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객A]

"이번 매니저는 꽤 젊군. 리처드랬나?"


[초대객B]

"전임 매니저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들어갔다더군."


[초대객A]

"아하, 환영파티 분위기가 이런 건 그 탓이로군. 분명, 전 국립 오페라의 테너 가수라고 했던가?"


[초대객B]

"한때는 인기가 상당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라이벌인――."


[크리스]

"……."


[초대객A]

"음? 저건 누구지……?"


[초대객B]

"신인인 것 같군. 이름은 크리스―― 크리스·다에."


[이즈미]

(서두는 호마레 씨가 연기하는 리처드의 오페라 극장 매니저 취임 파티 신…….)


-


[라울]

"잘 했어, 크리스!"


[크리스]

"전혀 아니야. 연습대로 잘 안 됐어."


[라울]

"충분해. 새로운 매니저한테도 꽤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 첫 무대도 꿈이 아닐 거야."


[크리스]

"설마. 칼이 있는 한 무리야."


[라울]

"자신을 가져."


[리처드]

"잘 부탁하네, 칼. 앞으로 오페라 극장을 짊어지고 서는 건 그대니까 말이야."


[칼]

"과장이세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매니저."


[라울]

"바로 아첨하고 있군."


[크리스]

"그는 실력도 갖추었으니 당연해."


[이즈미]

(응, 다들 침착하게 잘하고 있어. 각자의 관계성도 잘 나오고 있고.)


-


[크리스]

"하아……."

"……? 누구의 노랫소리지? 이런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있었나?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아아, 어쩜 이리도…… 애처롭고, 스며드는 아리아인가."


[칼]

"수고했어, 크리스."


[크리스]

"아, 칼, 수고했어."


[칼]

"네 아리아, 좋더라. 하지만 여전히 뭐랄까, 내향적이고 섬세하기만 하더군. 대극장에는 어울리지 않아. 너는 살롱에서 노래하는 게 어울리는 거 아닐까?"


[크리스]

"그런, 가……."


[칼]

"뭐, 힘내라고."


[크리스]

"……고마워."

"어떻게 하면, 더욱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도 칼처럼――."

"안 돼. 나는 도저히 그렇게 노래할 수 없어…… 어차피 노래한다면, 좀 더 마음에 살며시 스며드는……."


[이즈미]

(뮤지컬이 아니니까 실제로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는 연출인데, 츠무기 씨의 연기로 정말 들려오는 것 같이 느껴져. 역시 섬세한 표현을 잘해.)


-


[크리스]

"그의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아. 어디 가수일까? 오페라 극장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데……."

"그, 달콤하고 깊은 벨벳과도 같은 감촉의 노랫소리…… 정확한 음정에 치밀한 비브라토…… 분명, 이렇게……."


[라울]

"크리스, 첫 무대가 결정됐다며!?"

"――. 지금 노래한 거, 크리스야?"


[크리스]

"어? 응."


[라울]

"놀랐어. 그런 창법은 처음 들어."


[크리스]

"조금 바꿔봤어. 어때?"


[라울]

"선생님을 바꾼 거야?"


[크리스]

"아니."


[라울]

"그럼, 왜 갑자기……."


[크리스]

"……어느 가수의 창법을 흉내 내봤어."


[라울]

"어느 가수? 의미심장하네. 누구야? 나도 들어보고 싶어."


[크리스]

"그게, 설명을 잘 못 하겠는데……."


-


[라울]

"오페라 극장의 망령? 뭐야 그게."


[크리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어. 사방으로 찾아봤는데, 그런 노랫소리를 가진 가수는 어디에도 없었어."


[라울]

"……흐응. 재밌어 보이네. 나도 찾아볼게. 뭔가 단서는 없어?"


[크리스]

"단서라고 해도…… 방금 그 창법밖에 없어. 그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건 항상 나 혼자 있을 때야."


[라울]

"네 망상인 거 아니야?"


[크리스]

"모르겠어. 그렇다 해도, 그의 노랫소리는 내 이상이야."


-


[이즈미]

(노랫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는 라울과 크리스…….)


[필]

"달콤한 노랫소리에 정확한 음정, 치밀한 비브라토의 테너 가수 말이지. 그 정도로는, 아무리해도 좁힐 수 없어."


[라울]

"부탁해. 오페라 극장에서 일했던 형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어쨌든 크리스가 홀딱 반할 정도야. 재능이 상당하겠지. 나도 들어보고 싶어."


[필]

"그렇게 말하니 나도 신경이 쓰이는군."

"으―음, 오페라 극장의 망령이라. 애초에, 왜 남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라울]

"뭔가 사정이 있겠지. 크리스의 망상이 아니라면 말이야."


[필]

"수수께끼 같네…… 수수께끼라면, 10년 정도 전에 세상의 관심을 모았던 테너 가수의 실종사건이 있었지."


[라울]

"실종사건?"


[필]

"인기 절정일 때, 갑자기 공연 중에 실종된 테너 가수가 있었어. 당시엔 사건인가 사고인가, 아니면 치정에 얽힌 동반자살인가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었지. 그때는 연일 기자가 극장으로 달려와서 큰일이었어."


[라울]

"호오……."


[필]

"분명, 그 가수의 이름이……."


-


[크리스]

"에릭?"


[라울]

"그래. 당시 신문기사를 모아봤는데, 네 감상하고 대체로 일치해. 오페라 극장의 망령이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크리스]

"그는 망령이 아니야. 살아있어. 지금도 실재해."


[라울]

"이봐. 진짜로 망상에 사로잡힌 거야? 정신 차리라고."


-


[크리스]

"또 그의 목소리야……."

"너는 정말 망령인 거야? 어째서, 망령이 되어서까지 노래를 계속하는 거지? 노래에 홀려 있는 거야?"


[가이]

"그런 거겠지. 분명."


[츠무기]

"네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한 번 더 무대에서 노래해보지 않겠어? 너는 그러기 위해 계속 노래하고 있는 거지?"


[가이]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 나는 그저 그림자야."


[크리스]

"오늘 밤, 내가 무대에 설 거야. 거기서 나를 대신해 노래해주지 않겠어? 너는 무대에 서야만 하는 인간이야."


[이즈미]

(이번에, 팬텀은 대사가 적어. 적은 등장 신과 대사로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하는 어려운 역할이야. 하지만, 지금의 가이 씨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 감추어둔 감정이 목소리만으로도 전달되고 있는 걸…….)

(공연 첫날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이야…… 가이 씨를 처음 봤을 땐 생각도 못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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