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게]
(성가신 회의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연습시간까지 아직 남았으니 자율연습이라도 할까)
(츠즈루에게 추천했던 우주 박물관이 분명 이 근처였을 텐데, 역시 이미 닫았을 거고…… 애초에 가봤자 의미도 없나.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지식뿐이니까)
……. (달을 향한 강한 동경. 어딘가 어린애처럼 순수하게 달을 올려다본다……)
……. (아쉽군. 오늘 밤 달은 구름에 가려져 안 보이겠어)

-

[치카게]
다녀왔어.

[사쿠야]
어서 오세요!

[마스미]
어서 와.

[치카게]
……봄조가 다 모였네.

[이타루]
긴급 가족회의예요.

[치카게]
응?

[시트론]
바로 회의실로 이동이야~!

-

[이타루]
벚꽃떡이랑 잔멸치 주세요.

[시트론]
이쪽에도 단새우랑 잔머리 하나 줘~!

[츠즈루]
잔멸치겠죠! 그리고 광어 지느러미랑 오징어 추가할게요.

[마스미]
연어랑 대게, 참치 뱃살.

[치카게]
여기가 회의실?

[이즈미]
저녁으로 초밥을 먹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요.

[치카게]
회의 주제는 제철 재료인가.

[츠즈루]
아~ 그건 저부터――.
실은 각본이 좀처럼 마무리가 안 돼서 로베르트의 성격을 치카게 씨와 비슷하게 조정해보려고 했어요. 그러면 치카게 씨도 연기하기 쉬워질 테니까요.
그런데 새삼 생각해보니 저희, 치카게 씨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물론 치카게 씨도 뭔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란 건 알고 있지만…….
오즈는 치카게 씨를 모르니까 쓸 수 있었던 각본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채 애매하게 쓰고 싶지 않아요. 그때와는 다른,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치카게]
부탁하고 싶은 거?

[사쿠야]
…….

[이타루]
…….

[츠즈루]
저희랑――.

[시트론]
먹고 다 파기해줘!

[치카게]
파기?

[마스미]
묻고 답하기.

[이타루]
봄조 멤버 한 사람당 하나씩 선배에게 질문하게 해달라는 거예요.

[마스미]
규칙은 하나야.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은 대답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답할 때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치카게]
……그렇군.

[샤쿠야]
어떤가요……?

[치카게]
……. ……좋아.

[츠즈루]
정말요!?

[마스미]
의외야.

[치카게]
그런데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너희는 알 수 없잖아?

[사쿠야]
치카게 씨는 거짓말도 농담도 하지만, 약속을 어기지는 않잖아요.

[치카게]
……그렇게 말하니 배신은 못하겠군.

[이타루]
그리고 볼품없이 도망치지도 않을 거고요.

[치카게]
그래 알았어. 규칙은 지킬게. 물론 얘기할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거부권이 있으니 상관없어.
지금 각본도 연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건 내 책임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주연을 맡기도 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게. 설마 그게 질문에 대답하는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츠즈루]
그럼 잘 부탁할게요.

[사쿠야]
저도 치카게 씨를 더 많이 알고 싶었어요. 기뻐요!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트론]
치밥이 왔어~!

[이즈미]
초밥, 먹을까요!

[츠즈루]
문어 추가로 주문할게요!

[치카게]
(입단했을 당시의 나라면 이런 부탁 절대로 들어주지 않았겠지)
(……어쩔 수 없이 물러진다니까)

-

[유키]
……됐다, 치수 다 쟀어. 다들 저번하고 그다지 사이즈 바뀐 게 없네.
이제 조정하기 싫으니까 이 체형을 유지할 것.

[츠즈루]
알았어.

[유키]
그리고 악세는 골드로 통일하고 싶은데.

[치카게]
……가능하면 이번에도 이 반지는 착용한 채로 있고 싶은데.

[유키]
알았어. 그럼 다른 사람도 실버를 넣으면 돼.

[치카게]
미안해.

[마스미]
…….

-

[치카게]
…….

[마스미]
지금, 돼?

[치카게]
응. 무슨 일이야?

[마스미]
전에 말한 묻고 답하기.

[치카게]
마스미가 첫 번째로 질문하다니 조금 의외인걸.

[마스미]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치카게]
그런 거구나. 질문해.

[마스미]
그 반지, 왜 항상 끼고 있는 거야?

[치카게]
――. 설마 직구로 그걸 물어볼 줄은 몰랐어.
…….

[마스미]
……딱히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패스해도 돼.
치카게가 늘 몸에 지니고 있는 건데 의미가 없을 리는 없고, 그런 데 소원을 빌거나 징크스를 믿는 성격도 아니어 보이니까. 왜일까 싶어서 궁금했던 것뿐이야.

[치카게]
……뭐, 마스미는 괜찮나. 전에도 조금 얘기했던 적 있고.
죽은 가족이 있다고 했던 거 기억해? 그 가족의 유품이야.

[마스미]
유품…….

[치카게]
응. 그 녀석이 살아있었던 증거이자…… 죽었다는 증거.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해.
……잘 모르겠지?

[마스미]
너한테 목숨과 같을 정도로 소중한 거라는 건 알았어. 그거면 충분해.
어쩌면 그 가족이 관련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어.
그럼 할당량은 클리어. 간다.

[치카게]
이걸로 된 건가. 담백하네.
……그나저나 처음부터 이거라니. 조금 경솔했나.

[히소카]
……치카게가 웬일로 곤란해하고 있어.

[치카게]
……있었냐.

[히소카]
위에서 자고 있었어.

[치카게]
계절을 생각하라고 했을 텐데.

[히소카]
……묻고 답하기랬나. 좋아 보여.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치카게]
그런 미래 일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어.

[히소카]
……치카게가 말하기 싫어하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건 '우츠키 치카게'지 다른 네가 아니야.
그렇게 조금씩 얘기할 수 있는 것만 얘기해가면 된다고, 나는 생각해.

[치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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