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리]
나를 그려?

[카즈나리]
응, 셋챠 그림!
졸업할 때까지 그림을 안 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봐, 졸업식도 끝났으니까 이제 아마미 학생 아닌걸!

[반리]
뭐, 지금까지 참았으니까 약속 같은 건 상관없잖아?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 되지. 그 정도로 헐렁하게 살아도 돼, 가끔은 잔꾀 좀 부려도 되고.
자기 자신과 한 약속이니까 자기가 만족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카즈나리]
아하핫, 그래. 그렇지!

[반리]
근데 왜 나야? 그릴 거면 다른 사람이 더 낫지 않아?

[카즈나리]
어~? 그거 신경 쓰여!?
뭐랄까, 아마미 마지막 추억으로 2년간 여기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 크로키북을 소중하게 여겨준 셋차를 지금 이 순간 무척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

[반리]
그렇군.
……알았어, 좋아.

[카즈나리]
야호! 그럼 바로 세팅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먼저 셋챠가 앉을 의자를 준비해야지……!

-

[카즈나리]
자, 셋챠 이 의자에 앉아!

[반리]
그래그래.

[카즈나리]
응, 느낌 좋다. 그럼 시작할게.
있잖아, 그러고 보니 그거 기억해?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같이 대만식 빙수 먹으러 갔잖아. 기숙사에서 다 같이 만들기도 했고.

[반리]
아~ 그런 일 있었지. 과일 같은 거 토핑도 하고.

[카즈나리]
맞아 맞아! 아, 그리고 과제 테마 정할 때 안마당에서 츠무츠무가 타쿠스를 들 수 있는지 도전하기도 하고.
나도 셋챠를 공주님 안기로 들 수 있는지 시험해본 적도 있었잖아.

[반리]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으면서 결국 못 했지.

[카즈나리]
아하핫, 성공할 줄 알았는데~!

[반리]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서부극 영화에도 출연했었고.

[카즈나리]
건맨 스타일 셋챠 최고로 멋있었어!
그런데 그때 나, 왠지 막 나섰던 것 같아서 미안해. 셋챠가 고민하는 것 같아서 그만!

[반리]
아냐, 카즈나리가 날 많이 생각해준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고마웠어.
뭐, 뒤풀이에서는 취한 너를 감당해야 했지만.

[카즈나리]
악~! 진짜 미안해~!

[반리]
카즈나리랑 마스미랑 셋이서 거대 체스 시설에서 안내역을 맡은 적도 있었잖아.

[카즈나리]
맞아, 그랬어!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체스 두고 돌아가는 길에 출연 의뢰 얘기를 듣고 엄청난 우연이라고 생각했었어~!
안내하는 것도 체스로 노는 것도 진짜 재밌었지!

[반리]
그랬지. 그리고 전에 카부토 씨 워크샵 후에 타피오카 먹으러 간 적도 있었고.

[카즈나리]
맞아! 그때 우리 꽤 깊은 얘기 했었는데~

[반리]
게다가 그때 카즈나리가 해준 조언이 내가 고민하던 걸 해결하는 실마리가 됐었어.
생각해보면 정말 카즈나리한테 여러모로 신세를 많이 졌네.

[카즈나리]
그건 나도야! 이번에도 내가 좀 이상해 보여서 바로 말 걸어줬잖아?

[반리]
뭐랄까~ 같은 대학 다니게 되고서 전보다 같이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서로의 사소한 변화 같은 건 쉽게 알아보게 된 걸지도.

[카즈나리]
그렇지! 아, 얘기하다 보니 꽤 많이 그렸넹.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야.

[반리]
오~

[카즈나리]
……있잖아, 셋챠. 이 크로키북 소중하게 가지고 있어줘서 고마워.
셋챠가 크로키북을 소중하게 생각해 준 거나, 지금 셋챠를 그리면서……. 다시금, 이 크로키북이 내게 소중한 거였구나~ 깨닫게 됐어.

[반리]
그래. 그럼 이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마.

[카즈나리]
응, 그럴게.

[반리]
……. ……새삼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카즈나리와 함께한 추억이 진짜 많이 있지.

[카즈나리]
나도 방금 그 생각 했어! 정말 다 생각 못할 정도로 많지~

[반리]
2년이나 있었으니까. 그보다 나, 이미 습관 돼서 카즈나리도 없는데 다음 달에도 여기 올 것 같아.
진짜, 카즈나리가 여기에 없다니 믿을 수 없다니까. ……왠지 이상한 기분이야.

[카즈나리]
아~ 계속 거기에 있던 사람이 없어지면 그런 생각 들곤 하지~

[반리]
그러게. 외롭――.

[카즈나리]
어……?

[반리]
…….

[카즈나리]
어!? 셋챠 지금 외롭다고 했어……!?

[반리]
뭐!? 안 했어. 내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카즈나리]
그러지 말고, 한 번 더 말해줘!

[반리]
안 했다니까!

[카즈나리]
난 들었는데! 우와아, 방금 그거 영상 찍어둘 걸 그랬어~!

-

[카즈나리]
다녀왔어~ 꽤 늦어졌네.

[반리]
그러게. 뭐, 그래도 졸파에는 안 늦었으니 괜찮겠지.

[카즈나리]
앗! 맞다, 아까 그린 거 셋챠 줄게.

[반리]
줘도 되겠어?

[카즈나리]
응. 내가 아마미에서 그린 마지막 그림, 역시 셋챠가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

[반리]
그런 거면 받을게. 생큐.
그럼 이참에 나도…… 이거. 졸업 축하.

[카즈나리]
어!? 우와와, 주는 거야!? 셋챠, 땡큐~! 열어봐도 돼?

[반리]
응.

[카즈나리]
앗, 크로키북……! 그것도 내가 평소에 쓰는 것보다 좋은 거네!

[반리]
카즈나리, 앞으로도 그림 그릴 거잖아?

[카즈나리]
당연하지! 앞으로 UMC로서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니까! 뭐, 처음에는 지금처럼 디자인 관련 일이 중심이 되겠지만…….
그보다 이 크로키북 진짜 기뻐! 고마워, 셋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반리]
그래.

[이즈미]
어라, 둘 다 와있었네. 어서 와!

[카즈나리]
다녀왔어, 감독쨩!

[반리]
다녀왔어.

[이즈미]
곧 졸업 파티 준비 끝나니까 짐 두고 옷 갈아입고 와.

[반리]
어~

[카즈나리]
네네~!

[이즈미]
아참, 카즈나리 군.

[카즈나리]
응?

[이즈미]
졸업 축하해!

[카즈나리]
고마워, 감독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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