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부토]
"옛 사람은 신의 앞에서 참회했다. 오늘날 사람은 사회 앞에서 참회하고 있다."
그런고로 각본이 완성됐어. 미안.

[반리]
가벼워…….

[아오시]
아쿠타가와로 눈속임하지 마요.

[카부토]
저주와도 같은 연극계의 악습에 붙들렸다고 해야 하나…… 시간을 들인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
뭐, 첫날에는 반드시 맞출 거야.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할 거니 읽어둬.

[반리]
대본 나눠주면 되지?

[카부토]
그래.

[배우 A]
오늘도 에튀드 연습만 하고 끝나는 줄 알았어…….

[배우 B]
이제야 본격적인 연습 시작인가.

[반리]
(배역은 들었던 대로 주연은 나, 준주연이 효도. 내용은――)
――.

[카부토]
연극 타이틀은―― '초토의 섭리'.

-

16세기말 런던.
위대한 극작가이며 연출가였던 스승 제익스의 사후, 이어 극단을 이끌게 된 배우 바알.
축복받은 재능, 스승에게 배운 연출 기술과 대규모 극단을 손에 넣고, 바알은 전능함에 잠겨있었다.
앞으로는 자신의 시대라고 생각하던 때, 스승의 유언으로 어느 무명 배우와 함께 스승의 유작 무대에 서게 된다.

주연은 바알, 준주연으로 지명된 남자는 보육원에서 자란 배우 주더스.
스승이 찾아내고 연극을 가르친 애제자였다.

스승의 의도를 짐작도 못 한 채 유언에 따라 주더스를 받아들여 연습을 시작하지만, 아마추어를 막 벗어난 정도의 연기에 내심 비웃는 바알.
창피를 주어 제 발로 나가도록 신입 배우의 소개를 겸해 주더스에게 광장에서 일인극을 시킨다.

하지만 주더스는 사람 앞에 서서 연기를 시작하자
연습 때와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 보는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연기를 펼쳤다.

죽은 스승을 사로잡은 주더스의 재능을 눈앞에서 보고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격렬한 질투에 사로잡히는 바알.
유작 공연을 상연하기 전까지 주더스의 재능은 더욱 연마되어, 이대로 무대에 함께 오르면 자신은 배우로서 뒤처져 보일 거라는 공포에 시달린다.
스승에게 받은 지위나 극단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암귀에 빠진 바알의 광기는 가속하고,
본 공연 라스트 난투 장면에서 소도구를 진짜 나이프로 바꿔치기해, 사고로 꾸며 주더스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공연 첫날――.
주더스는 난투의 소도구가 바뀐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바알의 도전에 맞서려 하고 있었다.
생전 제익스의 총애를 받으며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연출가로도, 극단 주재로서도 각광받았던 바알에게
주더스 또한 질투하고, 바알을 죽여 그를 대신하려 하고 있었다.

난투로 위장한 진심 어린 살상극은 점점 심화되고
무대 위에서 꼴사납게 뒤얽혀 싸우다 끝내 함께 쓰러지는 두 사람.

――막이 내리고, 두 사람의 시신은 박수갈채를 받는다.

-

[반리]
광장에서 일인극이라니…….
(……완전히 포트레이트잖아)

[카부토]
훗.

[반리]
(이렇게 나오기냐)
(주더스의 연기에 집착하고 질투해서 광기에 물드는 바알…… 마치 내 미래는 이렇게 될 거라고 하는 것 같아……)
(이걸 저 녀석이 연기하게 두는 건 솔직히 열받지만…… 내용은 재밌고 연기하는 보람있는 역할이야)
(그리고 이건 MANKAI 컴퍼니에서는 할 수 없는―― 극단 백화에서만 할 수 있는 연기야. 틀림없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거다)
그건 그렇고 배경이나 대도구 발주는 어떡하게?

[아오시]
이 정도 시대 배경의 대도구면 시간이 부족해요.

[카부토]
이번에는 무대 세트를 만들지 않을 거야.
대량의 스툴을 장면마다 늘어놓거나 쌓거나 부수면서 추상적인 장면 표현으로 갈 거다.

[배우 A]
스툴?

[쥬자]
그런 거…… 본 적 있슴다.
배우가 무대에 계속 있으면서 장면마다 패널이나 의자를 움직여서 전철을 표현하거나 회의실로 만들거나――.
배우가 직접 세트를 만들면서 연기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어.

[카부토]
바로 "그런 거"야.
이 연기도 메인 캐스트를 포함한 배우들에게, 장면 전환이 이루어질 때마다 직접 스툴을 움직이게 할 거니까.

[쥬자]
재밌겠어.

[반리]
……오퍼 엄청나게 복잡해지는 거 알고 하는 소리냐.
……. (그보다 효도는 이 각본을 어떻게 보고 있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모티브라는 건 알겠지? 둔감하니까 모르려나……)
(어느 쪽이든 서로 연기하는 보람이 있는 역할이야. 무대 위에서는 죽어도 안 질 거야)
(뭐, 이번 역할은 글자 그대로 죽지만)
그럼 바로 리딩 준비를――.

[카부토]
기다려.

[반리]
?

[카부토]
내가 허가할 때까지 셋츠와 효도는 역할을 바꿔서 연기한다.

[반리]
어?

[효도]
내가 바알을……?

[아오시]
그러고 보니 에튀드에서도 서로를 연기하게 시켰었죠.

[반리]
어어, 그러고 보니…….

[카부토]
그럼 시작해라.

[반리]
네네. 알겠습니다요, 폐하.

-

[쿠레하]
으~음…… 머핀이랑 도넛…….

[케이쿠]
…….

[쿠레하]
앗―― 또 저번처럼! 이건 아직 내가 고민 중인 거야!

[케이쿠]
……살 수가 없는데요?

[쿠레하]
자, 잠깐만 기다려, 바로 정할 거니까――.

[여자 A]
뭐야, 무슨 일?

[여자 B]
쿠레하 군, 무슨 일이야?

[케이쿠]
빨리.

[쿠레하]
저번에는 고르던 중에 채가서, 확보하고 있어. 앗, 그래도 푸딩은 고마――.

[여자 A]
그럼 내 디저트 먹어! 계절 한정 고구마 롤케이크, 맛있어~! 줄게!

[쿠레하]
어? 고, 고마워…….

[케이쿠]
(……사랑받는 캐릭터라)
그건 어떤 기분이야?

[쿠레하]
……어?

[케이쿠]
――칫.

[쿠레하]
앗, 잠깐만, 너――.

-

[케이쿠]
……아~ 누구랑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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