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 (시선이 느껴졌는데…… 기분 탓인가? 아니,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만약을 위해 멀리 돌아갈까)
-
[슈]
감시당한다고?
[레니]
확증은 없지만,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어.
[슈]
아마다테가 일부러 알기 쉽게 견제하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군. 뭐, 여기는 도청 위험도 없어.
[레니]
K와의 약속 시간은 22시였지?
[슈]
응. 이미 미팅룸에서 대기하고 있어.
――왔다. K야.
[K]
"오토미야인가? K다."
[슈]
가공한 음성이군.
[K]
"일단 정체를 알릴 수는 없어서 말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아마다테를 의심하고 있지?"
[슈]
그래.
[K]
"당신들 예상대로 아마다테는 반사회적인 조직을 써서 여러 가지로 뒤가 구린 짓을 저지르고 있다. 극단 중추에 있는 나는 그 증거가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슈]
구체적으로는?
[K]
"MANKAI 컴퍼니의 각본을 부정한 방법으로 카피한 가짜 기자의 증언과 아마다테의 컴퓨터에서 빼낸 거래 데이터."
[레니]
――그게 있으면 아마다테의 방해 공작과 반사회조직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번 이사회에서 그 데이터 내용을 공개하고 싶다.
[K]
"나도 아마다테가 경계하고 있어서 마크가 심해. 지금도 표면상으로는 외부 업자와 회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면 들킬 위험이 있다. 의혹 단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기밀을 누설한 정보를 잡히면 곤란해."
[레니]
그럼 어떡하면 되지?
[K]
"물리적인 저장 매체에 데이터를 카피해서 직접 넘기겠다. 그럼 되겠지?"
[레니]
상관없다.
[슈]
지금도 목소리를 바꾸고 있는데 직접 주고받는 게 되겠어?
[K]
"가면이든 뭐든 쓰고 갈 테니까 문제없어."
[슈]
하나만 묻고 싶다. 왜 위험을 무릅쓰고서까지 우리와 거래하는 거지?
[K]
"거래에는 조건이 붙는 법이지."
[슈]
……이제 본색이군. 돈인가?
[K]
"그런 건 한 푼도 필요 없어. 조건은 두 개다."
"하나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아마다테 케이쥬를 추궁할 때는 어디까지나 아마다테 개인의 스캔들로서 다룰 것. 극단 백화가 존속할 수 있도록, 극단과 아마다테의 악행은 관계가 없다는 전제로 정보를 다루는 것에 유의할 것."
[슈]
그렇군.
[레니]
첫 보도는 관계자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 부분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겠지.
[K]
"두 번째 조건은…… 데이터 수취는 신생 MANKAI 컴퍼니 총감독 본인이 나올 것."
[레니]
뭐?
[K]
"총감독에게 넘기면, 그 후에는 총감독이 그 데이터를 누구에게 넘기든 참견하지 않겠다."
[레니]
그건……. MANKAI 컴퍼니와 아마다테 씨의 관계는 초대 시절부터 이어져 온 거다. 가능하면 초대인 우리가 결말을 짓고 싶다.
[K]
"그건 당신들의 에고지."
"첫 번째 조건을 듣고 알았을 테지만, 난 아마다테가 물러난 후 극단 백화를 짊어지고 설 생각이다. 그러니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마다테 케이쥬의 행위를 청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
"그쪽에서도 MANKAI 컴퍼니의 미래를 짊어질 인간이 나오는 게 사리에 맞아."
[레니]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다오.
[슈]
그런 느긋한 말 할 시간 없지 않아? 네가 참가하는 다음 이사회는 다음 주잖아. 이사들 앞에서 아마다테를 고발하는 절호의 기회에 데이터가 없는 건 쓰린데.
[K]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하나 더 있어. 아마다테는 MANKAI 컴퍼니의 다음 공연을 확실하게 짓밟으려고 할 거다."
[레니]
그건,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K]
"아마다테는 예전부터 이카루가 핫카쿠의 각본에 집착했어."
