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트가 입수한 정보도 계획도 완벽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타깃의 빌딩에 침입해서, 데이터를 카피해 돌아올 뿐인 간단한 임무였을 터였다.


하지만, 잠입계획 자체가 새어나가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상대에게 둘러싸여 도망치는 도중, 어거스트가 총탄에 맞았다.


어거스트를 도우며 어떻게든 빌딩에서 도망쳤지만,

적은 교묘하게 우리를 유도해서, 도망칠 곳이 없는 낭떠러지로 몰아넣었다.


"나는 이미 살 수 없어. 혼자서 도망치는 거야, 디셈버…… 네 능력이라면, 여기서 뛰어들어도 해변까지 헤엄쳐 갈 수 있어."

"……안 돼. 절대로 두고 가지 않아."

"도망쳐, 너만이라도……."

"싫어! 죽지 마!"


"나는, 이제……."

"어거스트가 살 수 없다면, 나도 여기서 죽을 거야."


어거스트의 눈꺼풀이 감긴 순간,

떨리는 손으로 팬던트를 잡아 뜯고, 약이 든 병을 연다.


"소용…… 없어……."

다 마신 순간, 어거스트가 살며시 웃었다.


"어거스트……?"

"그 약은 말이지…… 내가 바꿔놨어…… 너희가 가진 약은,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약……."

"어……?"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어거스트가 띄엄띄엄 그렇게 설명했다.


"조직에 끌어들인 건 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았어…… 조직이나 나에 대한 건 잊고, 새로운 인생을……."

"어, 거스트……."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려던 입은, 더이상 열 수 없었다.

머리가 흔들려서 휘청거리는 내 몸을, 어거스트가 절벽에서 밀어 떨어트렸으니까.


"살아줘……."

"――."


반전하는 시야에 비친 만월이 묘하게 아름다워서, 후회와 함께 망막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차가운 바다에 몸이 내던져지고, 숨이 막혀 단숨에 눈이 뜨인다.

그 뒤엔 그저 헤엄치는 것만을 생각했다.


어거스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머릿속을 가득 지배하고 있었다.

겨우 해변까지 헤엄쳐서 도착하자, 나는 힘이 다해 의식을 잃었다.


-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


[치카게]

그런…… 바보 같은…….


[히소카]

……그게, 그날 어거스트가 바란 전부야.


[치카게]

거짓말하지 마!


[히소카]

――윽.


[이즈미]

치카게 씨, 그만 하세요!


[치카게]

네가 죽인 거야! 조직을, 배신하고, 어거스트를 함정에 빠트려서――!


[히소카]

――큭.


[이즈미]

치카게 씨!


[치카게]

잠입계획이 새어나간 것도, 네가――!


[이즈미]

(치카게 씨는 계속 히소카 씨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직에서 그렇게 믿게 만든 건가……?)


[치카게]

그래서, 나는, 조직의 명으로 너를―― 윽.


[히소카]

……그러는 편이 진짜 배신자에게는 더 좋을 테니까. 배신자는 분명, 아직도 조직에 있어.


[치카게]

――입 닥쳐!


[히소카]

……증거가 있어.


[치카게]

……?


[히소카]

……에이프릴이 받은 자해약도 바꿔놨을 거야.


[치카게]

――. ……흥, 그걸 어떻게 확인할 거지?


[히소카]

내가 마실게.


[치카게]

뭐?


[이즈미]

안 돼, 히소카 씨!


[치카게]

바보 아니야? 그런 짓을 하면, 너는…….


[히소카]

죽지 않아. 또 기억을 잃을 뿐.


[치카게]

뿐 이라니…… 네 가족이란 녀석들은 어떡할 거지? 전부 다 잊게 될 거다.


[히소카]

……추억은 또 만들면 돼. 모두 받아들여 줄 거야.


[이즈미]

히소카 씨…….


[히소카]

……이걸로 증명되면, 치카게도 믿어줄 거야. 가족을 모두 되찾을 수 있어.


[치카게]

――.


[히소카]

…….


[이즈미]

히소카 씨――!


[치카게]

그만둬!


[히소카]

――.


[치카게]

역시 극단에 들어가 있던 사람답군. 연기를 잘해.


[이즈미]

치카게 씨! 히소카 씨는――.


[치카게]

그런 연기로는, 나를…….

……? 달콤한 냄새가 나지 않아……?


-


[어거스트]

"이 자해약은 달~콤한 냄새가 나니까, 나랑 디셈버는 배가 고플 때 깜빡하고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


[디셈버]

"……에이프릴은 매운 것만 먹으니까 안전."


[에이프릴]

"너네, 깜빡하고 자해하지 말아라?"


-


[치카게]

――. 어거스트, 정말로……? 그럼, 나는 뭐를 위해서 지금까지…….


[히소카]

……에이프릴, 네 입장이 되어 생각해봤어. 계속 혼자 남겨둬서 미안해.


[치카게]

……무슨.


[히소카]

……만약 내가 너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야.

……두 명 뿐인 가족을 한 번에 잃고, 더구나 슬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증오해야만 하다니…….


[치카게]

……――.

……나는…… 어떡하면 좋은 거지. 홀로 남겨진 가족인 너를 배신한 건, 나였어.


[히소카]

……무대에 올라서, 연기를 해줘.


[치카게]

……뭐?


[히소카]

……이제 에이프릴의 가족은 나 혼자가 아니야. 에이프릴은 이제부터 새로운 가족들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거야.

……어거스트가 바란 대로.


[치카게]

새로운, 가족…….


[이즈미]

치카게 씨…….


[치카게]

――.


[이즈미]

(치카게 씨가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어거스트 씨의 유지와 히소카 씨의 마음을 헛되게 할 수는 없어. 한 번 받아들인 치카게 씨를 내버리지 않을 거야.)

(받아들이자. 차키게 씨는 이제, 지금까지와는 달라. 나는 지금 이 치카게 씨가 오즈왈드를 연기해줬으면 좋겠어. 봄조와 함께, 무대에 올라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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