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마]

시라사와 감독님의 신작 오디션……!?


[이가와]

감독님이 직접 지명하셨다고 해요.


[카즈나리]

시라사와 감독이라니, 해외에서 영화상도 탄 거장이잖아. 텐텐 대단해!


[텐마]

――아직 정해진 건 아니야.


[이가와]

그 외에도 유망주 배우가 몇 명 후보에 올라있는 것 같지만,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라고요! 시라사와 감독님의 오디션은 불리는 것조차 어렵다고 유명하니까요!


[텐마]

반드시 이 찬스를 붙잡아주겠어…….


[이가와]

그리고, 이번 신작 주연은 스메라기 잇세이 씨―― 텐마 군의 아버지로 결정되어 있나 봐요.


[텐마]

아버지가……?


[쿠몬]

혹시 텐마 씨가 붙으면 부자공연이라는 거야!?


[무쿠]

굉장해, 텐마 군!


[유키]

드디어 해외 진출인가…… 그렇지 않아도 거만한 태도가 더 거만해질 것 같네.


[텐마]

쓸데없는 말이 붙어있잖아.

――이가와, 오디션에 붙으면 촬영은 언제부터지?


[이가와]

촬영 자체는 바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 이번 배역은 종반에 합류할 예정이라 3개월 후가 될 거예요.


[텐마]

다음 여름조 무대 연습하고 본방에는 아슬아슬하게 안 겹치네…….


[이즈미]

오디션에 앞서 연습이 필요하지 않아?


[텐마]

그래, 우리쪽 연습에는 영향이 안 가게 할게.


[쿠몬]

앗! 그럼, 내 연습까지 봐주면 힘들겠다. 난 혼자서 해볼게.


[텐마]

쓸데없는 배려 하지 마. 오디션 연습도, 연극 연습도, 네 연기를 봐주는 것도 전부 할 수 있어. 이 정도는 바빴을 때의 스케줄에 비교하면 별거 아냐.


[이가와]

전에는 잘 시간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카즈나리]

텐텐, 인기 있었으니까~


[유키]

일이 없어져서 딱 잘됐네.


[텐마]

세이브해둔 거야!


[쿠몬]

어, 그치만, 진짜 괜찮아?


[텐마]

문제없어.


[유키]

본인이 저렇게 말하니까 신경 쓸 거 없지 않아? 힘든 건 얼간이고.


[텐마]

야.


[무쿠]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말해줘.


[미스미]

나도 도울게~!


[이가와]

아, 그리고, 만약 오디션에 붙었을 경우에는 로케로 2주 정도 파리에 가게 될 거예요. 여권 기간은 아직 괜찮죠?


[텐마]

그래.


[카즈나리]

프랑스라면 몽생미셸!


[미스미]

몽생미셸?


[카즈나리]

삼각을 닮은 수도원이야~


[미스미]

삼각!? 나도 가고 싶어!


[텐마]

과격한 설명이네.


[이즈미]

하지만, 해외는 여러 가지로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해.


[사쿠야]

어? 텐마 군, 해외에 가는 거야?


[텐마]

아직 정해진 건 아니야. 오디션에 붙으면 가겠지만.


[치카게]

그때는 현지에 있는 내 부하를 호위로 붙여줄까?


[텐마]

네!?


[치카게]

연예인은 노려지기도 하니까 위험하잖아.


[텐마]

아니, 부하라니…….


[치카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괜찮을 거야. 옆에 있어도 기척이 없으니까 분명 있는지도 모를 거고.


[텐마]

오히려 무섭지 않아!?

그렇게 치안이 나쁜 곳에는 안 갈 거고, 스태프도 있으니까 걱정 없어.


[치카게]

그래?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텐마]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대체…….


[유키]

이번 거는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무서워.


-


[무쿠]

……큐 쨩,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


[쥬자]

……그래.


[무쿠]

이대로면 분명 걱정하지 않아도――.


[쥬자]

……그 녀석이, 오디션의 중압감을 이겨낼 거라 생각해?


[무쿠]

……. 쥬 쨩, 큐 쨩의 몸 상태에 관한 거, 여름조 애들한테 말 안 할 거야?


[쥬자]

……다정한 애들이야.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쿠몬이 말하지 않는 이상, 조용히 있어 주지 않겠어?


