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몇 주 앞둔 어느 봄날 밤――.
나는 시설을 빠져나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찾아갔다.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몇 시간, 돌아갈 때도 똑같이 걸린다.
심부름으로 모은 몇 푼 안 되는 용돈은 이제 버스비만 남았다.
이걸 잃어버리면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동전을 꽉 쥐었다.

아무리 불편해도 시설에 있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길가에 쓰러져 죽지 않으려면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날이 밝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또 징벌방에 가게 될 터였다.

담으로 둘러싸인 길을 빠르게 걸어가, 발을 멈췄다.
블록이 두 단 무너져서 조금 낮아진 담에 손을 뻗었다.
그대로 몸을 끌어올려 단숨에 뛰어넘었다.

집에서 쫓겨난 밤에, 언제나 홀로 달을 올려다보던 공터는 그때와 변함이 없었다.
좀 더 그리운 마음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달이……."

밤하늘에는 작은 별이 반짝일 뿐이었다.

"왜 달이 안 보일까?"

갑자기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 탓에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넌 알아?"

아무도 없었던 공터에 어느새 새하얀 옷으로 몸을 감싼 소년이 서 있었다.

"……달이 졌을 시간이니까. 달도 태양처럼 저물어. 밤이라고 꼭 보이는 건 아니야."
"와아, 똑똑하구나! 그리고 방금 저 높은 담을 뛰어넘었지? 운동신경도 좋나 봐. 대단해."

소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뭐야 얘는……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다니 수상해……)

자신에 대해 한 말은 무시하고 약간 거리를 두려고 했을 때, 커다란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그니까 마셔도 너무 마셔! 그러다 또 혼나지!"
"네가 할 말이냐!"

술집에서 나온 듯한 남자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몸이 흠칫 떨렸다.

(이 시간에 어린애가 이런 곳에 있는 게 들키면 귀찮은 일이 생길 거야. 도망쳐야……)

내가 시선을 방황하며 허둥지둥 걸음을 옮겨도 소년은 무슨 생각인지 가만히 있었다.

(됐어, 그냥 내버려 둬)

도망가려고 한 순간, 재빠른 손길에 팔을 붙잡혀 멈추게 됐다.

"있잖아."
"어?"
"넌 가족이 있어?"

소년의 질문에 내 머릿속에는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직후, 떠오른 것조차 재수 없다고 생각하며 지워버렸다.

"없어."

"꿈은 있어?"

(태평하게 무슨 소릴……)

지금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며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의외로 힘이 세다.

"응? 꿈은 있어?"
"꿈……?"

초조해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라던 건 그곳에는 없다.
언제나 원하는 건 내 옆에서 사라져 없어진다.

"없어."
"그럼 같이 내 꿈을 이뤄주지 않을래?"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

[이즈미]
그럼 오늘 리더 회의는 여기서 마칠게요.

[츠무기]
고생하셨어요.

[츠즈루]
끝났어요?

[이즈미]
응. 교대하자.

[반리]
바로 봄조 미팅해?

[텐마]
연달아 힘들겠어. 수고.

[사쿠야]
수고했어!

[반리]
…….

[치카게]
? 혹시 내 얘기라도 하고 있었어?

[이즈미]
네?

[사쿠야]
어떻게 알았어요!?

[치카게]
정곡이야?

[이즈미]
역시 예리하네요. 그것도 지금부터 얘기할 거예요.
그럼 다시 봄조 미팅을 시작할게요.
우선 봄조 제10회 공연에 관한 건데요, 조금 전 리더 회의에서 조별로 여섯 번째 멤버를 주연으로 올리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사쿠야]
겨울조는 가이 씨, 가을조는 아자미 군, 여름조는 쿠몬 군, 봄조는 치카게 씨예요!

[치카게]
그 이유는?

[이즈미]
앞으로 새로운 체제로 시작될 플뢰르상에 대비하려면, 지금은 보다 더 개인의 실력을 어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입단한 4명은 아직 주연 경험이 한 번밖에 없잖아요? 주연을 맡는 신선함이나 화제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단순히 입단 초기보다 성장한 지금 실력으로 주연을 맡으면 어떻게 될지 보고 싶다는 의견이 일치했어요.

[치카게]
그렇군.

[사쿠야]
저도 창단공연부터 경험을 쌓아서 두 번째 주연을 맡았을 때 무척 공부가 됐어요. 이 체험이 치카게 씨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츠즈루]
확실히 주연을 맡으면 다들 실력이 확 느니까.

[이타루]
좋은 기회일 것 같은데.

[시트론]
치카게도 한겨울 정전이야!

[마스미]
한걸음 전진.

[치카게]
하지만 다음은 기념할만한 각 조 10번째 공연이잖아? 내가 주연을 맡아도 되겠어?

[이즈미]
확실히 단락을 짓거나 기념할만한 숫자기는 하지만, 극단으로서는 그저 통과점이에요.

[사쿠야]
앞으로 더 많이 할 거니까요!

[치카게]
정말이지 발전적이라니까.

[마스미]
그래서 어떡할 건데? 할 거야 말 거야?

[치카게]
글쎄…… 감독님이나 모두에게는 통과점일지 모르지만, 팬은 제10회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어느정도 기대하는 게 있을 거야. 이만큼 공연을 거듭한 끝에 어떤 걸 보여줄지 하고 말이야.
첫 주연은 루키니까 어느 정도 따스한 눈으로 지켜봐 준 부분도 있었을 거고, 다소의 부담은 느껴지지만…….
할게. 너희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니까.

[사쿠야]
잘됐어요!

[시트론]
자두가 길어!

[츠즈루]
그게 아니고 서두겠죠.

[마스미]
그래도 긴 건 맞아. 바로 한다고 했으면 될 텐데.

[이즈미]
그만큼 극단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줬다는 거지.

[이타루]
제4회 공연 때는 고민이 없었지.

[이즈미]
맞아요. 그때처럼 끄덕이고 넘어갔으면 그건 그대로 걱정됐을걸요?

[츠즈루]
제10회 공연에서 오랜만에 치카게 씨가 주연이라…… 각본도 더 신경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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