"예전에 극단 백화의 연습을 보러 이카루가 핫카쿠가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각본 집필을 의뢰했지만 거절했다고 해. 다른 극단과 생사를 함께하기로 정했다나."
"MANKAI 컴퍼니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슈]
그렇다고 한다면, 핫카쿠 씨의 구상으로 만들어진 우주 공연을 아마다테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K]
"전편 방해를 실패한 만큼 후편은 수단을 가리지 않을 거다."
[레니]
핫카쿠 씨에게…… 그래서 쿠스미를 이용한 건가.
[K]
"그 사람에게, 이카루가 핫카쿠의 각본은 자신의 연극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었던 듯해."
[슈]
핫카쿠 씨의 이야기에 끌리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까지는…….
[K]
"그리고 단순히 MANKAI 컴퍼니가 거슬렸겠지. 그 시절의 극단과 타치바나 유키오에게는 위세가 있었어. 소문에 따르면 플뢰르상 수상과 동시에 최연소 이사회 멤버가 될 거라고 시끄러웠으니까."
[슈]
그런 것까지 알고 있다니, 꽤 예전부터 아마다테 케이쥬와 친밀하게 지냈나 보군. 너, 설마…….
[K]
"뭐, 주고받을 방법은 그쪽이 생각해."
[레니]
기다려, 아직 할 얘기가――.
끊었군. 하지만 K가 극단 백화 내부 인간인 건 틀림없어 보여.
[슈]
어쩔 거지?
[레니]
이사회에서 아마다테 씨를 몰아넣을 수 있으면 다음 공연은 무사히 막이 오를 거야.
하지만 타치바나를 대신해서 지켜줘야만 하는데, 오히려 위험에 말려들게 하는 건…….
게다가 이건 우리 시대부터 질질 끌어온 관계야. 책임은 우리에게 있어.
[슈]
너도 나도, 그 녀석들에게 상당히 나쁜 짓을 했지만 말이야.
[레니]
……물론 그건 부정할 생각 없다. 그러니 더욱, 이 이상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거야.
[슈]
신생조 녀석들은 젊지만 약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거듭되는 고난을 버텨왔어. 특히 유키오 딸은 그때마다 심지가 강해지고 있지. 믿고 얘기해봐. 현실적으로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레니]
……그래.
-
[이즈미]
이제 곧 첫날이네……. 드디어 지금까지 플뢰르상을 위해 준비해온 모든 게 형태로 완성될 거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아빠…….
[사쿠야]
감독님.
[이즈미]
?
[사쿠야]
사쿠 장면 중에 조금 신경 쓰이는 곳이 있어서요…….
어라? 그거, 저번에 여행 갔을 때 사진이에요?
[이즈미]
응. 이건 배우분들하고 스태프분들하고 찍은 사진이야. 이 사람들, 다들 이날 무대를 끝으로 연극을 그만둔다고 해.
[사쿠야]
네? 그래요?
[이즈미]
할 곳이 없어졌으니까. 아쉽지. 다들 최선을 다하는 근사한 무대였는데.
하지만 그 한순간의 연극의 추억을 평생 소중히 품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아빠가 말해줘서 이해했어. 한순간의 연극이 영원한 게 되다니 굉장하지.
내가 연극을 시작한 건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니까, 연극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빠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아빠와 얘기하고서, 내게 있어 연출과 연극이 무슨 의미인지 다시금 재검토할 수 있었어. 혼자서 여행하는 건 갈 때도 올 때도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 지금까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에 각오를 다질 좋은 기회가 됐어.
[사쿠야]
좋아 보여요. 저도 사쿠에게 영향을 받아서 혼자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공연 기간을 보충하기 위해 알바를 잡아서 갈 수 없었거든요. 기회가 생기면 꼭 가볼 거예요!
[이즈미]
응, 좋은 생각이야.
[사쿠야]
드디어 손에 넣은 극단이라는 집을 떠나는 건, 예전 같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테지만…….
여기가 제가 반드시 돌아올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이라면 자연스럽게 혼자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즈미]
그때는 선물로 사쿠야 군의 얘기를 들려줘.
[사쿠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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