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A]
결국 끝까지 지각이냐고.

[학생B]
그보다 카부토 씨한테 시작 시각 빠르게 알려주면 되지 않아?

[학생A]
말했어.

[반리]
(사실은 학교 땡땡이치더라도 공연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런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니까)

[카부토]
그럼 워크숍 최종일 시작한다.

-

[카부토]
…….

[반리]
저기. 당신이 한 질문의 답을 찾았어.

[카부토]
…….

[반리]
"나는 연기가 하고 싶어. 이곳에서, 계속,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반리]
무슨……!!

[카부토]
첫 워크숍에서 이 꼴을 봤으면 스카우트했을지도 모르지. 조금은 재밌는 배우가 됐잖아.

[반리]
――.

[카부토]
표정이 개운해 보이는데, 앞으로 넌 몇 번이고 다시 콧물 흘리면서 울게 될 거다.

[반리]
흘린 적 없어.

[카부토]
몇 번이나 고민하고 발버둥 치고 괴로워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거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반리]
딱 좋네. 간단하게 클리어할 수 없는 편이 더 타오른다고.

[카부토]
너, 지금 몇 살이지?

[반리]
……스물인데요.

[카부토]
"누구나 사람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 어른보다 노성할 때가 있다."

[반리]
어?

[카부토]
……하아. 사카구치 안고다. 기껏해야 스물의 노성 따위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지.
이걸 줄게. 좀 더 책을 읽어. 타인의 삶을 네 걸로 만들어.

[반리]
자서전 사인본이에요?

[카부토]
아니야.

[반리]
'바람과 빛과 스무 살의 나와'……?

[카부토]
사카구치 안고의 포트레이트 같은 거다.

[반리]
네……?
……? 여기 쓰여있는 번호는……?

[카부토]
내 옆에서 연기하고 싶어지면 걸어.

[반리]
……뭐야 그게. 갈 리 없잖아.

-

[반리]
……. (이 대사는 역시 조금 더 억눌러서……)

[사쿠야]
반리 군.

[반리]
?

[사쿠야]
대본 체크?

[반리]
응.

[사쿠야]
앗, 거기 'Spotlight' 인터뷰에서 말한 장면이지? 처음 했을 때보다 무척 좋아졌어.
……'답'을 찾았구나.

[반리]
그렇지. 마지막엔 그렇게 혹평해대던 상대에게 이유는 몰라도 인정받았어.

[사쿠야]
정말? 잘됐다! 반리 군의 좋은 점 전해진 거야.

[반리]
이번 사건으로 극단 녀석들이나 가족들이나 모두에게 걱정을 끼쳤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에 답을 찾은 것 같아.
왜 나는, 다른 무엇도 아니라 연극이 아니면 안 되는지……. 본심에서 끓어오른 내 마음의 답이라는 걸 알게 돼서 다행이야.
아마도 앞으로 연극을 계속해가면서, 기둥 같은 게 될 것 같아.

[사쿠야]
그때, 나도 뭔가 더욱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것도 못 해서 미안해.

[반리]
같이 연습하고 연기해준 것만으로 충분해. 연기하고 있을 땐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할 수 있으니까.

[사쿠야]
그래…… 다행이다.

[반리]
솔직히 내 존재가 극단에 폐가 돼서 공연을 망치는 거라면, 여기에 내가 있을 곳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어.
하지만 극단 녀석들은 나를 주연으로 두고 같이 연기를 계속해줬어. 연습실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자리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사쿠야]
그 마음,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반리 군에게는 연습실 외에도, 극단 안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확실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반리 군의 자리를 지켜줄 거야.

[반리]
그런 것 같네. 모두가 나를 걱정하고 마음 써주는 게 간지러웠어.

[사쿠야]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번 반리 군 같은 일을 겪으면 분명 다들 똑같이 행동할 거야. 반리 군도 그렇지 않아?

[반리]
……그렇지.
새롭게 연기를 향한 각오를 다지고 겨우 스타트라인에 선 것 같아.
카부토 씨도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고. 지금부터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인 걸지도 모르지.

[사쿠야]
여행이라. 좋다. 요즘에 만개 공연 사쿠의 영향인가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어졌어. 난 지금까지 학교 수학여행 같은 것 밖에는 간 적 없거든.

[반리]
호오, 혼자서 여행이라. 역할분석도 겸해서 후편 시작하기 전에 가보면 좋지 않겠어?

[사쿠야]
아즈마 씨가 혼자 여행하는데 프로 같으니까 다음에 물어봐야지.

[반리]
뭐, 그전에 만개 공연 전편을 해야지.

[사쿠야]
응! 남은 시간 안에 최고의 연기를 완성하자!

[반리]
그래, 다시 집중해서 해야지.

-

[타이치]
――앗, 죄송해여.

[사쿄]
좁으니까 빨빨거리지 마!

[아자미]
야, 베이스 메이크업은?

[쥬자]
끝났어.

[아즈마]
조잡해! 다시 해!

[아즈마]
이번에는 출연자가 많은 만큼 베이스 메이크업은 각자 하게 됐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힘들겠어.

[타스쿠]
이즈미다가 들어오기 전에는 이게 보통이었지만요.

[호마레]
그건 내 의상이라네.

[히소카]
……착각했어.

[오미]
완전히 분장실이 수용량 오버네.

[이즈미]
후편도 각오해야겠어.
(상황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니까 긴장하는 멤버도 있네. 주연인 반리 군은――)

[반리]
…….

[이즈미]
SNS 답변?

[반리]
응. 메이크업도 끝났고 시간 있으니까.

[이즈미]
(반리 군은 침착하구나. 주연이 릴렉스하고 있으면 안심되지)
(단독방송 후로 팔로워도 늘고 반리 군 개인뿐만 아니라 극단 자체의 지명도가 올랐어. 그 셋츠 반리의 연기를 좀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 덕분에 반리 군이 주연인 전편 티켓 예약이 엄청 증가했고)
(첫날인 오늘은 특히 라이브 송출 티켓이 많이 팔렸으니, 다음으로 잇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해……!)

-

[쥬자]
여기도 좁네.

[타이치]
이렇게 꽉 찬 건 처음이에여!

[타스쿠]
출연자가 이만큼 있으면 입 퇴장이 힘드네…….

[츠무기]
후반엔 더 늘어날 텐데…….

[히소카]
……삐져나올 거야.

[이즈미]
이제 곧 개연이야.

[사쿠야]
그럼 단장이 한마디!

[반리]
이 좁은 곳에서 하는 거냐고.

[이즈미]
모처럼 모였는데, 서포트 멤버인 봄조도 끼면 좋지 않을까?

[사쿄]
더 늘려서 어떡하게.

[아즈마]
어때서, 좋지 않아? 이런 기회도 별로 없잖아.

[반리]
그럼 전원 원진 짰지?
이번에는 주연으로서 폐를 많이 끼쳤어. 연출 조수로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 하지만 그만큼의 빚은 무대 위에서 반드시 갚겠어.
얘들아, 기합 넣고 한 방 먹이자!

[쥬자]
오우!

[사쿠야]
오~!

[오미]
오우!

[타이치]
오~!

[사쿄]
오우.

[히소카]
……오~

[츠무기]
가을조 식이네.

[아즈마]
신선해.

[호마레]
가끔은 이런 것도 좋군!

[이즈미]
(평소보다 사람 수가 많은 만큼 목소리도 커……)

[관객A]
꺄~!

[관객B]
반리 군 목소리야!

[지배인]
개연 전이니까! 목소리는 작게요!

[반리]
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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