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때는 조안, 교토, 고조대교――)

[벤케이]
"당신, 그 무기 좋아 보이는데. 나한테 줘."

[쿠로우]
"누구냐."

[벤케이]
"무사시보 벤케이. 자, 정정당당하게 승부다――!"

[쿠로우]
"핫!"

[벤케이]
"타앗!"

[쿠로우]
"무엇을 위해 무기를 모으는 거지?"

[벤케이]
"실력을 시험하는 거지. 천 자루 모아서 이름을 떨칠 거다."

[쿠로우]
"지금이 몇 자루 째지?"

[벤케이]
"999자루. 당신이 천 자루 째다."

[쿠로우]
"그렇군. 아쉽게 됐어."

[벤케이]
"하아앗!"

[쿠로우]
"핫!"

[벤케이]
"――윽."

[쿠로우]
"실력을 시험하는 건 999자루로 끝날 거다."

[벤케이]
"당신, 강하군. 뭐 하는 자냐?"

[쿠로우]
"쿠로우. 이걸로 네 칼은 내 거다."

[벤케이]
"칫."

[쿠로우]
"나를 따라오지 않겠나? 이렇게 좁은 다리 위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거다. 전국에 그 이름을 떨치게 해주지."

[벤케이]
"재밌는 얘기를 하는군. 좋아, 따르지."

[쿠로우]
"……쿨~"

[벤케이]
"엇, 야, 갑자기 왜 자는데? 우와 술 냄새."

[쿠로우]
"……핫."

[벤케이]
"일어났나?"

[쿠로우]
"어? 아, 저기, 미안하다. 신세를 진 듯하군."

[벤케이]
"……."

[쿠로우]
"……왜, 왜 따라오는 거야!?"

[벤케이]
"네가 나보고 따라오라고 했잖아!"

[쿠로우]
"히익."

[벤케이]
"괜찮은 거야? 저 녀석……."

[이즈미]
(둘 다 템포도 좋고 호흡도 잘 맞아. 이것도 만담 효과일까?)

-

[히로]
(처음부터 저런 액션이라니. 젊구만. 날뛰고 있어…… 저런 움직임도 할 수 있었나)

-

[상인A]
"또 우시와카랑 오니와카야!"

[상인B]
"줍자! 주워! 우시오니 님의 은총이다!"

[관리]
"누가 저 녀석들을 좀 잡아!"

[쿠로우]
"하하하하! 통쾌하군! 벤케이 네 작전은 굉장해! 저 녀석들의 놀라는 얼굴 봤어?"

[벤케이]
"저런 패거리는 단순하니까. 앞밖에 보지 못하지."
"그건 그렇고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해준다는 게 이런 송사리 혼내주는 일인가?"

[쿠로우]
"그럴 리가. 나는 이런 좁은 마을에서 끝날 생각 없어. 조만간 겐지가 진출할 거다. 우리 시대가 오는 거야."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실력을 시험할 때가 될 거야."

[벤케이]
"기대되는군."

[쿠로우]
"네게 내 등을 맡기겠어."

[관리]
"저깄다! 덤벼라! 덤벼!"

[쿠로우]
"이런 곳에서 잡히지 말라고!"

[벤케이]
"내가 할 말이야."

[쿠로우]
"쿨~……."

[벤케이]
"야 잠깐, 잠들지 마! 도망친 다음에 자!"

[쿠로우]
"……핫. 히익, 여, 여기는!?"

[벤케이]
"됐으니까 도망가자!"

[쿠로우]
"히이이익."

-

[이즈미]
(겐지가 재기를 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쿠로우는 쿠라마절에서 도망쳐 나와 벤케이와 함께 오슈 후지와라 히데히라에게 몸을 의탁한다)

[히데히라]
"먼 곳까지 잘 와주었소."

[쿠로우]
"신세 지겠습니다."

[야스히라]
"아버지, 손님이신가요?"

[히데히라]
"이놈, 실례구나. 미안하네, 쿠로우 공. 아들인 야스히라일세."

[야스히라]
"처음 뵙겠습니다. 야스히라입니다."

[쿠로우]
"잘 부탁하지."

[히데히라]
"야스히라, 쿠로우 공은 참된 무사다. 연습을 봐달라고 하거라."

[야스히라]
"네!"

-

[벤케이]
"거기까지!"

[야스히라]
"하아, 하아…… 역시 쿠로우 님은 강하시군요."

[쿠로우]
"야스히라 님도 소질이 있군. 그런데 저자들은?"

[츠구노부]
"……."

[야스히라]
"아, 저들은 사토 츠구노부와 타다노부입니다."

[쿠로우]
"모처럼이니 너희도 함께하지 않겠어?"

