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옷 좀 봐봐. 멋지지!"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벌린 나치의 정장 차림은 돌려 말해도 형편없었다.

아이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볼프'의 다른 멤버들도 칭찬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치는 내 앞에 우뚝 섰다.


"좋아, 신경 써서 최고의 한 장 찍어라?"

"뭐에 쓸 건데? 그런 정장 사진은."

"뭐 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나치에게 부탁받아, 마지못해 집에서 아버지의 오래된 카메라를 빌려왔다.

지금은 보기 드문 필름 식으로, 사용법도 제대로 모른 채 어쨌든 셔터를 눌렀다.


"찍었어. 이제 됐지?"

"더 잘 찍어봐."

"그런 말 해도. 사용법을 모른다고."

"괜찮아. 넌 사진에 재능이 있어."

"무슨 근거로……."

"됐으니까 빨리 찍어봐."

"거의 찍었잖아."

"한 장 찍었잖아. 백 장은 찍어둬."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


쓴웃음을 지으면서 계속 셔터를 누른다.


"전부 똑같은 사진이 되는 거 아님까?"


우뚝 선 포즈를 잡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나치를 보면서, 멤버인 료가 작게 중얼거린다.

내가 크게 끄덕이니 나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멍청한 놈!"

"오늘 이 순간의 나는 이 순간밖에 없다고!"

"어차피 내일도 볼 얼굴인데."


나치를 비롯하여 볼프 멤버는 매일같이 아지트에 모인다.

내 정론에, 멤버들이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자 나치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너네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거기 좀 나란히 서봐! 찍어보면 알아!"


그 뒤로 나치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주장에 따라 강제로 볼프 멤버의 단체 사진을 찍게 되었다.

결속이 강한 팀이었지만, 그런 걸 찍는 건 처음이었다.

나치를 빼고는 나를 포함해 모두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그런 어색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그저 나치만이 만족스러워 보였다.

오고 가는 동료들 간의 시시한 대화.

이런 날들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 생각했다.


그 날까지는――.


-


"나치! 눈을 떠, 나치――!!"


나치는 이제 없다.

볼프 멤버들도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동료를 잃었다.

그 날들은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빼지 말고 더 찍어줬으면 좋았잖아. 안 그래, 오미?"


-


[오미]

――윽.

(……꿈인가.)

……하아.


[타이치]

……오미 군? 괜찮아여? 가위 눌렸었슴다.


[오미]

미안. 내가 깨운 건가.


[타이치]

아뇨, 저도 엄~청난 악몽에 시달려서……!


[오미]

악몽?


[타이치]

거대한 재봉틀 바늘이 저를 습격했어여! 도망치려고 해도 몸이 자동으로 바늘 쪽으로 가서……!


[오미]

하하…… 여름조 의상을 도와주는 거 힘들었나 보네.


[타이치]

역시 그게 원인이겠죠…… 지금도 재봉틀소리가 귀에 달라붙어서 잠이 안 들 것 같슴다.


[오미]

조금이라도 자는 게 좋아. 내일은 카즈나리가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고 했으니까.


[타이치]

아! 그랬지! 다크써클이 있으면 여자애들이 싫어함다!


[오미]

나는 깨어있을 거니까, 또 가위눌리는 것 같으면 깨워줄게.


[타이치]

고마워여!


[오미]

……. (그리운 꿈이었어……. 요즘엔 그 시절의 꿈은 별로 꾸지 않았는데. 그 때 찍은 나치 사진은 뭐에 쓸 생각이었을까? 정장을 입고 면접에 가는 것도 아닐 텐데……)

……. (결국 그 필름은 아직도 현상하지 않았지……. 옛날 물건은 바이크도 포함해서 전부 봉인했어. 그때를 돌아보는 것이 무서워서, 과거와 마주 보는 것에서 도망치듯이……)


-


[타이치]

이쪽이 더 좋슴다.


[오미]

그래…….


[이즈미]

둘이서 컴퓨터 들여다보면서 뭐해?


[타이치]

사진 정리해여!


[오미]

새 프로필 사진을 정하는 김에 다른 사진도 정리하려고. 공연 사진 외에도 이벤트 사진 같은 게 꽤 많이 있으니까, 앨범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


[이즈미]

괜찮겠다!


[타이치]

기념이 될 거예여!


[오미]

감독님도 같이 골라줘.


[이즈미]

응! 아, 이 창단공연 때 사진 그리워~


[타이치]

이 사진, 쥬자 씨가 웃고 있어여!


[이즈미]

레어야……!


[오미]

아, 이거 말이지. 갓 만든 수플레 치즈 케이크로 주의를 끌었어. 부드러운 맛에 놀랐는지 웃었지.


[타이치]

강아지풀로 고양이 주의를 끄는 카메라맨 같네여!


[이즈미]

어린이 사진관에도 그런 카메라맨이 있지!


[타이치]

오미 군, 카메라맨은 천직임다!


[이즈미]

그러고 보니 오미 군은 왜 사진을 시작한 거야? 전부터 좋아했어?


[오미]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왜 시작했더라. 대학에 들어갔을 때 동아리에 권유받아서 그냥 들어갔던 것 같아.


[이즈미]

그렇구나.


[타이치]

그리고 훌륭하게 재능 개화네여!


[오미]

모처럼이니 이 쥬자 사진은 앨범에 넣을까…….


[이즈미]

그런데 이렇게 보니 오미 군 사진이 전혀 없네.


[타이치]

어라!? 진짜!


[오미]

내가 카메라맨이니까, 뭐…….


[타이치]

안돼여!


[이즈미]

오미 군 사진도 찍자!


[오미]

난 됐어. 아, 그보다 둘이서 투샷 찍어줄까? 감독님하고 둘이서만 찍은 사진은 별로 없잖아.


[타이치]

네!? 그래도 돼여!? 자랑할 수 있겠어여!


[이즈미]

그럼 다음엔 오미 군하고도 투샷 찍자.


[오미]

자, 나란히 서봐.


[타이치]

감독 선생님, 어떤 포즈 할까여?


[이즈미]

어? 으~음…….


[사쿄]

뭐 하는 거야, 너희는…….


[이즈미]

아, 사쿄 씨. 잠깐 앨범용 사진을 찍으려고――.


[사쿄]

13시부터 가을조 공연 미팅이 있잖아.


[이즈미]

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요!?


[사쿄]

정말이지……. 뭐, 후시미도 있으니 마침 잘됐어.


[오미]

?


[사쿄]

미나기한테는 이미 얘기해뒀어. 제2회 가을조 공연 주연은…… 후시미로 간다.


[오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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