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정환경이 이른바 '보통'과 다르다는 걸 이해한 건, 초등학교 때다.
운동회의 부모자식 릴레이에서 반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와 참가하는 가운데, 나는 어머니와 참가했었다.
여름방학 때 모두가 어디에 여행을 다녀왔다, 방과 후에는 뭘 배우느라 바쁘다, 게임이나 옷을 사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집과의 차이를 의식하게 됐다.
갖고싶은 걸 참는 건 당연했고, 생일날 조차도 예산을 신경 써서 선물을 요청했다.
어머니도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으시고, 고생하셨겠지.
그걸 알고 있었으니까 불만을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었다.
그저, 반 아이들은 내가 '보통'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고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 같은 나이인 반 아이들을 어린애 같다고 내려다보며 거리를 뒀다.
사실은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걸 솔직하게 인정할 수 없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친절한 반 아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뭐라고 하는 카드를 하고 있냐는 물음이었다.
카드 이름은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그 무렵 반 남자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모여서 하고 있던, 유행하는 카드 게임이었다.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주변에 있던 반 아이가 끼어들었다.
배려하는 듯한, 조소하는 듯한 그런 말투로 하고 있을 리 없잖아, 불쌍하니까 부르지 마, 하고 속삭이는 게 분해서 참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 가정이 부끄럽다던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요즘은 싱글 마더도 드물지 않고, 어머니와의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때 눈 앞에 놓인, 우리에게 향하는 세간의 시선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방과 후, 가지고 있는 용돈을 긁어모아 장난감 가게로 갔다.
나는 불쌍하지 않아, 카드 정도는 살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5장이 든 카드를 한 팩 샀다.
용돈을 나만을 위해 쓴 것은 처음이라,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두근거렸던 게 기억난다.
반 아이들이 이야기했던 최강의 드래곤 카드가 들어있을지도 몰라, 내일 교실에서 자랑할 수 있을지도 몰라…….
평소에 제대로 말도 안 나누는 반 남자애들이 자신의 주변에 모여드는 것을 상상하니,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
막상 집에 돌아가서 개봉해 보니, 엄청 보잘것없는 카드만 나오고, 당연히 최강의 드래곤 카드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카드팩 뒤쪽의 설명을 읽고 애초에 40장이 없으면 덱이 완성되지 않고,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는 걸 알고서 절망했다.
어머니에게 받은 얼마 없는 돈으로,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슬픔이 밀려왔다.
용돈은, 정말 갖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소중하게 쓰라고 주셨던 거다.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카드에 써버리다니…….
사실은 착실하게 모아서 어버이날 선물에 쓰고 싶었다.
그런데…….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어졌다.
헛되이 돈을 써서 속상한 마음과, 반 아이들을 향한 질투,
내 집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을 텐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한심해서, 어머니께 죄송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깨달았을 땐, 집을 뛰쳐나가고 있었다.
-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사이에 주변이 캄캄해졌다.
어머니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도 이미 지나있었다.
지금쯤 얼마나 걱정하고 계실까 겁이 났을 때, 멀리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일을 한 뒤라 피곤할 텐데, 나를 찾게 만들어버렸다.
그것이 죄송해서 어머니 앞으로 갔더니 '미안하다' 하시며 안아주셨다.
-
가출한 것에 혼나는 일 없이 그대로 함께 돌아오니, 어머니가 직접 카드를 만들어주셨다.
밥상 위에 놓여있던 카드팩을 보고, 내가 카드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순간적으로 아니라고, 그저 반 아이들이 불쌍히 여기는 게 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꽤 잘 만들었지?'라며 뽐내는 어머니를 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어떤 카드가 갖고 싶으냐고 하시길래, 최강의 드래곤이라고 대답했다.
대답할 때마다 어머니는 상상으로 새로운 카드를 그려주셨다.
카드 효과나 능력을 정한 건 나.
돈이 들지 않는 놀이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 뒤로, 직접 만든 카드로 몇 번이고 계속 어머니와 놀았다.
어느덧 놀지 않게 되어도 카드를 버릴 수 없어서 계속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날 집을 나가서, 내 자신의 나약함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의 애정을 알았다.
언젠가, 내 힘으로 그 은혜를 갚자고 결심한 건, 그때였다.
-
[아자미]
그런 얘기,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사쿄]
어릴 때의 한심한 이야기야. 말할 리 없잖아.
