 컴퍼니에서 봄조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사쿠마 사쿠야에요.

[카스미]
그랬구나…….

[사쿠야]
아까, 답례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주셨지요?

[카스미]
――.

[사쿠야]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아, 물론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안 될까요?

[카스미]
…….

-

[카스미]
…….

[사쿠야]
앗, 여기에요!

[카스미]
늦어서 미안해.

[사쿠야]
오늘 애들 데리러 가는 시간은…….

[카스미]
아직 괜찮아.

-

[카스미]
여기는…….

[사쿠야]
들어오세요.

[카스미]
아니, 나는 이제 외부인이니까…….

[사쿠야]
OB는 외부인이 아니에요!

[카스미]
…….

-

[카스미]
변한 게 없네…….
이 문, 유조가 소도구인 칼을 부딪쳐서 흠집 낸 거야. 아직도 남아있네.

[사쿠야]
네? 그랬어요!?

[카스미]
그립다.

-

[카스미]
…….

[사쿠야]
……카스미 씨?

[카스미]
……네 부탁이란 게, 여기에 오는 거?

[사쿠야]
아니요…… 욕심이 많아서 죄송해요.
이 극장의―― 이 무대 위에서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카스미]
――.

[사쿠야]
MANKAI 컴퍼니도 봄조도 제게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찾은 보물같이 특별하고 소중한 장소에요.
이 장소가 없었으면 저는 지금도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갔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이 극장을, MANKAI 컴퍼니를 만들어준 초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카스미]
…….

[사쿠야]
몇 번이고 초대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계속 꿈꿔왔어요. 언젠가 초대 극단원분과 여기서 연기하고 싶다고요.

[카스미]
미안해, 이제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사쿠야]
딸들한테 들었어요. 아빠는 소꿉놀이할 때 가장 신이 난다고요.

[카스미]
――.

[사쿠야]
저는 아빠에 비하면 연기를 못한다고 들었어요.

[카스미]
그 애들이…….

[사쿠야]
카스미 씨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보고 싶어요!

[카스미]
하지만 소꿉놀이 엄마 역할 외에는 정말로 공백기가 있어서…….

[사쿠야]
조금씩 감각을 되찾아가요!

[카스미]
뭐어……!?

[사쿠야]
먼저 간단한 에튀드부터요! 어서요, 카스미 씨도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카스미]
――.

[사쿠야]
ACT 싸움이라고, 최근에 배운 게임 같은 방식이 있는데요…….
서로 좋아하는 주제를 내고 각자 어떻게 할지 생각해서 번갈아서 연기하는 거예요.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정말로 재밌어요.

[카스미]
곤란한 거라면 어떤 거?

[사쿠야]
과자 나라 사람이 카레를 먹었을 때 흘리는 눈물이라거나!

[카스미]
그게 대체……!?

[사쿠야]
아하하, 노는 감각으로 해봐요!
먼저 카스미 씨가 주제를 내주세요.

[카스미]
어?

[사쿠야]
뭐든 괜찮아요. 생각난 걸 뭐든지 말해주세요.

[카스미]
어어…… 그럼, 첫사랑을 만났는데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이라거나…….

[사쿠야]
"앗! 너는……! 저기, 너! 너 맞지? 그, 나 기억해? 3년간 같은 반이었던――."
"그래, 사쿠마! 기쁘다. 기억해줬구나. 나도 계속 잊지 않았어! 잊을 리 없잖아!"
"정말 그립다! 너는 그래, 우리 반 반장이었고, 그 애랑 자주 같이 다녔던―― 아, 맞아 사토!"
"지금도 연락해? 그렇구나. 나도 네 연락처를 물어볼 걸 그랬어."
"아, LIME 교환하자! 어디, 아, LIME 이름이 강아지 이름이구나……."
"너는 진짜 변함없다. 예전부터 정말 예뻤어, 난 계속 너를……."
"어? 이름? 응, 물론 기억하지!"

[카스미]
풋, 아하하하!

[사쿠야]
다음은 뭐로 할까요!?

[카스미]
그럼, 프러포즈라는 말이 없는 나라에서 필사적으로 프러포즈하는 사람……?

[사쿠야]
"우리 이제 사귄 지 3년째 됐잖아. 이쯤에서 슬슬 분명히 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아, 아니야. 그런 극악하고 살벌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 관계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그런 콤비명 같은 게 아니라! 친구, 애인, 그다음 같은. 정부는 의미가 좀 다르잖아!"
"그러니까, 그…… 내 아침밥을 매일 만들어주세요!"
"아, 미안해. 아니야! 아침밥은 내가 만들어야지! 알고 있어! 내일도 바지락 된장국 끓일 거야."
"곤란하네…… 그러니까, 매일 같이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고―― 아 지금도 하고 있지! 동거하고 있으니까!"
"혼인 신고에 도장 찍어서 관청에 내러 가자!"

[카스미]
아하하하하! 다이렉트네!

[사쿠야]
하하, 그렇게 되네죠. 다음은――.

[카스미]
미안, 미안. 사쿠야 군에게만 계속시키는 건 공평하지 않지.

[사쿠야]
그럼――.

[카스미]
응, 가볍게 부탁할게.

[사쿠야]
으~음…… 아, 처음에 말했던 과자 나라 주제로 괜찮을까요?

[카스미]
뭐어!?
"잘 먹겠습니다."
"……으윽! 어!? 뭐야!? 이거 뭐야!? 뭔가 혀가 얼얼한데! 뭐야 이거 폭력!?"
"묵이 아파! 살려줘! 구급차!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아파……! 근데 맛있잖아!? 뭐야 이거!? 아픈데 맛있어! 왠지 모르겠어!"
"아픈데 멈출 수 없어……!"

[사쿠야]
아하하! 과자밖에 먹어본 적 없으니까 그렇게 되지요……!

-

[사쿠야]
하아, 하아…….

[카스미]
잠깐 쉴까?

[사쿠야]
네.

[카스미]
이렇게 몸을 쓴 건 오랜만이야.

[사쿠야]
카스미 씨 주제는 로맨틱한 게 많네요.

[카스미]
드라마도 순정만화도 좋아하는 아저씨라 미안해…….

[사쿠야]
카스미 씨는 몇 살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카스미]
조금 늦게……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

[사쿠야]
저도 첫 무대는 고3 때였어요!
MANKAI 컴퍼니에 들어왔는데, 극단원이 저 혼자고 다음날 공연한다면서 대본을 줘서…….

[카스미]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어!?

[사쿠야]
아하하.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죠. 그래도 저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기뻤어요.
열심히 대사를 외우고, 당일을 맞이하고…… 긴장했지만 즐거워서 참을 수 없었어요.
그때 텅 빈 객석에서 첫 무대를 봐준 게 유키오 씨 딸인, 저희 감독님이에요.

[카스미]
유키오 씨…….

[사쿠야]
들려주시겠어요? 듣고 싶어요. 카스미 씨가 있었을 때의 MANKAI 컴퍼니 얘기를요.
그리고…… 카스미 씨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날의 얘기를요.

[카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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