[무쿠]

……알겠어.


[쥬자]

……미안해.


[무쿠]

쥬 쨩은, 큐 쨩이 입단하는 거 아직 반대야?


[쥬자]

……쿠몬이 정한 일이야. 이제 반대해도 별수 없잖아. 오디션에 떨어지면 그 녀석은 상처받겠지. 하지만, 붙어서 입단한다고 해도 더 상처받을지도 몰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도 스스로 정한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때 가족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옆에 있어 주는 것뿐이야.


[무쿠]

……응. 그렇지…….

[이즈미]

그럼, 오늘 연습을 시작할게요. 오늘부터 쿠몬 군이 참가하니까 다들 잘 부탁해.


[미스미]

네~에!


[카즈나리]

쿠모삐, 잘 부탁피코!


[쿠몬]

잘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쿠몬 군의 과제도 있으니까, 오늘부터 일주일간 일인극 연습을 중심적으로 할 거야.

(초심자인 쿠몬 군이 따라올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지만……. 쥬자 군이 한 말도 있고, 쿠몬 군의 의욕에 걸어보자.)

쿠몬 군, 우선 연기 감각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 대사로 희로애락을 표현해볼래?


[쿠몬]

네, 네!


[무쿠]

힘내, 큐 쨩!


[텐마]

그 정도는 간단하지.


[이즈미]

(쥬자 군은 연기가 서툴렀는데, 쿠몬 군은 의사소통 능력도 좋고 타입도 다르니까, 소양이 있을 가능성도…….)


[쿠몬]

으음…… "오늘은 날씨가 좋네!"

"오늘은 날씨가 좋네!"

"오늘은 날씨가 좋네!"

"오늘은 날씨가 좋네!"


[텐마]

…….


[유키]

……루프 재생했어?


[쿠몬]

전부 정확하게 말했어!


[무쿠]

그, 뭐랄까, 완전히 똑같았지.


[이즈미]

(확실하게 쥬자 군하고 같은 피를 이어받았어……!)


[텐마]

뭐, 쥬자 씨하고 비슷하네.

희로애락의 '희'는 그거면 돼. '로'는 싸운 상대에게 억지로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봐. 그렇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을 거야.


[쿠몬]

싸운 상대…… "오늘은 날씨가 좋네."


[텐마]

그거야. 잘 했어.


[쿠몬]

!!


[카즈나리]

좋아! 아까랑 표정도 달라졌엉.


[무쿠]

대단해, 큐 쨩!


[이즈미]

(텐마 군, 어드바이스는 원래 정확하게 할 줄 알았지만, 제대로 칭찬을 더한 지도를 할 수 있게 됐구나. 처음에 여름조 오디션 때 서툴렀던 다른 애들을 깎아내렸던 게 거짓말 같아. 리더로서 정말 믿음직해졌어.)


[쿠몬]

"오늘은 날씨가 좋네……."


[텐마]

그게 '애'야.


[쿠몬]

그렇구나……!


[이즈미]

(쿠몬 군도 쥬자 군처럼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고, 솔직하니까 금방 연기력이 늘 거야.)


-


[텐마]

후우…….


[카즈나리]

피곤해~


[미스미]

배고파~


[오미]

수고했어. 오늘은 비프스튜야.


[카즈나리]

야호―! 오미미 비프스튜 짱 맛있고 쩔엉!


[유키]

잘 먹겠습니다―.


[무쿠]

잘 먹겠습니다!


[이가와]

――테, 테테테, 텐마 군!


[이즈미]

?


[무쿠]

어라? 저 사람은…….


[유키]

이가와잖아.


[카즈나리]

텐텐 매니저얌!


[텐마]

이가와? 여기엔 왜――.


[이가와]

크크크크, 큰일 났어요―!

[이즈미]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갔어……. 빽빽하게 채워 넣은 강행 스케줄이었는데, 손님들도 좋아해 줬고, 대성공이야.)


[미스미]

쿨쿨…….


[카즈나리]

새근새근…….


[이즈미]

(다들 수고했어. 전력으로 끝까지 해내서 이제 체력이 안 남은 거겠지. 쿠몬 군도 스태프로 대활약이었고, 처음 하는 일뿐이었으니 피곤하지 않을까?)