[이즈미]
그럼, 이 카드는……?
[아자미]
……이건, 내가 초등학교 때 만든 거야. 망할 사쿄랑 똑같아. 나는 야쿠자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학교에서 붕 떠 있었으니까 친구도 없었어.
그때 유행했던 카드 게임의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친해질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용돈으로 카드를 샀어.
내 경우엔, 집에서 아버지한테 들켜서 바로 버려졌지만.
'야쿠자의 후계자가 이런 방정맞은 걸로 노는 거 아니다'라고. 누구 탓에 이런 게 필요해졌는데, 진심으로 화가 났어.
그때, 내 용돈으로 산 것은 죽어도 아버지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 그래도 결국 메이크업 도구도 들켜서 버려졌지만.
[이즈미]
그랬구나…….
[사쿄]
도련님이 사 온 카드가 버려진 뒤에, 내 어릴 때가 떠올라서 도련님의 기분을 알게 됐어.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기분에, 그만 스스로 카드를 만들라고 말해버린 거야. 야쿠자 카드라면, 회장님도 안 버리지 않겠냐면서.
[이즈미]
그렇구나. 그래서, 인의의 숲의…….
[쿠몬]
그럼, 같이 있던 저 낡은 카드는?
[사쿄]
카드 종료는 많은 게 재미있잖아. 내가 섞어뒀지.
[아자미]
그게, 어머니랑 만든 카드였던 건가…….
[사쿄]
그래.
[아자미]
어쩐지 당신치고는 그림을 잘 그렸다 싶었어.
[사쿄]
뭐야?
[쿠몬]
아자미는 그때부터 메이크업의 프로가 되고 싶었어?
[아자미]
……응.
[사쿄]
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도련님한테 들은 건 딱 그 시절이야.
동시에 회장님한테도 도련님을 훌륭한 후계자로 키워내, 은천회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서 정직한 야쿠자를 관철할 거라는 꿈을 들었지.
회장님과 은천회에 대한 은의를 잊은 적은 없어. 회장님의 꿈에 공감도 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도련님의 꿈을 부정할 수 없었어.
어중간한 입장인 주제에 응원 같은 걸 해서―― 먼저 꿈을 이뤄버려서, 미안했다.
[아자미]
…….
[사쿄]
하지만, 꿈을 이룬 지금이니까 너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포기하지 마.
[아자미]
――.
[사쿄]
비록 부모라도, 다른 인간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마. 너 자신의 인생이야.
[아자미]
――.
[사쿄]
나는 회장님의 꿈도 응원하고 싶지만, 그 이상으로 도련님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자미]
――뭐야, 갑자기…….
[사쿄]
가장 가까이서, 네가 진지하게 해오는 걸 지켜봤으니까…….
[아자미]
…….
[사쿄]
회장님을 설득하는 건 전력으로 도와주지.
[아자미]
……진짜지?
[사쿄]
그래.
[아자미]
아버지한테 맞아도 모른다.
[사쿄]
반 정도는 떠맡아줄게.
[아자미]
반이냐.
[사쿄]
나머지는 스스로 어떻게든 해.
[아자미]
……흥.
[이즈미]
(잘됐다…… 사쿄 씨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됐어.)
-
[사코다]
그건 그렇고, 형님의 기억력은 굉장하네여― 이렇게 오래된 카드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요.
저 같은 건 아무리 해도 구구단도 못 외웠다고요.
[아자미]
그보다, 이런 시시한 거 기억하고 있어도 쓸데없잖아.
[사쿄]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야. 도련님이 초등학교 입학식 때 기합을 넣고 올백으로 가서 붕 떠버린 것도 기억하고 있어.
[아자미]
――.
[사코다]
아자미, 멋지네―!
[사쿄]
2학년 때 운동회 기마전에서 도련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주변이 멀찍이 떨어진 탓에 그냥 걸어 다녔던 것도 기억하고 있고.
[쿠몬]
역시 아자미!
[사쿄]
3학년 여름방학 공작 숙제로, 점토로 단도를 만들어 담임에게 불려갔던 것도――.
[아자미]
그만 떠들어! 쓸데없는 거 떠벌리지 마―!
[사쿄]
안경 밟은 걸 웃은 복수다.
……나는, 잊고 싶지 않은 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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