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공연을 어떻게든 성공하고, 4개 조의 리더도 창단 때의 멤버에서 정해 무사히 봄여름가을겨울 조를 갖출 수 있었다.
타치바나가 처음 했던 구상대로 공연도 일정하게 올릴 수 있게 되고, MANKAI 컴퍼니는 착실하게 실적을 쌓고 지명도를 올려갔다.

그러던 중 나와 타치바나는 서서히 가치관 차이로 인해 언쟁하는 날이 늘어갔다.

타치바나가 아르바이트하며 만난 여성과 결혼하고, 동거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꼭 필요한 대화 외에는 하지 않게 됐다.
주변에서도 그 분위기를 읽고 내내 언짢아하는 나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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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번쯤 얘기를 나누는 게 좋다는 주변의 획책으로 나와 타치바나는 오랜만에 둘이서 얘기할 기회를 갖게 됐다.
약속 시간에 우리 집을 찾아온 그 녀석은 왜인지 못생긴 인형을 들고 있었다.

"뭐야 그 못생긴 건."
"응? 귀엽지 않아? 우연히 발견했어. 다음 공연 소도구로 쓰려고."

취향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타치바나와 나는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완성형의 이상이 다르니 다시 의논한다 해도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깨달았을 때는 대화는 심야까지 이어져 있었고 나도 타치바나도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말이 안 통하는군."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 이상 얘기해도 소용없겠어. 피곤해질 뿐이야."
"이제 됐어, 오늘은 여기서 잘래."
"돌아가."
"막차 끊겼어."
"……마음대로 해."

다음 날 아침,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모든 게 어제와 똑같았다. 날짜까지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아침, 같은 날로 돌아간다.

나와 타치바나만이 그것에 눈치챈 상태로, 우리는 몇 번이고 같은 하루를 반복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로 조사하는 중에 타치바나가 가져온 인형이 원흉이 아닌가 하고 밝혀냈다.

"MANKAI 컴퍼니 7대 불가사의라는 거?"
"남은 여섯 개는 어쨌어?"
"생각나는 게 없는데……."

믿을 수 없어 하면서도 루프를 벗어나려고 악전고투하던 중, 그날을 결정적으로 다른 형태로 끝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타치바나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MANKAI 컴퍼니는 네 생각대로 이끌면 된다고 말하니,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 생각대로 드디어 날짜가 바뀌었다.
무척 기뻐하는 타치바나에게 나는 어제 결의한 것을 고했다.

MANKAI 컴퍼니를 나가겠다. 그렇게 말하자 타치바나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강하게 말리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제 내 모습에서 짐작을 했던 거겠지.

더는 우리가 연극을 함께할 방법이 없다.
주장하는 바가 달라서 우리의 사이가 나쁜 것은, 언젠가 MANKAI 컴퍼니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될 거다. 그것은 바라는 게 아니었다.

MANKAI 극장 건설 때 빌려준 돈은 순조롭게 변제되어 마침 내가 퇴단할 즈음에는 완제될 예정이었다.
나는 그 자금을 밑천으로 주재로서 새로운 극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사실은 창단공연 때부터, 아니, 문화제를 끝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타치바나는 타인을 꽃피워주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자신이 가진 배우로서의 재능 따위 보잘것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내게 연극에서의 신과 같은 이상형은 그 날 타치바나의 무대였다. 나는 그저 한 번 더, 무대 위의 신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스스로 극단을 설립하여 그날의 타치바나를 뛰어넘는 배우를 키워내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내자고 생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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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름은 "GOD 극단".

언젠가 MANKAI 컴퍼니가 전락하여 GOD 극단이 먼저 플뢰르 상을 받았을 때, 타치바나가 머리를 숙이며 부탁한다면 우리 극단에 받아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갈 곳이 없어진 타치바나를 '배우로서라면'이라고 말하며 웃으며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GOD 극단을 인기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먼저 플뢰르 상의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건, MANKAI 컴퍼니였다.

수상식 인터뷰에서 웃으며 대답하는 타치바나의 모습과 열광에 휩싸인 극단원들을 보고, 다시금 완전히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방해하지 마…… 타치바나."

내년에도 반드시 플뢰르 상을 받게 두지 않겠어.
GOD 극단이 MANKAI 컴퍼니보다 먼저 플뢰르 상을 받아 보이겠어.

……그렇게 생각한 때에, 타치바나는 비로드웨이에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췄다.

-

[레니]
…….

[쿠스미]
…….

[마도카]
……실례하겠습니다.

[이즈미]
이쪽으로 오세요.

[레니]
빨리 들어가라.

[쿠스미]
――.

[이즈미]
저쪽 담화실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미스미 군을 불러올게요.

[마도카]
네.

[레니]
…….

[이즈미]
(여기저기 바라보고 있어……)
카미키자카 씨도 여기 살았었어요?

[레니]
……아니, 기숙사가 생긴 건 창단하고 몇 년이 지난 후다.
구상은 들었지만, 내가 퇴단한 후에 공사가 완료돼서 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군.
극단원 전원이 가족이 되어 함께 살 수 있는, 집과도 같은 기숙사가 갖고 싶다고 타치바나에게 들었을 때는 그럴 돈이 어디에 있냐고 일축했었지.

[이즈미]
그랬군요…….
(왠지 그리운 듯한, 애달픈 듯한 표정이야……)
기숙사 안을 잠시 안내해드릴까요?

-

[레니]
……아름다운 정원이군.

[이즈미]
제가 들어왔을 때는 황폐했었는데…… 츠무기 씨 덕분에 계절별로 여러 가지 꽃이 피어요.

[레니]
――.

-

[유키오]
"레니! 이 안마당 굉장하지? 여기라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야."

[유조]
"여기 만드는 거 돈이 꽤 들었지?"

[젠]
"부지가 넓어야 하니까, 땅값도 말이지."

[카스미]
"그렇지만 정말 근사해요!"

[???]
"누가 돌볼 거야?"

[슈]
"그야…… 정해져 있잖아. 여기에 없는 녀석이지."

[유조]
"결석한 죄인가."

-

[레니]
……후.
(……잃어버린 나날을 찾는 건, 이제 그만두겠어)

[이즈미]
카미키자카 씨?

[레니]
아무것도 아니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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