[쿠몬]

…….


[이즈미]

(어라, 깨어있네. 뭔가 생각에 잠겨 있나……?)


-


[사쿠야]

어서 오세요!


[치카게]

어서 와.


[유키]

다녀왔어―.


[츠즈루]

어땠어?


[텐마]

당연히 대성공이지.


[무쿠]

만원사례였어요!


[카즈나리]

자, 선물~


[사쿠야]

와아, 뭐에요!?


[카즈나리]

타코야키랑 오코노미야키 세트얌.


[오미]

다음에 만들자.


[시트론]

본고장의 맛이야!


[츠무기]

관객들 반응은 이쪽이랑 똑같았나요?


[사쿄]

역시 다소 차이가 있어.


[반리]

그런데, 본고장 소재는 잘 먹혔어.


[츠무기]

그렇구나…… 다음 지방 공연은 겨울조니까, 열심히 해야겠어.


[타스쿠]

기합을 넣고 연습하자.


[호마레]

다음엔 파리에서 하는 게 어떤가?


[타이치]

갑자기 해외예여!?


[히소카]

……멀어. 귀찮아.


[쿠몬]

――저, 저기, 감독님!


[이즈미]

?


[쿠몬]

저기, 저, 이번에 지방 공연에 따라가서, 관객으로 보고 있을 때는 몰랐던 걸 알게 됐슴다. 많은 사람과 시간을 쌓아서 만들어내는 무대의 고단함이나, 재미……. 여름조와 가을조 모두가 연기에 얼마나 진지한지, 진심으로 공을 들여 만드는 게 얼마나 멋있는지, 단결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뭐랄까, 간단하게 입단하고 싶다거나 가을조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던 게 갑자기 창피해졌달까……. 나는 분명 연기 재능도 없고, 무대도 전혀 모르니까 컴퍼니에 들어가면 모두에게 피해를 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모두와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어…… 무대를 함께 만들어내고 싶어. 지방 공연에 가서, 그 마음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슴다.


[이즈미]

쿠몬 군…….


[쿠몬]

진심으로 모두와 같은 무대에 오르고 싶어. 나도 그런 연기가 할 수 있게 되고 싶어.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찬스를 주세요!


[이즈미]

찬스?


[쿠몬]

그냥 받아달라고는 하지 않아. 내게 컴퍼니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주면 좋겠어. 과제를 제대로 클리어해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컴퍼니에 받아줘!


[쥬자]

쿠몬, 너…….


[텐마]

……찬스, 줘도 괜찮지 않아?


[카즈나리]

응응! 찬성~!


[유키]

처음 왔을 때보다 표정이 좋아졌잖아, 브라콤 쁘띠.


[쿠몬]

브라콤…… 쁘띠……?


[이타루]

브라콤 노말과 브라콤 쁘띠라…….


[쥬자]

……저는 왜 보는 검까?


[텐마]

그래서, 과제는 어떡할 거야?


[쥬자]

간단한 과제로는 의미가 없어. 이 녀석의 진심을 가늠할 수 있는 거로 해줘.


[이즈미]

(확실히, 쿠몬 군이 저렇게 진지하니까 간단한 것보다는 어려운 과제인 쪽이 성장에 도움이 될 거야…….)

……그럼, 10분 정도 일인극을 해볼래? 내용은 자유. 기한은 일주일 후.


[쿠몬]

일인극…….


[무쿠]

일주일이라니, 좀 빠듯하지 않을까요?


[반리]

경험자도 아니고.


[쿠몬]

……할게요. 저, 일인극 해낼게요!


[쥬자]

부 활동처럼 도중에 포기하고 관두는 건 불가능해.


[쿠몬]

――응.


[유키]

처음에 찬스를 주겠다고 말한 건 너니까, 돌봐줘.


[텐마]

뭐? 내가?


[카즈나리]

텐텐이 있으면 일당백이지!


[미스미]

텐마가 가르쳐주면 걱정 없어~


[텐마]

하, 하는 수 없지. 그 대신, 어리광은 받아주지 않을 거야.


[쿠몬]

감사함다!


