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찍이 이 땅을 함께 달려나가던 벗이 있었다. 꿈을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가 있었다."

-

[승려]
"예상보다 발이 묶였군. 이대로는 해가 있을 때 고개를 넘지 못하겠어."

[남자]
"――이보시오, 나그네 양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소?"

[승려]
"이러한 시각에 만난 것도 다 인연이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자]
"그것은 천 년이나 전…… 과거 헤이시의 번영도 퇴색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덧없이 져버린 시절……."

-

[이즈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야…… 뭔가, 이런 분위기의 무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텐마]
(뭐지, 히로 씨의 저 분위기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단숨에 빨려들어 간다)

-

[미츠마사]
"하아앗!"

[노리츠네]
"크윽."
"……마지막에 이러한 강자와 싸우게 된 건 행운이로다. 적이지만 훌륭하다."

[미츠마사]
"여기서 죽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다. 시대가 달랐다면 친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노리츠네]
"여기까지인가…… 끝까지 이루지 못하여 원통하도다. 원통하도다."

[미츠마사]
"어찌하여 사람은 싸우는가…… 가문이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일 터인데……."

-

[이즈미]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사람들의 비탄과 슬픔이 가슴을 울려)

[반리]
(유조 씨, 난투가 민첩한 데다 박력도 장난 아닌데. 살기로 소름이 돋았어)

[하루토]
(레니 씨의 기백이 전해져. 난투가 아름답지만 두려워……)

[시후토]
(엄청나. 예쁜 데다 멋있다니 터무니없잖아)

-

[요시모리]
"앞으로 반시진만 있으면 다음 역참에 도착할 것입니다."

[요시츠네]
"너희에게는 고생만 시키는군."

-

[텐마]
(처음 분위기에서 일변해서 인간으로 돌아왔어…… 연기가 엄청나)

-

[요시모리]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쿠로우 님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설령 물 속이라 하여도, 불 속이라 하여도."

[카이존]
"겐지의 두령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어울립니다."

[시즈카]
"기다려주시어요!"

[요시츠네]
"시즈카…… 어떻게 여기에? 몸을 숨기고 있으라 하였을 텐데."

[시즈카]
"부디 저도 데리고 가주시어요. 쿠로우 님이 계시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사옵니다."

-

[사쿠야]
(카스미 씨가 나오고 단숨에 무대가 화사해졌어. 공백기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아)

-

[요시모리]
"가는 길마다 추격자가 나타나는군. 정보가 새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역시 후시미에 여인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흘러갈 인연. 두고 가야 한다."

[시즈카]
"저는 쿠로우 님을 배신하지 않았사옵니다! 믿어주시어요!"

[요시츠네]
"네 충심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앞은 수라의 길. 데려갈 수는 없다."

[시즈카]
"부디, 부탁드리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시어요."

[요시모리]
"파렴치하군."

-

[이즈미]
(궁지에 몰려서 의심암귀에 빠지는 사람의 나약함. 그 안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이 남아)

[사쿠야]
(덧없고 슬프지만, 올곧고 아름다워. 나는 아직 저런 연기를 할 수 없어……)

-

[요시모리]
"내가 틀린 것 같군. 시즈카 고젠에게 사과해야 하겠어.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다만."

[카이존]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어서 피하십시오."

[요시츠네]
"――미안하다."

[요시모리]
"공은 넘기지 않겠다."

[카이존]
"그말 그대로 돌려주지."

[요시모리]
"마지막 불꽃이다. 화려하게 한껏 날뛰어주자고."

[카이존]
"바라던 바다."

-

[츠무기]
(슈 씨…… 처음 봤을 때의 인상과 전혀 달라. 이리도 대담하고 위협적인 연기라니)
(무대 위에서는 한층 더, 훨씬 크게 보여)

-

[요시모리]
"――윽, 아직이다! 그런 솜씨로는 나를 쓰러뜨리지 못해! 좀 더 실력 있는 자는 없나!"
"큭―― 먼저 가도록 하지, 카이존."

[카이존]
"――승리를 양보할 셈이냐!"

[요시모리]
"승부는…… 저 세상에 맡기지……."

[카이존]
"큭―― 최소한의 전별 선물이다. 전원 함께 데려가라!"

-

[반리]
(젠 씨 난투, 굉장하다. 저렇게 날카로운데 마치 춤추듯이 가벼워)
(저런 움직임은 상당히 단련하지 않으면 못하겠지……)

-

[시즈카]
"쿠로우 님…… 다음에 태어났을 때는 새하얀 새가 되어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어디까지고 따라가겠사옵니다."

[요시츠네]
"시즈카―――!!!"
"모두 가버렸어. 남은 건 이 몸 하나……."
"멀리 있는 자는 소리를 들어라, 가까이 있으면 와서 그 눈으로 보라!"
"나는 첫째 상황 고시라카와 법황의 사자, 겐지의 대장군, 게비이시의 3등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다!"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의 목은 여기에 있다! 이름을 떨치고 싶거든 이리로 오라!"

