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
……. (된장의 배합을 바꾸고 시골 된장도 써보려고 사 왔는데…… 나중에야 쓸 수 있겠어)
……. (우엉도 조리법을 조금 바꾸고…… 아,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네.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요리는 평소에 당연히 하는 거였으니까, 새삼 이렇게 생각해볼 일이 없었는데…… 내게 요리란 대체 뭘까. 휴식이 되는 것도 맞고 싫지도 않지만……)
(연기와는 전혀 다르고, 취미인 수공예나 직업으로 고른 사진과도 조금 달라. 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어서 숨 쉬는 것처럼 매일 했어. 그렇게 좋아하면 요리사가 됐음 됐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아)
……. (왜일까…… 내게 요리란 뭐지?)
[타이치]
오미 군 문 열어줘~!!
[오미]
타이치?
왜 그래?
[타이치]
양손을 다 쓰고 있어서 열 수 없었슴다.
[오미]
라멘 먹으러 안 갔어? 아까 다 같이 얘기하고 있었잖아.
[타이치]
오늘은 땡기지 않아서여! 피자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자!
[오미]
냄새가 좋은데. 무슨 피자야?
[타이치]
헤헤~! 콰트로 포르마지! 그보다 이거 봐봐!
[오미]
? 얼굴……?
[타아치]
노란 스티커가 아닌 노란 피자!
[오미]
――.
[타이치]
아까 피자 소스로 얼굴을 그렸어여~
오미 군에게 오늘은 노란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날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스티커 대신에!
인생은 슬픈 날이나 화나는 날도 있어서 모든 날에 노란 스티커를 붙일 수는 없겠지만……. 같은 방을 쓰는 나는 노랗지 않은 날도 오미 군 옆에 있으니까! 같이 화풀이 피자 파티해여!
[오미]
타이치…….
[타이치]
나도 오늘 제2외국어 수업에서 불시에 쪽지시험 봤는데 완전 망해서~
[오미]
고마워.
[타이치]
헤헤! 식기 전에 먹자!
[오미]
그래. 잘 먹겠습니다.
[타이치]
잘 먹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쿄 형이 오미 군한테 요리금지령을 내리다니 깜짝 놀랐어여.
[오미]
사쿄 씨에게도 걱정을 끼친 모양이야.
[타이치]
저번에 된장국 먹고 나서 나도 좀 걱정했으니까, 이해해여. 오늘 대사 날린 것도 된장국 때문이지?
[오미]
――.
[타이치]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거야? 일 때문이 아닌 거지?
[오미]
……응.
[타이치]
혹시…… 나치 씨랑 관련된 거?
[오미]
……그 녀석 집에서 나치가 좋아했다는 된장국을 먹게 됐어. 그런데 그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야.
……그때, 나치가 전에 썼다는 노트를 받았어.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한 내용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지.
[타이치]
오미 군이 밤에 읽던 거, 그 노트였구나.
[오미]
응. 미안해.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일 때문이라고 거짓말했어…….
[타이치]
아니야.
[오미]
그 노트에 아무리 생각해도 나치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 게 쓰여있었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 사실은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가을조 모두와 얘기하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지만…….
나치에 관한 건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어. 가장 가까이 있었고 뭐든지 얘기했으니까. 그래서 일단 혼자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싶었어.
이제 나치와는 만날 수 없으니까 답을 얻을 수는 없어. 생각해도 소용없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싶지 않아.
[타이치]
……그럼, 오미 군이 나치 씨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요리가 필요해?
[오미]
응?
[타이치]
만약에 그런 거면 나도 같이 사쿄 형을 설득할게!
[오미]
아니, 그 녀석한테 요리를 만들어 준 적은……―― 분명, 한 번 정도였나? 그러니까 괜찮아.
당분간은 요리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시간도 생길 거고, 그 녀석과의 과거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차분히 생각해볼게.
-
[타이치]
하~ 배부르다!
[오미]
잘 먹었습니다. 가끔은 피자 시키는 것도 좋네.
[타이치]
――그렇지! 이거 앙케트 쓴 거예여.
[오미]
응, 고마워.
[타이치]
오미 군이 해준 요리 말고 다른 걸 적으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안 떠올라서…….
[오미]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내가 만든 수제 피자?
[타이치]
항상 야식으로 만들어주는 핫도그랑 고민했는데, 역시 이거지 싶었어!
기억해? 신생 MANKAI 컴퍼니 겨울조가 GOD 극단과 연기 대결에서 이겨서 빚을 다 갚았을 때…….
컴퍼니가 존속할 수 있게 돼서, 봄여름가을겨울조 다 같이 모여 뒤풀이 할 때 먹은 오미 군의 수제 피자! 정말, 진짜로 엄청 맛있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소속감을 느낀 MANKAI 컴퍼니 가을조에 앞으로도 남을 수 있어……. 안심과 기쁨과 함께 먹은 피자의 맛. 그때의 맛은 절대로 평생 잊을 수 없음다.
그리고 저번에 '영원에 사로잡힌 악마.'에서 GOD 극단에 다시 한 번 승리했을 때도 오미 군이 구워줬잖아여. 베이컨하고 버섯 수제 피자!
[오미]
그랬었지.
[타이치]
이번 공연도 성공해서 뒤풀이에서 오미 군 수제 피자를 먹고 싶어! 그때는 노란 피자뿐만 아니라 제대로 노란 스티커도 붙여놨을 검다!
그러니까 꼭 힘내서 이겨내자.
[오미]
응. 그래…… 타이치가 같은 방이라 정말 다행이야.
[타이치]
헤헤! 그보다 역시 앙케트에서 오미 군이 해준 요리를 제외하는 건 무리임다!
극단에 들어온 뒤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 어느 때든 오미 군의 맛있는 요리를 먹었어. 그러니까 오미 군의 요리는 극단의 추억과는 떼어놓을 수 없어, 다들 분명 그럴 거야.
분명, 한 명 한 명 잊을 수 없는 오미 군의 요리가 있을 거야.
[오미]
잊을 수 없는 요리라…….
[타이치]
그건 감독 선생님의 카레도 그렇지만!
[오미]
그렇지.
[타이치]
이번 요리금지령은 오미 군보다 우리가 더 힘들 검다~
[오미]
그렇게 말해주니까 요리 당번으로서 행복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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