[이즈미]

기한까지는 여름조 연습에 같이 참가하면 어떨까? 그러는 편이 텐마 군도 가르치기 쉬울 거야.


[텐마]

그러네…….


[무쿠]

그런데 큐 쨩, 집에서 오가는 거 힘들지 않겠어?


[이즈미]

괜찮으면 기숙사에 묵을래?


[쿠몬]

네!


[텐마]

그럼, 침대가 비어있는 방은 혼자서 쓰는 미스미나, 사쿄 씨나, 아즈마 씨 방인가.


[이즈미]

같은 여름조인 미스미 군이 좋지 않을까?


[미스미]

쿠몬이 숙박~!


[텐마]

그런데, 그 방은…….


[유키]

보통 인간은 꺼릴걸.


[이즈미]

(그러고 보니, 미스미 군 방은 삼각 천지였지…….)


[카즈나리]

애초에 쿠모삐가 잘 공간이 있을까?


[쿠몬]

그렇게 좁아?


[이즈미]

이, 일단 방을 보러 가자!


-


[이즈미]

(여전히 삼각으로 복작복작하네…….)


[쿠몬]

……와―.


[이즈미]

좀 그러면 다른 사람 방이라도――.


[쿠몬]

우와―! 삼각 천지! 멋져―!


[텐마]

멋져―……?


[미스미]

쿠몬도 삼각 좋아해?


[쿠몬]

이거 멋져―!


[미스미]

에헤헤~! 쿠몬한테는 갓 삼각군 줄게!


[쿠몬]

우오―! 진짜!? 완전 기뻐―!


[이즈미]

알 수 없는 차원에서 흥분하고 있어…….


[텐마]

삼각이 멋있다니 무슨 이치야.


[쿠몬]

그치만 삼각은 뾰족해서 형 같잖아!


[미스미]

쥬자는 삼각!


[쿠몬]

그치!


[카즈나리]

스미랑 쿠모삐 잘 맞네!


[무쿠]

그러고 보니, 큐 쨩은 특이한 걸 좋아했지…….


[이즈미]

삼각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존재구나…….


[유키]

삼각성인이 한 명 더…….


[텐마]

생각보다 지구에 잠입해 있네…….

[반리]

야 효도. 내가 가져온 스무디 마시지 마.


[쥬자]

네놈이 남의 접시 옆에 놔두니까 그렇잖아.


[반리]

놓여있으면 뭐든 다 먹냐. 네가 개야?


[쥬자]

뭐야? 시끄럽게 굴기는, 마셔버린 건 어쩔 수 없잖아. 이거 줄게.


[반리]

우유잖아, 필요 없어!


[쥬자]

걸쭉하니 비슷하잖아.


[반리]

어디가! 네놈이 하나 더 가져와.


[쿠몬]

형을 괴롭히지 마, 원랭!


[반리]

뭐야?


[쿠몬]

스무디 가지고 쩨쩨하게 굴지 마!


[반리]

나한테 덤비다니 배짱 좋네. 효도 동생이라는 건 싸울 줄 안다는 거지?


[쿠몬]

한 판 뜨게!? 덤벼봐!


[반리]

네 녀석――.


[무쿠]

그, 그만 하세요! 큐 쨩한테 손대면 반리 씨라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반리]

뭐?


[쥬자]

무쿠한테 손을 올리면 용서하지 않아.


[반리]

――.


[타이치]

형제 방어막임다!


[오미]

이중이라 두껍네.


[반리]

……바보 같아. 못 어울려주겠네.


[텐마]

자, 빨리 아침밥 먹어. 시간 없다.


[쿠몬]

앗, 응!


[사쿄]

셋츠, 효도, 너네도 마찬가지야.


[쥬자]

예.


[반리]

니에니에.


-


[이즈미]

쿠몬 군, 오늘은 가을조 공연이 두 번, 여름조 공연이 한 번, 내일은 여름조 두 번, 가을조 한 번으로 장기전이니까, 잘 부탁해!


[쿠몬]

네!


[이즈미]

그럼 바로 접수 쪽을 도와줄래?


[쿠몬]

네!


-


[사쿄]

효도 동생, 이거 분장실까지 옮겨줘.


[쿠몬]

이건 안 가져가도 돼여?


[사쿄]

그건 정리해둬.