[츠구노부]
"거절하지. 나는 야스히라 님께 무슨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뿐이야."

[타다노부]
"나는 한판 부탁해볼까."

[츠구노부]
"어이, 타다노부."

[타다노부]
"뭐 어때서 그래. 얼마나 강한 자인지 확인해 보자고."

[벤케이]
"그러면 형 쪽은 내가 상대해볼까."

[츠구노부]
"아니, 나는――!"

[벤케이]
"핫!"

[츠구노부]
"갑자기 무슨 짓이냐! 무례하구나!"

[벤케이]
"할 마음이 좀 생길까 해서."

[츠구노부]
"――."

[쿠로우]
"쿨~……."

[벤케이]
"아, 이런."

[쿠로우]
"핫, 내, 내가 대체……?"

[타다노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쿠로우]
"히익!?"

[타다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져, 졌습니다!"

[야스히라]
"무, 무슨 일이신가요, 쿠로우 님?"

[츠구노부]
"조금 전하고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벤케이]
"자, 이거 마시고 기운 내라고."

[쿠로우]
"엇―― 꿀꺽꿀꺽."
"한 판 더 부탁하지."

[타다노부]
"언제든지 오시죠."

[쿠로우]
"하앗!"

[타다노부]
"――윽, 방금 그건 방심시키기 위한 연기인가?"

[츠구노부]
"……수상해."

[벤케이]
"자자, 형씨. 한눈팔면 위험하다고?"

[츠구노부]
"――!!"

-

[마도카]
(형…… 평소와 전혀 달라. 역할에 빙의한 것 같아. 역시 당해낼 수 없어)

[쿠스미]
(미스미의 재능은 역시 아버지의……)

-

[이즈미]
(형인 요리토모가 거병했다는 것을 듣고 벤케이와 함께 요리토모에게 가려고 하는 쿠로우)
(히데히라는 그런 쿠로우에게 자신의 부하인 사토 형제를 동행시킨다)

[츠구노부]
"설마 쿠로우 님 밑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타다노부]
"실력은 확실해 보이던데."

[츠구노부]
"하지만 가끔 딴 사람같이 변하잖아. 주군께서는 높이 사는 것 같지만……."

[타다노부]
"뭐, 카마쿠라 님께 합류하는 대로 오슈로 돌아가면 되지 않아?"

[츠구노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주군께서는 우리에게 겐지의 동향을 확인하라는 것일지도 몰라."

[타다노부]
"형님은 성실하다니까."

[이즈미]
(마스미 군, 이제 미스미 군하고 형제의 거리감을 잘 잡고 있어. 형제니까 낼 수 있는 스스럼없는 모습이 잘 전달돼)

-

[쿠로우]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형님의 거병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요리토모]
"잘 와주었다, 쿠로우. 함께 겐지의 부흥을 위해 힘을 다하자꾸나."

[쿠로우]
"네!"

[요리토모]
"떨어져 있던 형제가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구나. 불우한 때를 잘 견뎌주었어."

[쿠로우]
"형님……."

[요리토모]
"안심해라. 이제부터는 우리의 시대이니."

-

[슈]
(흐응, 요리토모의 시커먼 속을 잘 감추고 있군. 입장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어)

-

[이즈미]
(요리토모에게 교토에 오는 키소 요시나카 토벌을 명받은 쿠로우 일행은 우지강에서 키소 측 군세를 물리치고 교토에 입성. 요시나카를 패주 시킨다)
(이어서 헤이시 추격을 명받고 이치노타니에서 기습을 꾀한다)

[츠구노부]
"이 벼랑을 말을 타고 내려간다고!?"

[타다노부]
"제정신이세요?"

[츠구노부]
"너무 무모합니다!"

[벤케이]
"기습을 꾀한다면 그게 상책이야."

[쿠로우]
"무, 무무무무리야!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 없어!"

[벤케이]
"자자, 한잔 마시고 잘 생각해 보라고."

[쿠로우]
"이, 이런 때 술이라니―― 꿀꺽꿀꺽."

[벤케이]
"자, 어떡할래?"

[쿠로우]
"상책이로군. 벤케이는 여전히 재밌는 걸 생각해낸다니까."

[츠구노부]
"네에에에? 설마 진심으로 실행할 생각이십니까!?"

[타다노부]
"단숨에 의견을 바꿨군."

[쿠로우]
"뜻이 있는 자는 나를 따르라!"

[병사]
"오오~!"

[벤케이]
"거기 형제는 어떡할 거지? 강요는 안 해. 거치적거리면 곤란하거든."

[츠구노부]
"무슨――!"

[타다노부]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벤케이 님은 왜 쿠로우 님을 따르는 거야?"

