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루]

자, 그럼 갈까, 감독님.


[이즈미]

네!


[이타루]

……하지만, 인사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적당히 교내를 어슬렁거려볼까.


[이즈미]

이타루 씨에게 가장 추억이 깊은 장소는 없어요?


[이타루]

……굳이 말하면 도서실인가.


[이즈미]

그럼, 나중에 거기도 가봐요. 안내해주세요!


[이타루]

오케.


-


[이타루]

…….


[이즈미]

(이타루 씨, 안에 들어온 뒤에는 계속 조용히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아. ……으음. 어쩌면, 뭔가 떠올리고 있는 걸지도.)

……이타루 씨, 왜 그러세요?


[이타루]

……아니. 그 당시 일이 조금 떠올라서.


[이즈미]

그랬군요.


[이타루]

토노오카 일이 있고 난 뒤에……. 고3 중간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봉인해뒀었는데.


[이즈미]

……네.


[이타루]

고립되어 있던 나를 신경 써준 것인지, 한 번 말을 걸어준 선생님이 있었던 게 생각났어.


[이즈미]

(……혹시, 현대국어 선생님을 물어봤을 때 좀 짚이는 데가 있어 보였던 그 사람인가.)

그 선생님은 아직 있어요?


[이타루]

글세 어떨지. 애초에, 날 기억도 못할 테고.


[???]

……치가사키 군?


[이타루]

――선생님?


[이즈미]

(선생님? 이타루 씨의……?)


[이타루]

……오랜만이에요.


[???]

오랜만이야. 그쪽 분은…….


[이즈미]

타치바나 이즈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쿠츠]

저는 아쿠츠라고 해요. 여기서 현대문 선생님을 하고 있어요.

그건 그렇고 놀랐어…… 여기엔 어떻게? ――혹시, 두 사람…….


[이즈미]

아, 실은…….


[아쿠츠]

요즘에는 모교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것도 유행인 듯 하니까. 저번에도 제자 한 쌍이…….


[이즈미]

!?


[이타루]

네?


[이즈미]

(뭐, 뭔가 엄청나게 오해하고 있어……!)

아, 아니에요! 이번에 무대에서 이타루 씨가 선생님 역할을 연기하게 돼서 그 역할분석을 위해 모교에 방문을…….


[아쿠츠]

……어? 치가사키 군, 배우를 하고 있는 거야?


[이타루]

겸업이지만요…… 평소엔 회사원이에요.


[아쿠츠]

어떤 회사?


[이타루]

상사 회사인데요…….


[아쿠츠]

그래. 훌륭하구나…….


[이타루]

……네.


[아쿠츠]

――. ……음, 내가 기뻐할 자격은 없지만. 네게 뭔가 해준 것도 없으니까.


[이타루]

애초에, 선생님이 저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쿠츠]

인상적인 학생이었으니까 물론 기억하고 있고, 도서실에서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이타루]

그랬나요.


[아쿠츠]

거의 얘기해 본 적도 없으니까, 일방적이었지만.

고3 중간부터, 치가사키 군이 그 전처럼 웃을 수 없게 된 게 계속 신경 쓰였어.


[이즈미]

(……그건, 토노오카 씨하고 멀어진 시기겠구나. 그 시절의 이타루 씨를 제대로 봐주고 있던 사람이 있었어.)


[아쿠츠]

뭔가 말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한 번 못 참고 말을 걸어봤지만, 말을 잘 못 했지.


[이타루]

……그때 일은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선생님, 저한테 어떤 책을 추천하려고 했었어요?


[아쿠츠]

그게…… 기억나지 않아. 애초에, 말을 걸 계기가 필요했을 뿐일지도 모르지.

지금의 치가사키 군을 보면, 그 당시 일은 벌써 뛰어넘었다는 걸 알겠어. 표정이 다르니까.


[이타루]

…….


[아쿠츠]

하지만, 그때 치가사키 군하고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게 나는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어.


[이타루]

제 일로, 그렇게나……?


[아쿠츠]

그래. 그러니까, 그때의 뜻대로 안 되는 마음을 잊지 않고 학생을 대할 때 미련이 남지 않도록――. 지금은 신임 때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관련되고 있어.

어차피 많은 사람 중 하나니까, 졸업하면 잊어버리겠지 같은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이타루]

…….


[아쿠츠]

교사로서는, 당시의 학생 한명 한명을 깊이 생각하고 있어. 학생을 떠올릴 때 그 시절의 자신도 같이 떠오르지.

그건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잔뜩 있지만……. 치가사키 군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던 것처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


[이타루]

……그런, 가요.


[아쿠츠]

교사도 어차피 학생들하고 같아. 그냥, 강하지 않은 인간이야.


[이타루]

――.


[이쿠츠]

미안하구나, 이런 얘기를 해서…….


[이타루]

아뇨, 들어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기, 감독님――.


[이즈미]

……! 알겠어요.

아쿠츠 씨, 이거, 이번 공연 포스터예요. 저희 공연…… 괜찮으면 보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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