[쿠몬]

네!


[이즈미]

(쿠몬 군은 일을 잘 하는구나. 시원시원하고 배려할 줄도 알고,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서 순식간에 현장에 녹아들었어. 주변도 볼 줄 알고. 연극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는 않는데…….)


[쿠몬]

…….


[이즈미]

? (뚫어져라 뭘 보고 있는 거지?)


[쥬자]

"기다려, 루치아노. 여기선 신중하게……."


[반리]

"아자아자! 얌전히 물건을 내놔! 사신님 행차시다!!"


[쥬자]

"남의 말 좀 들어, 정말이지……."


[이즈미]

(아, 쥬자 군이 나오는 신이구나…… 쿠몬 군, 형을 정말 좋아하네.)


-


[쿠몬]

감독님, 또 할 일 있어요!?


[이즈미]

아니, 이제 괜찮아. 나머지 시간에는 모니터로 무대를 보고 있어.


[쿠몬]

네!


[유키]

"조심해, 알리바바. 너는 옛날부터 남의 얘기를 똑바로 안 듣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까."


[텐마]

"지금 뭐라고 했어?"


[유키]

"아무 말도?"


[텐마]

"내 욕이 들린 것 같은데."


[쿠몬]

……어라?


[이즈미]

왜 그러니?


[쿠몬]

저번 연습 때하고 대사가 다른데……?


[이즈미]

아. 다들 몰입한 것뿐이야. 이번 창단공연 재연에서는, 가을조는 액션의 강화, 여름조는 애드리브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거든. 초연을 봤던 사람들에게도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길 정도로 애드리브를 팍팍 집어넣는 게 이번 목표.


[텐마]

"알라딘이 너야!?"


[카즈나리]

"…………아닙니다."


[텐마]

"뭐야 그 긴 텀하고 의심스러운 눈은!"


[카즈나리]

"그럼, 다른 사람이니 저는 이만……."


[텐마]

"네가 알라딘 맞잖아! 그냥 알라딘인 거로 해!"


[카즈나리]

"그걸로 되는 거야!?"


[쿠몬]

대단해…… 저것도 전부 애드리브……?


[이즈미]

맞아.


[쿠몬]

그 자리에서 저렇게 바꿀 수 있다니…….


[이즈미]

(쿠몬 군의 눈, 반짝반짝해. 여름조 무대의 인상이 조금은 변했을까……?)


-


[카즈나리]

일단 첫날 수고~!


[미스미]

수고했어~!


[무쿠]

수고했어요!


[텐마]

무사히 반 끝났네.


[유키]

내일은 공연 두 번 있으니까 힘들겠어…….


[쿠몬]

저, 저기――.


[텐마]

응?


[쿠몬]

여름조의 코미디를 바보 취급해서 정말 미안해!


[텐마]

아, 야, 진짜로 무릎 꿇을 건――.


[쿠몬]

다들, 진―짜 멋있었어! 엄청 웃었고 손님도 폭소했는데, 경박하지 않았어! 진지하게 코미디를 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없다고 해서 미안해……!


[텐마]

알면 됐어.


[카즈나리]

쿠모삐, 고마워!


[텐마]

정말이지, 그렇다고 진짜로 무릎을 꿇냐. 올곧은 건 효도 집안 유전이야?


[유키]

어디 사는 얼간이랑은 바로 차이가 나네.


[텐마]

시끄러워.


[이즈미]

(쿠몬 군, 가까이서 여름조의 공연을 보고 뭔가 느낀 점이 있었던 것 같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순식간에 모두랑 친해졌고, 이대로 순조롭게 어우러지겠어.)


[쥬자]

…….


[이즈미]

(? 쥬자 군……?)

[카즈나리]

텐텐, 빨리빨리!


[미스미]

출발하겠어~!


[텐마]

왜 내가 도시락을 사와야 하는 건데!


[유키]

가위바위보 졌으니까 할 수 없잖아.


[텐마]

그래도 너무 많다고!


[무쿠]

텐마 군, 고마워!


[미스미]

삼각 도시락 있었어~?


[텐마]

그런 게 있겠냐!


[카즈나리]

스미, 주먹밥 도시락 있어.


[미스미]

야호~!


[텐마]

자, 이건 네 거야.


