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배역을 발표하겠다. 먼저 주연, 타카토 타스쿠――.
[타스쿠]
(또 비슷한 역할인가……)
[레니]
불만인가?
[타스쿠]
네――?
[하루토]
――.
[극단원A]
…….
[타스쿠]
(배가 불렀군. 네가 하기 싫으면 내가 하겠다.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여기에 있는 건 전원 라이벌이야. 배역을 바라는 녀석, 앙상블이라도 무대에 서고 싶은 녀석은 얼마든지 있어. 그 안에서 주어진 역할은 기회야. 그걸 내던지는 일은 있을 수 없어. 여기는 그런 곳이야)
아뇨, 성심성의껏 연기하겠습니다.
[레니]
그럼 됐다.
[타스쿠]
(설령 비슷한 역할과 연기를 요구받더라도, 함께 무대에 서는 게 나를 밀어내려는 라이벌 뿐이라도 상관없어)
(그저 나답게 연기하면 될 뿐이야. 그래. 배우 타카토 타스쿠답게 연기하면 돼. 그저 그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데――)
-
[타스쿠]
"이 역할, 너라면 어떻게 연기할래?"
[츠무기]
"글쎄, 나라면――."
-
[타스쿠]
"그만둬. 이 이상은――."
(아니야, 지금 이 연기는 내 연기가 아니야)
[극단원A]
《방금 그거 타스쿠 씨야?》
[극단원B]
《야, 타스쿠 씨 무슨 일이래?》
[극단원C]
《톱이라고 갑자기 연기를 바꾸면 곤란하다고.》
[극단원D]
《방금 한 연기, 왠지 타스쿠 씨답지 않았지?》
[타스쿠]
(모두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도 왜 그런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어. 그 연기는, 계속 옆에 있었던 그 녀석의――)
-
[레니]
타스쿠, 지금 그 연기는 뭐지? 너는 강등이다.
-
[타스쿠]
"아니야!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가르쳐줘. 내가 어떻게 해야 했던 거야?"
"누가 좀 대답해줘. 부탁이야―― 누가 좀――."
-
[시노자키]
수고했어. 잘하던데. 역시 타스쿠야.
[타스쿠]
감사합니다.
[시노자키]
……네 극단은 괜찮아?
[타스쿠]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걸로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시노자키]
아직 객연밖에 부탁할 수 없나.
[후유키]
수고했다~
[타스쿠]
왔었어?
[후유키]
시노자키한테 티켓을 부탁했거든.
[타스쿠]
못 들었는데.
[시노자키]
미안하군. 너보다 네 형이랑 더 오래 알고 지내서.
[후유키]
그런 거지.
[타스쿠]
하아…….
[후유키]
이후에 어디서 마실 거야?
[시노자키]
근처에 좋은 가게가 몇 군데 있어.
[타스쿠]
(갈아입을까……)
[후유키]
타스쿠는 뭐 먹고 싶어? 닭가슴살 빼고.
[타스쿠]
나도 가?
[후유키]
당연하지.
[타스쿠]
……하아.
-
[후유키]
건배~
[시노자키]
수고했어.
[타스쿠]
건배.
[후유키]
이야~ 타스쿠의 마지막 독연은 최고였어! 뭉클하던데! 그런 역할을 시키면 잘한다니까. 자랑스러운 동생이야.
[시노자키]
여전히 브라콤이군.
[타스쿠]
허풍 떨지 마.
시노자키 씨, 죄송해요.
[시노자키]
아니, 하지만 후유키가 칭찬하는 마음도 알겠어.
GOD 극단 시절부터 타스쿠의 연기는 누구보다 눈에 띄었지만, 극단을 옮긴 후에 오랜만에 본 연기도 표현이 풍부해졌더군. 오늘 연기는 깊이와 설득력이 더욱 커졌고 말이야. 항상 진화하고 있어. 정말로 좋은 배우가 됐구나.
[후유키]
좋은 남자도 됐죠.
[시노자키]
좋은 남자라, 그렇군.
[타스쿠]
형 말 받아줄 필요 없어요.
[시노자키]
아니, 역시 형이야. 동생을 잘 보고 있어.
[후유키]
그렇지~?
[타스쿠]
???
[시노자키]
역시 MANKAI 컴퍼니의 연습 덕분인가?
[타스쿠]
연습이랄까…….
-
……아직 여기 있었어? 기숙사에 안 돌아온다 싶었더니.
왠지 떠나기 힘들어서. 끝나지 않는 문화제 전날 같은 이 감각을 엄청 좋아하거든.
