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폐점 후 가게에서 만나다니 철저하네. 네 집무실에서 봤어도 됐을 텐데.
[레니]
집무실은 요즘 연극 상담이니 뭐니 해서 극단원들과 전속 작가가 자주 드나드니까 말이야. 차분하게 얘기할 수 없어.
[슈]
그건 잘된 일이군.
[레니]
어쨌든 서로 모은 정보를 먼저 정리해보자.
[젠]
그 전에 먼저 배부터 채워야지.
[슈]
주문 마감 안 했어?
[젠]
오늘은 특별이야.
-
[슈]
후우, 잘 먹었다.
[레니]
미안하군. 이런 시간에.
[젠]
서비스료 추가로 받을 거야.
[유조]
여어.
[카스미]
수고했어.
[히로]
뭐야, 너희만 먹어?
[레니]
너희가 왜……?
[슈]
내가 불렀어.
[레니]
뭐?
[카스미]
오늘이 마침 내 방송 녹화 날이었거든. 히로가 게스트로 오는 날이었어.
[히로]
그랬더니 타이밍을 엿본 것처럼 유조가 연락을 해서 말이야.
[유조]
어차피 마시러 갈 테니 나도 같이 가려고 한 거지.
[슈]
그때 내가 연락했다는 건가. 뭐, 바로 모일 수 있어서 마침 잘됐지.
[유조]
셋이서만 모이고 우리는 따돌리는 거냐고.
[레니]
조금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정리되면 너희에게도 얘기할 예정이었어.
[슈]
이왕이면 한 번에 얘기하는 게 답답하지 않잖아?
[레니]
하아…… 하는 수 없군.
[히로]
중요한 얘기라는 건, 유키오를 여기로 돌아오게 하는 그 일이야?
[레니]
그래. 상대가 상대인 만큼 신중하게 움직여야만 했어.
GOD 극단과 MANKAI 컴퍼니의 두 번째 연기대결 때 미나기 츠즈루의 각본을 카피해 이카루가 쿠스미에게 보내서 도작을 재촉한 인물이 있었다.
또한 그 인물은 연기대결 당일 GOD 극장으로 오는 MANKAI 컴퍼니 멤버를 습격했지.
[젠]
아, 내가 반리랑 응전한 놈들인가.
[레니]
쿠스미를 추궁하니 후자에 대해서는 관여를 부정했지만, 전자의 인물은 이름을 자백했어.
게다가 그 인물에게 도작을 재촉당한 건 처음이 아니고, 이전에 아버지인 이카루가 핫카쿠의 작품을 도작한 것도 말이야.
[히로]
그 도작이, 설마…….
[레니]
카시마는 알고 있지.
[유조]
핫카쿠 씨의 각본을 도작한 건 아들인 쿠스미야. 유키오 씨는 도작의 책임을 전부 지고 연극계에서 떠나는 걸 조건으로 극단을 지키기로 한 거고.
MANKAI 컴퍼니가 지금도 존재하고, 플뢰르상 노미네이트 대상 극단에서 제외되지 않은 건 유키오 씨 덕분이야.
[히로]
그렇구나…… 유키오는 컴퍼니를 지키기 위해서…….
[유조]
유키오 씨는 아들인 쿠스미를 감싸고 싶은 핫카쿠 씨의 마음도 헤아린 거겠지. 도작의 진상을 공개하지 않았어.
[젠]
그래서 두 번에 걸쳐 쿠스미에게 도작을 재촉한 인물이 누구지?
[유조]
나도 거기까지는 몰라. 유키오 씨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레니]
……아마다테 케이쥬. 과거 쿠스미가 전속 작가로 소속해있던 극단 백화의 주재다.
[카스미]
극단 백화!?
[유조]
플뢰르상 이사회 멤버잖아.
[젠]
그만큼 대담한 일을 벌일 돈도 권력도 있다는 건가…….
[레니]
첫 번째 도작 사건 때, 타치바나에게 핫카쿠 씨와 극단을 위해 연극계를 떠나라고 말한 건 아마다테 씨였다더군. 그렇게 하면 도작의 진상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해.
[히로]
약속이라기보다 협박이잖아. 입 다물어줄 테니까 연극에서 은퇴하라는.
[젠]
자기가 쿠스미를 부추겨놓고서.
[카스미]
애초에 도작한 건 극단 백화에 있을 때의 쿠스미인데, 그게 왜 MANKAI 컴퍼니 측의 책임이…….
[레니]
그게 아마다테 씨의 책략이었던 거지. 소송으로 번지면 MANKAI 컴퍼니 측이 불리해지는 증거가 모여있었어.
[유조]
자칫 잘못하면 쿠스미가 아니라 핫카쿠 씨가 도작한 게 될 뻔했다는 건가.
[슈]
재판에서 다투게 되더라도 부모자식 간의 진흙 싸움이야. 핫카쿠 씨에게는 괴로운 일이 되겠지.
[젠]
핫카쿠 씨는 이걸 알고 있었나?
[레니]
아니, 자세한 건 몰랐을 거야. 하지만 쿠스미가 도작한 것 만은 알고 있었어.