[쿠몬]

어? 가, 감사함다!


[텐마]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


[쿠몬]

어!? 아, 아니…….


[무쿠]

큐 쨩, 오늘은 괜찮아……?


[텐마]

?


[쿠몬]

응, 무쿠랑 형도 있으니까, 오늘은 괜찮아.


[텐마]

혹시 너…….


[쿠몬]

!?


[텐마]

여행 전날에 잠 못 자는 타입이지.


[쿠몬]

아, 어― 그게, 잠을 못 잔다기 보다는…….


[유키]

그건 너잖아, 얼간이.


[텐마]

나는 딱히――!


[유키]

심야까지 관광명소 알아봤으면서…….


[텐마]

어떻게 아는 건데!?


[유키]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당연히 알지.


[반리]

――야, 그건 내가 주문한 차잖아.


[쥬자]

뭐야? 차는 다 똑같잖아.


[반리]

다르다고― 조잡한 니 혀랑 똑같이 보지 마!


[쥬자]

누구 혀가 조잡하다고――.


[쿠몬]

야―! 형을 괴롭히지 마―!


[반리]

!?


[텐마]

자리에서 몸 내밀지 마, 바보야!


[쿠몬]

형이 혀가 얼마나 굉장한데! 엄마가 설탕하고 소금 잘못 넣은 요리도 눈치 못 채고 먹을 수 있다고!


[반리]

그거참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바보 같은 혀네…….


[쿠몬]

뭐야―!?


[쥬자]

……됐으니까 얌전히 앉아있어, 쿠몬. 눈치는 챘지만 엄마한테 말 못 한 것뿐이야…….


[이즈미]

――아, 맞아. 얘들아, 호텔 방 분배 말인데, 신칸센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하고 둘이서 트윈으로 쓰면 돼.


[텐마]

그럼 너랑 같은 방이네.


[쿠몬]

잘 부탁함다!


[유키]

트윈이라. 호텔에서 정도는 혼자서 쓰고 싶은데.


[무쿠]

그치만, 혼자 쓰는 것보다 여행 같아서 즐거울 거야.


[유키]

뭐, 저 얼간이랑 쓰는 게 아니니까 나은가.


[텐마]

뭐라고!?


[타이치]

아, 사쿄 형은 혼자서 쓰네여.


[사쿄]

그럴 생각이었는데――.


[사코다]

형님의 시중은 맡겨 주십셔!


[타이치]

사코다 씨!?


[오미]

어느새?


[이즈미]

사코다 씨의 신칸센 티켓도 샀었나요……?


[사코다]

스스로 좌석을 지정해 샀슴다!


[반리]

안정의 충견…….


-


[이즈미]

우와아, 큰 극장이야!


[텐마]

MANKAI 극장 무대보다 한 두 평 정도 넓네.


[반리]

거리감을 제대로 익혀둬야 겠어.


[사쿄]

호텔에 짐을 두고 바로 집합이다.


[타이치]

옙!


-


[이즈미]

여기서 조명――.


[반리]

이동이 많은 만큼 타이밍이 좀 어긋나니까 조심해야겠어.


[오미]

서는 위치는 여기면 될까?


[이즈미]

그럼 다음, 란스키 대사부터――.


[쥬자]

"기다려, 루치아노. 여기선 신중하게……."


[쿠몬]

대단해…… 멋있어― 형…….


-


[이즈미]

그럼, 다음은 여름조 들어가―.


[텐마]

여기선 무대가 넓은 만큼 크게 움직이는 게 좋겠어.


[카즈나리]

오케―!


[유키]

서는 위치는 이쯤이면 되지?


[텐마]

응.


[무쿠]

여기 연출, 조금 바꾸는 게 좋을까?


[텐마]

그렇지…….


[쿠몬]

…….


[이즈미]

왜 그래?


[쿠몬]

다들 진지해…… 코미디여도 액션이어도, 다르지 않구나.


[이즈미]

그야 그렇지. 같은 연극이니까. 무대 위에서는 진검승부야.


[쿠몬]

…….


-


[쿠몬]

…….


[텐마]

야, 벌써 다 씻었어?


[쿠몬]

…….


[텐마]

야?


[쿠몬]

앗, 미안! 씼었어!