-

[텐마]
(박력이 엄청나. 압도된다……)

-

[승려]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씀하시는구려."

[남자]
"……일찍이 이 땅을 함께 달려나가던 벗이 있었다. 꿈을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가 있었다."
"지금은 초라하고 고독하게 스러져가는 목숨일 뿐."
"수차례 후회하고 후회해도 끝나지 않아. 구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나 같은 걸 만나지 않았더라면――."

[승려]
"당신은 설마……."
"하지만 그들은 당신을 경애했소. 후회 없이 성불하였겠지요."
"당신의 원통함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남자]
"하얀 새…… 시즈카?"
"아아, 그랬지. 서둘러야 해.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이즈미]
(어둠 속에 있던 요시츠네가 객석의 빛 속을 향해 사라져 가…… 계속 맺혀있던 응어리가 정화되어 간다)

[승려]
"늦어서 죄송합니다, 쿠로우 님……."
"이제 내게도 용인되겠지. 벗이여, 그날의 승부를 내자."

[이즈미]
(승려―― 카이존도 요시츠네를 쫓아가듯…… 무대 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처음부터 여기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

[이즈미]
(아아, 그래. 초자연적인 존재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무언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몽환노야)
(어쩌면 핫카쿠 씨는 계속 이 순간을 꿈꿔왔을지도 몰라)
(이런 각본을 남긴 핫카쿠 씨가 초대 MANKAI 컴퍼니를 사랑하지 않았을 리 없어)
(허무하게 헤어져버린 것을 후회하고, 초대 멤버의 마음에 남은 응어리를 승화시키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쓴 거야)
(비극이라 해도 그 앞에는 미래를 향한 빛이 있어. 그리고 빛은 객석에 있는 우리 안에――)
(히로 씨의 요시츠네가 우리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야)
(무대 뒤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객석을 향하는 연출을 한 건, 아빠가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핫카쿠 씨의, 초대조의 마음을 전부 이어받아서 미래로 나아가는 거야. 우리가 초대 MANKAI 컴퍼니의 미래가 되는 거야)
(그런 거지요……? 아빠)

-

[카스미]
감사합니다!

[히로]
감사합니다!!

[슈]
고마워.

[젠]
고맙다.

[레니]
감사합니다.

[유조]
고마워.

[이즈미]
(압도적이야…… 연기도, 아빠의 연출도, 지금의 나로는 저런 걸 생각할 수 없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강적이야)

-

[텐마]
초대조는 상상 이상이었어.

[츠즈루]
각오했다고 생각했는데, 저걸 봤더니 단숨에 무서워졌어.

[미스미]
재밌었어~!

[마스미]
태평하긴.

[쿠몬]
뭐 그래도, 그 정도 기분으로 있는 게 좋을지도!

[치카게]
그게 가능하면 고생하지는 않겠지.

[텐마]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도 해온 걸 믿고 단 한 번뿐인 연기를 전력으로 해낼 수밖에 없어.
츠즈루 씨의 이야기를 믿어. 괜찮아. 우리는 지지 않아.

[츠즈루]
텐마…….

[이즈미]
우리에게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거야.

[미스미]
지금까지처럼 하면 괜찮아, 괜찮아~! 걱정 없어. 우리 모두 옆에 있으니까.

[마스미]
어차피 평소 하던 연기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 긴장하는 만큼 손해야. 

[치카게]
이제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니까 후회하지 않게끔 할 수밖에 없지.

[쿠몬]
이날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잖아, 힘내자!

[츠즈루]
그렇지…… 좋아. 기운 내자!

[텐마]
영상 속 초대조는 정말로 즐거워 보여서, 이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게 믿을 수 없었어.
그때는,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계속 함께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대조 멤버와 실제로 얘기해보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았어.
앞으로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지.

[이즈미]
――.

[텐마]
헤어지지 않고 다 함께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미래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기에,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오늘 이 공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어.

[이즈미]
(텐마 군 말이 맞아)
(마음속 어딘가에 영원한 건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지금이 귀하고 소중해서 무대 하나하나에 전력을 쏟을 수 있는 거야)

[츠즈루]
오늘 이 공연은 지금밖에 없어. 이런 마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도 오늘뿐이야…….
그렇다면 무서워하는 건 아깝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거야.
이 극단에서 배우와 각본을 계속하기 위해서, 반드시 오토미야 씨가 날 인정하게 만들겠어!

[치카게]
오늘 초대조에게 연기대결로 이기면 그 사실은 영원해지니까.

[쿠몬]
여름조 모두의 마음도 짊어지고 전력으로 할 거야!

[마스미]
네 아버지에게 최고의 신랑이라고 인정받을 거야.

[이즈미]
누구 마음대로 신랑이래!?

[미스미]
아빠랑 마도카에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거야! 내 친구는 모두 이렇게 근사하다고 알려줄 거야!

[텐마]
좋아, 출진한다!

[츠즈루]
오오!

[미스미]
오~!

[쿠몬]
오오~!

[이즈미]
다들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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