뭐, 타치바나가 자신과 쿠스미를 위해 죄를 뒤집어쓴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아마다테 씨는 어떠한 이유로 타치바나 유키오 내지는 MANKAI 컴퍼니에 강렬한 적의, 증오를 품고 있어.
[히로]
그래서 초대에 이어서 신생도 걸고넘어지려고 한 건가.
[젠]
하지만 두 번째는 초대와는 상황이 달라. 잘못하면 쿠스미와 GOD 극단이 규탄받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아?
[레니]
나도 그건 생각했어. GOD 극단이 노려졌다고 한다면, 플뢰르상 노미네이트 극단으로서 방해됐던 거겠지.
[카스미]
극단 백화는 그런 짓 안 해도 충분히 플뢰르상을 탈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히로]
그렇다고는 해도, 마지막엔 이사회의 총의로 결정되니까. 싹부터 자르려는 심리가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젠]
GOD 극단 대신에 MANKAI 컴퍼니가 무너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만족스러웠겠고.
[유조]
이사회 다른 멤버는 알지 못하는 건가?
[레니]
아마다테 씨는 중견 포지션이면서 이사회를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 알게 됐어.
[슈]
이사회 할아버님들은 전부 기력이 없다니까.
[유조]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말이야.
[레니]
그만큼 아마다테 케이지의 인심 장악술이 뛰어나다는 거겠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고르지 않는 인간인 건 틀림없어 보이고.
그런 상태이니 더욱, 아마다테 씨가 좌지우지하는 이사회 내부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
[유조]
야, 들어가다니 설마…….
[레니]
그 설마야. 슈의 연줄로 이사장과 직접 얘기해본바, 이전부터 아마다테 씨의 움직임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나 보더군.
이사장 측에 붙겠다고 약속하고 이사장 추천으로 이사회 신 멤버 후보로 들어갈 수 있었어.
아마다테 씨 탓에 이사회가 부패하고 있다면, 내가 꼬리를 잡고 지금까지의 행위를 전부 백일하에 드러내 주겠어.
[카스미]
하지만 레니 씨가 이사회 멤버가 되면 GOD 극단은 오히려 노미네이트 되기 힘들지 않아?
극단 백화정도로 명실공히 국내 톱클래스라 노미네이트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레벨이라면 몰라도…….
[히로]
이사회 멤버 관련 극단은 안이하게 노미네이트되면 유착 의심을 받으니까.
[슈]
그 극단 백화 주재가 속이 시커먼데 그런 점만 성실하다는 것도 웃기지만.
[유조]
레니 씨는 괜찮겠어?
[레니]
우문이군. 백화처럼 세간에서 노미네이트 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고의 연극을 만들어내면 될 뿐이야.
[카스미]
오오~
[히로]
그만한 각오가 있으면 전력으로 협력할게.
[카스미]
나도 유키오 씨에게 은혜를 갚아야지.
[젠]
아마다테에게도 지금까지의 보답을 해야겠지.
[유조]
그래서, 다음 수는 어쩔 거지?
[슈]
아마다테가 눈치채지 못하게 극단 백화 내부 인간에게 접촉하려고 시도해봤어. 오늘은 그 결과 보고를 겸하고 있지.
[카스미]
어떻게 됐어? 슈 씨!
[슈]
그게…… 조사하면 할수록 극단 인간은 아마다테에게 빈틈없이 관리되고 있어서. 손쓸 도리가 없나 싶을 때, 익명으로 메일이 왔어. ――봐.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거다. K'
[카스미]
K는 '마음(코코로)'같네. 소세키의.
[젠]
이 인용은 다자이같지만.
[슈]
메일주소고 보면 백화 소속 인간 같아. 단, 아마다테의 함정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 답변은 보류했어.
하지만 뭐, 가만히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레이지가 괜찮다고 한다면 접촉해볼게.
[레니]
……상관없다.
[유조]
오늘 슈 씨가 우리에게도 그 얘기를 했다는 건, 그 외에도 또 있다는 거지?
[슈]
그래. 내 연줄로 살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어. 너희 힘을 빌리고 싶다.
[히로]
그럼 나는 예능계에서 아마다테 케이쥬와 연이 깊어 보이는 일대의 정보를 조사해볼게.
[카스미]
난 아마다테 씨를 몰아붙일 정보를 잡으면 나데시코 출판 주간지에 게재하기 위한 제휴를 생각해둘게.
[젠]
……'Gentiana'에서 고용한 퍼포머 중에 예명은 바꿨지만 극단 백화 출신인 녀석이 있어. 과거는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백화 시절 일을 물어볼게.
[유조]
그럼 나는 어떡하지.
[카스미]
유조, 몬스터 닮아서 딸들이 좋아하니까 다음에 애들 보러 와줘.
[유조]
유키오 씨 일하고 상관없잖아!
[슈]
그럼 다음 공연 대도구로――.
[히로]
얼굴로 경호원이라도――.
[유조]
그러니까 유키오 씨 관련 없잖아!
[레니]
(참으로 든든하군, 동료라는 것은……)
(타치바나도 어서 여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겠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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