문화제라니…… 어린애도 아니고.
내일이면 미카엘하고도 이별이라고 생각하니까 허전해서.
그래…… 하지만 앞으로 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어.
그 전에 GOD 극단에 이기지 못하면 해산이야.
그러고보니 그랬지…… 난 여길 나가면 더 갈 곳도 없고. 어떻게든 해야지.
그게 아니라도 나는 이 겨울조에서 해나가고 싶어. 타 쨩하고 함께, 이 겨울조에서.
-
……전에 아즈마 씨도 비슷한 걸 물어봤었죠. 여기에 있는 이유는 츠무기가 있어서냐고요.
아, 심야의 주민 공연 때였지.
그때도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츠무기가 있어서라는 이유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어요.
그때 정리되지 못했던 마음을 이제 겨우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 답이 나왔구나.
연기는 재밌어.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을 연기하는 건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아. 공연을 끝낸 다음에 받는 박수나 갈채는 최고야.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것만이 아니야.
연기를 갈고 닦아 배우로서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싶어.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의 경쟁을 즐기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어.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어. 그게 가능하니까 연극을 좋아하는 거야. 그걸 오늘 이 무대 덕에 떠올릴 수 있었어.
흠, 그러니까 어떻다는 건가?
――그러니까, 즉, 겨울조에서 너희랑 같이하는 연기가 좋아. 이게 내가 MANKAI 컴퍼니에 있는 이유야.
-
[타스쿠]
정말 기막힌 인간들만 있어서 매일같이 소동이 일어나고 그것도 평범하게 살면 겪어보지 못 할 일들 뿐이에요.
뭐…… 좋은 말로 하면, 그런 게 인생 경험이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곳에서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던 인간들이 만나서, 어른스럽지 못하게 연극에 열중하고……)
(연기가 좋아지고 내가 달라졌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 괴짜 같은 동료들과의 밀도 있다 못해 넘치는 나날을 보낸 덕분이야)
(계속 더 좋은 배우가 되자고 생각해왔고 노력해왔다만……)
이런 성장 방식은 예상한 적 없었는데 말이에요…….
[시노자키]
그렇군.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물어보는 건데, 우리 극단으로 올 생각은 없어?
[후유키]
정말 미련이 넘치네.
[타스쿠]
죄송합니다. 저는 MANKAI 컴퍼니에서 하는 연기가 마음에 들고, 아직 겨울조 녀석들과 함께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대화로 다시금 저는 아직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실감했어요.
[시노자키]
내 무덤을 팠군.
[타스쿠]
다음에 저희 극단 신작을 보러 와주세요.
-
[후유키]
하~ 재밌었다~ 그치~ 타스쿠~
[타스쿠]
날뛰지 마. 떨어진다.
[후유키]
형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요 녀석이~
[타스쿠]
하아…… 기숙사를 나와도 이거냐고. 미카게를 옮기는 게 가벼워서 낫겠어.
-
[타스쿠]
하아…… 피곤해.
[후유키]
좋은 근육 트레이닝이 됐지?
[타스쿠]
뭐?
[후유키]
취한 연기, 나도 꽤 잘하지 않았어?
[타스쿠]
너 진짜…….
[후유키]
아하하, 미안미안. 야, 미간 주름 깊어진다.
[타스쿠]
하아…….
[후유키]
자, 이걸 보면 미간 주름도 사라지지 않겠어?
[타스쿠]
? 이건…….
[사쿠야]
"타스쿠 씨, 잘 지내고 계세요? 혼자 여행할 때는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서 전철이나 버스, 도보를 이용하고 있는데 의외로 쾌적해요."
"이것도 다 타스쿠 씨와 런닝을 하며 몸을 단련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타스쿠]
……훗.
[사쿠야]
"지난번에 히치하이크했는데, 태워주신 분이 무려 GOD 극단 시절부터 타스쿠 씨의 팬이었대요."
"GOD 극단 시절의 연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겨울조 연기를 보면서 지금의 타스쿠 씨의 연기가 더 좋아졌다고 해요."
"다음 타스쿠 씨의 주연은 언제냐고 물어보셔서 조금 곤란했지만, 기뻤어요. 저도 빨리 타스쿠 씨의 주연 무대를 또 보고 싶어요."
[타스쿠]
……나도 빨리 네 연기가 보고 싶어.
[후유키]
주름, 사라졌네.
[타스쿠]
흥.
……그렇지. 형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가능한 것만이라도 괜찮은데…….
[후유키]
귀여운 동생이 부탁하는데 힘내야지. 형님한테 뭐든 다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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