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소카]
…….
[남성]
이름은?
[히소카]
……미카게 히소카.
[남성]
흠흠, 이름은 기억하는구나.
나이는? 혈액형은? 직업은? 집은 어디지? 가족은?
[히소카]
……모르겠어.
[남성]
뭐 먹고 싶은 건 있나?
[히소카]
(먹고 싶은 거…… 말랑말랑하고 단 과자)
……마시멜로.
[남성]
잠깐 기다려라.
[히소카]
……. (난 분명 기억상실이겠지. 여기는 병원이고, 방금 그 사람은 의사)
(어떡하면 좋지…… 지금은 졸려. 마시멜로가 먹고 싶지만, 한숨 잘까……)
――.
[치카게]
…….
[히소카]
……누구야?
[치카게]
……네 이름은 뭐지?
[히소카]
내 이름은―― 미카게 히소카.
[치카게]
아니야.
[히소카]
그럼 난 누구야?
[치카게]
너는 디셈버다.
[히소카]
디셈버……?
[치카게]
네 죄를 기억해내.
[히소카]
죄?
(무슨 말이지? 모르겠지만, 짚이는 게 있는 것도 같고……)
――윽.
(아파―― 기억해내야 하는데, 무서워서 견딜 수 없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치카게]
기억해내.
[히소카]
싫어―― 떠올리고 싶지 않아.
[치카게]
디셈버.
[히소카]
(이 목소리는 알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히소카]
――. (지금 이 꿈은…… 분명, 감독님이 말한 극단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의 미래라는 걸지도. 싫은 꿈을 꿨지만…… 감독님이 낸 숙제는 하나 클리어했어)
(……그런 꿈을 꾼 건, 이 장소 탓인가? 기숙사를 나가야만 하게 됐을 때 어디에 갈지 고민했고, 모두가 나를 신경 써주고 말을 걸어줬어)
(하지만 내가 고른 건 여기야…… 여기에 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치카게의 한순간 지은 놀란 표정과 싫은 듯한 표정은 잊을 수 없을 거야)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OK 해줬어. 분명 치카게도 알았던 거야. 감독님이 내준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장소가 필요하다는 걸)
(그렇다고는 해도……)
-
[치카게]
출입은 충분히 조심할 것. 마시멜로를 너무 사들이지 마.
체재 중에 주소는 가이 씨 바로 해둘 것. 마시멜로를 여기저기 두고 어지르지 마.
-
[히소카]
(시끄러운 조건이 붙었지만……)
(이제 내가 MANKAI 극장 무대에 서는 의미를 찾기만 하면 돼……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 (마시멜로 두 봉지 들고 가자)
-
[히소카]
(여기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어거스트, 마시멜로 한 봉지 줄게)
덥석…… 우물우물.
(겨울조 모두와 함께 왔을 때처럼, 날씨도 좋고 경치도 예뻐. 여기에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올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해봤어)
-
……잠을 자면, 치카게가 있는 곳이 생각날지도 몰라. 하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내 죄까지 생각나게 될지도 몰라.
……그게, 무서워.
그래서 잠을 자지 못했던 거구나.
그 죄는 어느 정도의 무게인가?
?
다섯 명이 함께 짊어지면 딱 좋은 정도일까?
함께 받아들일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이렇게 된 이상 일련탁생이야. 소가 되는 거랑 어느 쪽이 더 무서워?
소는 싫어…….
그럼 생각해내. 우리는 그게 어떤 거라도 받아들일게.
……고마워.
-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미카게 히소카'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되면 모두에게 전부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제 신원을 숨길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해도 '디셈버'였던 과거를 버릴 수 없었어. 거기에 '가족'이 있으니까. 내게는 '디셈버'로 살았던 과거도 '가족'과의 추억도 전부 이어져 있어서 버릴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지금 모두가 인정해주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과거가 있어서고, '미카게 히소카'라는 이름을 준 것도 어거스트야. 모든 과거가 지금으로 이어져 있어서 잘라낼 수 없어.
나는…… 과거를 버리지 않고, 과거도 포함해서 '미카게 히소카'가 될 거야.
-
[히소카]
……훗.
(디셈버로서 살아온 날들은 하루하루가 살지 못하면 죽는 거였으니까 결코 평온하다고는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미카게 히소카로서 극단에서 지낸 날들도 종류는 다르지만 굴곡이 있었지)
(그저, 양쪽 다 확실하게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어. 소중하디소중한 가족이 있었으니까)
(기억상실이었을 때는 떠올리는 게 무서워서, 딱히 기억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
(하지만 과거도 소중한 내 일부고, 과거가 있으니까 지금 배우 미카게 히소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앞으로도 하나하나의 기억이 나를 만들어 갈 거야. 그리고 그 장소는 MANKAI 컴퍼니야)
……이유는 이거면 되지?
……후우.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어. 그렇구나, 난 모두를 만나고 싶구나. 지금 나를 있게 해준 소중한 가족들을)
[치즈 고양이]
야옹~
[히소카]
?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이리 와.
[치즈 고양이]
후아아…….
[히소카]
졸려? 그걸 보니까 나도…… 후아아…… 졸리기 시작했어.
-
[히소카]
…….
[어거스트]
안녕, 디셈버.
[히소카]
(아, 또 편리한 꿈이다…… 하지만 그걸 말하면 어거스트가 삐칠 거니까 말 안 해)
[어거스트]
네가 만나고 싶다고 바랐으니까, 가족 대표로 온 거야.
[히소카]
……고마워.
[어거스트]
……힘들어 보이네.
[히소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어거스트]
너는 디셈버가 아니야. 하지만 디셈버로 살아온 과거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정했잖아?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게 반드시 있을 거야.
[히소카]
하지만…… 쓸데없는 짓 하면 치카게가 화낼 것 같아.
[어거스트]
그럼 둘이 같이 혼나자.
[히소카]
(마치 어거스트가 지금도 살아있고, 옆에 있는듯한 말투……)
[어거스트]
약속.
[히소카]
응, 약속.
-
[히소카]
――. (벌써 저녁때네……)
[큰 고양이]
야옹~
[치즈 고양이]
야옹.
[히소카]
……네 형제야?
[치즈 고양이]
야옹.
[히소카]
안녕. 나도 가야지…….
-
[히소카]
……어라? 닫혀있어. 그렇구나,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
(우편함만 확인해두자)
……내 앞으로 온 거네.
[사쿠야]
"히소카 씨, 잘 지내고 계세요? 오늘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그랬더니 길고양이가 한 마리 와서 같이 낮잠도 잤어요. 변덕스럽고 조용한 고양이가, 항상 살며시 다가와 주는 히소카 씨와 조금 닮았어요."
"왠지 히소카 씨와 같이 낮잠을 잔 기분이 들어서 기뻤어요."
[히소카]
후후.
(……햇볕 같은 사쿠야와 함께 따뜻한 그 안마당에서 또 낮잠 자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
[히소카]
다녀왔어.
(치카게는 아직 안 왔네. 지금이야……)
분명히 이 근처에……. 있다.
이제 이걸 입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치카게도 이제 '디셈버'가 아니라 '미카게 히소카'가 된 내게, 이걸 입히고 싶지 않겠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디셈버'로써 입는 게 아니라 '미카게 히소카'로써 입는 거야. 그러니까 문제없어)
(……엉터리 같을지도 몰라도, 어려운 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래. 어려운 일을 생각하는 건 치카게 역할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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