[벤케이]
"재미있어 보여서일까."

[타다노부]
"재미있어 보여……? 그게 끝이야?"

[벤케이]
"그래."

[츠구노부]
"미쳤군!"

[타다노부]
"그래서 어떡할 거야, 형님?"

[츠구노부]
"당연히 우리도 따라간다. 여기서 겁먹고 빼면 오슈의 병사는 겁쟁이라고 비웃음 살 거야. 후지와라 님을 볼 낯이 없어져."

[타다노부]
"정말이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솔직한 심정으로는 형님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쿠로우]
"형 쪽 사토는 말을 잘 못 타나?"

[츠구노부]
"딱히 못 타는 건 아니요. 그저 타다노부가 조금 더 잘 타는 것뿐이죠."

[타다노부]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츠구노부]
"타다노부는 말뿐만 아니라 무예에도 나보다 재능이 있는데, 기백이…… 그것만 있으면 완벽할 거라고 아버지도 한탄하셨지."

[타다노부]
"보통은 그거 웃으면서 할 얘기가 아닐 텐데. 후계자 문제라던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벤케이]
"사토 형제는 사이가 좋군."

[타다노부]
"뭐, 사토 집안엔 사람 좋은 형님이 있으면 충분해."

[츠구노부]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

[타다노부]
"칭찬 아니야."

[쿠로우]
"형제란 좋군. 나도 형님과 너희처럼 지낼 수 있을까."

-

[마도카]
(좋겠다…… 나도 형이랑 저렇게 얘기할 수 있다면……)

-

[츠구노부]
"으아악."

[타다노부]
"――형님!"

[츠구노부]
"적의 칼에 쓰러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힘이 다하다니―― 후지와라 님을 볼 낯이――."

[타다노부]
"지금이 그런 말 할 때야!? 그래서 말은 타지 말자고 한 건데!"

[츠구노부]
"타다노부! 사토 가문은 네게 맡긴다!"

[타다노부]
"마음대로 맡기지 마!"

[츠구노부]
"타다노부, 너라면 할 수 있다. 부디 내 몫까지 후지와라 님께――."

[타다노부]
"젠장, 못 올리겠어!"

[쿠로우]
"――포기하지 마!"

[츠구노부]
"쿠로우 님……?"
"둘이나 타면 말이 버티지 못하오! 나는 버리고 가시오!"

[쿠로우]
"너희 형제는 둘이 함께해야 하잖아!"

[츠구노부]
"――."

[타다노부]
"믿을 수 없어. 저렇게 무모하게――."

[벤케이]
"쿠로우는 뭐든지 줍는다니까."

-

[쿠로우]
"통쾌하군! 적진이 난리가 났어!"

[벤케이]
"이제 별동대도 싸우기 쉬워지겠지."

[츠구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오, 다치지는 않았나?"

[츠구노부]
"덕분에. 쿠로우 님, 이번 기습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쿠로우 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 목숨은 없었을 테죠. 저희 형제는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쿠로우 님을 따르겠습니다."

[쿠로우]
"목숨은 따르지 마. 나는 어디까지나 함께 달려갈 벗이 필요해."

[츠구노부]
"뜻대로."

[벤케이]
"완전히 잘 따르는군."

[쿠로우]
"쿨~"

[벤케이]
"이런, 벌써 술이 다했나. 뭐, 이제 연회만 남았으니."

[쿠로우]
"핫…… 나, 나는 왜 그런 무서운 짓을……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죽…… 으아아아아."

[벤케이]
"하하하, 자라, 자."

[쿠로우]
"으븝――."

[츠구노부]
"전부터 생각했지만, 벤케이 님은 주인에게 하는 행동이 적이 무례하지 않나."

[타다노부]
"자자, 벤케이 님과 쿠로우 님은 오래 알고 지냈잖아. 우리가 모르는 인연이 있지 않겠어?"

[쿠로우]
"벤케이와의 인연…… 만나자마자 갑자기 습격받은 인연인가."

[벤케이]
"검을 뺏긴 인연이지."

[츠구노부]
"습격받고…… 검을……? 확실히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인듯하군."

[벤케이]
"사토 형제가 있으면 든든하지. 어떤 상대라도 무서울 게 없어져. 안 그래, 쿠로우?"

[쿠로우]
"아니, 나는 싸움은 성미에 안 맞아서――."

[벤케이]
"마셔, 마셔."

[쿠로우]
"으그극."

-

[쿠스미]
(츠구노부의 충성이 쿠로우에게 향한 순간인가…… 변화 표현이 훌륭하군)
(나는 이 빛나는 재능을 직시할 수 없었어. 내가 범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무슨 어리석은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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