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미]

가을조 전원 모였지? 그럼 시작한다.

공연 시작이 가까이 다가온 지금, 공연 기간을 이겨내기 위해 당신들한테 해둘 말이 있어.

――켄 씨.


[사코다]

예이!


[이즈미]

(뭐랄까, 1년쯤 전에 똑같은 광경을 봤던 것 같은데…….)


[타이치]

데자뷰가 느껴짐다!


[쥬자]

나도.


[사코다]

짜―안!


[반리]

공연 기간 중의 미용 슬로건……?


[타이치]

수면·보습·스킨케어 생활……?


[사코다]

제자(題字) 사코다 켄!


[오미]

……역시 사쿄 씨가 키운 아이 답네.


[사쿄]

무슨 뜻이지?


[아자미]

공연 기간 중에는 매일 장시간 풀메이크업으로 아무리 해도 피부가 거칠어져. 베스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이상으로 신경 쓸 필요가 있어.

아침 저녁으로 보습크림을 발라. 비타민 C를 섭취해. 햇볕에 태우지 마. 골든 타임엔 자.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어쩌고저쩌고…….


[이즈미]

(사쿄 씨랑 똑같아……!)


[아자미]

메이크업 할 때 얼마나 잘 먹나로 잘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거칠어지면 하루종일 새하얀 마스크팩 붙인 채로 있게 할 거야.


[타이치]

그런 귀신의 집 같은……!


[사쿄]

아저씨한테 직장 여성 같은 스킨케어를 바라지 마.


[아자미]

시끄러워. 아저씨가 가장 피부 연령 높으니까 남보다 더 분발해! 아즈마 씨를 본받아!


[사쿄]

무리한 말 하지 마!


[반리]

아즈마 씨는 레벨 높지…….


[쥬자]

아즈마 씨라…….


[사쿄]

네 녀석들도, 남의 피부를 뚫어져라 보지 마!


[이즈미]

(아자미 군하고 사쿄 씨, 말싸움은 여전해도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전과는 달리 험악하지 않아. 분명 이게 두 사람의 원래 관계일 거야…….)


-


[사쿄]

…….


[이즈미]

……사쿄 씨.


[사쿄]

응?


[이즈미]

뭐 하고 있어요?


[사쿄]

바람을 쐬고 있었던 것뿐이야.


[이즈미]

빨리 안 자면 아자미 군이 마스크팩 붙여줄 거예요.


[사쿄]

안 좋은 일 생각나게 하지 마.


[이즈미]

프로의식이 높아서 믿음직스럽네요.


[사쿄]

……사고 연락을 받았을 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 미안했다. 네가 있어 준 덕분에 살았어.


[이즈미]

소중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으면 흐트러지는 게 당연해요.


[사쿄]

……게다가, 그 녀석에게 사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가슴이 답답했던 게 사라졌어.


[이즈미]

화해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쿄]

옛날얘기를 폭로한 탓에, 그 후에도 당분간 언짢아했지만.


[이즈미]

사쿄 씨는 정말 많은 걸 기억하고 있네요. 각 공연의 상세한 예산 수치라던가……!


[사쿄]

중요한 거잖아.


[이즈미]

그건 그렇지만, 조금은 잊어버려도…….


[사쿄]

뭐?


[이즈미]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쿄]

뭐, 네가 완전히 잊어버린, 애보기 하던 시절의 일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이즈미]

네!? 이상한 옛날이야기 폭로하지 말아 주세요?


[사쿄]

글쎄다. 네 태도를 봐서.


[이즈미]

예산 엄수하겠습니다.


[사쿄]

당연하지.

……그리고, 너한테 극단 존속의 조건을 들이댔을 때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어.


[이즈미]

무슨 말이요?


[사쿄]

유키오 씨가 극단을 내팽개치고 도망간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 말이야. 네가 총감독으로서 도망치지 않으면, 철회하기로 했었던.


[이즈미]

……아.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때는 사쿄 씨의 마음을 몰랐으니까 아빠를 나쁘게 말하는 게 미워서 참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알겠어.)

(사쿄 씨는, 이제 두 번 다시 MANKAI 컴퍼니가 쇠퇴해져 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거지…….)


[사쿄]

타이밍을 계속 놓쳤지만…… 제대로 철회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었어. 너는 도망치지 않고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유키오 씨도…… 이유도 없이 극단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리 없어. 뭔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이즈미]

……네.

(대체 무슨 이유인 걸까. 1년 이상 총감독을 맡아보니 더욱, 극단을 내버려 두고 실종될 이유 같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모두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게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아. 계속 하고 싶어. 아빠도 분명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그런데 극단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 아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쿄]

뭐, 생각해도 별수 없지. 회장님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해.

분명, 어디선가 유키오 씨도 너를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이즈미]

……그렇지요.

(지금은, 아빠가 돌아왔을 때 가슴을 펴고 맞이할 수 있도록, MANKAI 컴퍼니의 모두와 힘을 내자.)


[사쿄]

회장님하고 유키오 씨는 많이 다르지만 말이야. 너, 유키오 씨한테 혼난 적 별로 없지?


[이즈미]

그렇죠…… 엄마한테는 자주 혼났지만.

그러고 보니, 회장님은 상냥해 보였는데, 카드나 메이크업 상자를 버리다니 꽤 엄하네요.


[사쿄]

……뭐, 천국의 사모님을 안심시켜주고 싶은 것이겠지.


[이즈미]

아자미 군의 어머니요?


[사쿄]

그래. 도련님이 다섯 살 때 돌아가셨어. 원래 병약했다고 하더군. 회장님과 결혼했을 때부터 훌륭한 후계자를 낳을 수 있을지 항상 걱정하셨다고 해.

그래서, 첫 아이인 도련님이 태어났을 때는 부부가 같이 진심으로 기뻐했다더군. 사모님을 위해서라도, 도련님을 훌륭한 후계자로 키워 보이겠다고, 회장님이 취해서 말을 했었어.

그러니까 더욱, 나도 회장님의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어.


[이즈미]

그랬군요…….


[사쿄]

회장님도 완고한 분이다. 설득을 도와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꽤 힘들겠어.


[이즈미]

(단순히 큰일인 게 아니라, 회장님과 아자미 군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더욱, 사쿄 씨도 괴로운 거겠지…….)


-


[사코다]

……으―음, 습자 도구는.

아자미도 학교랑 양립하는 거 힘들겠어~ 포스터도 나와서 공연도 이제 곧이고~

아, 이건가? 좋아, 이걸 기숙사로 가져가서…….


[회장]

이봐, 사코다.


[사코다]

네, 네엣!?


[회장]

뭘 놀라는 거야.


[사코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님다! 무슨 일 있슴까?


[회장]

다음 사쿄네 공연이 이제 곧이지 않나. 또 조직 녀석들 몫도 티켓 구해놔.


[사코다]

네!?


[회장]

뭐야. 사람 수가 많으니까, 이번엔 감독 씨한테 부탁하지 않아도 돼.


[사코다]

아, 아니, 그게, 이번엔 좀 티켓을 구하는 것도 격전이라 어려울지도…….


[회장]

그럼 조직 녀석들을 써.


[사코다]

아, 아니~ 그게…….


[회장]

이봐, 사코다. 그건 뭐냐?


[사코다]

!! 포, 포스터가……!


[회장]

주연, 이즈미다 아자미…… 라고?

이봐 사코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사코다]

히,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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