[텐마]

무슨 일 있어?


[쿠몬]

……저, 저기, 코미디를 바보 취급해서 미안해. 오늘 연습을 봤더니 인상이 좀 달라졌어.


[텐마]

……흥. 사과하는 건 일러. 내일과 모레 본방을 보고 나서 무릎 꿇으라고.


[쿠몬]

어어어!? 무릎을!?


[텐마]

꿇고 싶어지는 무대를 보여주지.


[쿠몬]

그치만, 피카레스크가 분명 더 굉장할 거야!


[텐마]

뭐라고?


[쿠몬]

형의 란스키는 싸움도 가장 잘하고 멋있으니까!


[텐마]

어…… 뭐, 쥬자 씨의 액션은 실전으로 익힌 거니까. 그건 흉내 낼 수 없지.


[쿠몬]

맞아 맞아! 액션이 깔끔하달까, 키가 크니까 무대에서 눈에 띄고 멋있다고!


[텐마]

연기는 완전 못해서 처음에는 큰일이었지만 말이야.


[쿠몬]

그랬어?


[텐마]

맹연습한 덕분에 꽤 늘었어.


[쿠몬]

여름조는? 처음부터 잘했어?


[텐마]

아니…… 큰일이라면 큰일이었지. 초심자들뿐이었고. 처음에는 농담하나 싶을 정도로 서툴렀는데, 연습해가면서 점점 실력이 붙었어.

뭐…… 내 완벽한 연기력과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지!


[쿠몬]

호오~! 제 2회 공연은? 어떤 거 했어?


[텐마]

그건…… 나중에 얘기해줄 테니까 일단 자.


[쿠몬]

에엑~!


[텐마]

내일도 빨리 일어나야 하니까. 늦잠 자지 말라고.


[쿠몬]

네―에!

[이즈미]

쿠몬 군, 극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거 진심이니?


[쿠몬]

응. 극단 블로그에 새로운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써놨잖아. 나, 나…… 가을조에 들어가고 싶어!


[무쿠]

큐 쨩, 쥬 쨩의 뒤를 쫓아 온 거구나.


[반리]

여름조 뛰어넘고 가을조에 새로운 단원이라.


[이타루]

가을조보단 여름조 느낌이 나는데.


[반리]

어떤 면이?


[치카게]

분위기나 오오라가 수선스러운 느낌?


[이타루]

그거지.


[이즈미]

으음, 가을조 한정으로 입단 희망이니? 다음 공연은 여름조니까, 여름조에 들어가는 건…….


[쿠몬]

여름조는 코미디극만 하잖아. 경박한 개그 같은 건 멋없는데. 난 역시 냉철하고 남자답고 멋있는 액션이 하고 싶어!


[텐마]

너 말야――.


[쥬자]

이 멍청이가! 본 적도 없으면서 건방진 소리 내뱉지 마!


[쿠몬]

――.


[유키]

어디 사는 얼간이가 막 들어왔을 때 했던 말하고 똑같네.


[미스미]

"코미디는 나랑 어울리지 않아."…….


[텐마]

그런 대사는 왜 기억하고 있는 건데!


[카즈나리]

쩐다―! 스미, 완―전 똑같아!


[미스미]

에헤헤~


[쥬자]

……애초에, 신인 배우가 나갈 무대를 고르지 마. 연극은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냐.


[쿠몬]

혀, 형…….


[이즈미]

(냉정하지만, 쥬자 군이 하는 말은 일리가 있어. 쿠몬 군이 입단하고 싶어 하는 게 그저 한순간의 변덕이면, 계속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가을조 공연은 몇 번 보러 왔었으니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일지도…….)

……우선은 청강 형태로 연습에 나와볼래?


[쥬자]

안 돼, 감독님. 이 녀석한텐 무리야.


[이즈미]

어? 하지만…….


[쥬자]

이 녀석은 연기 같은 거 못해.


[이즈미]

(쥬자 군이 저렇게 완고한 태도를 보이다니, 왠일이지. 왜 전적으로 부정하는 걸까?)


[무쿠]

큐 쨩, 부 활동은 괜찮아? 극단에 들어오면 방과 후에 바빠질 거야.


[쿠몬]

부 활동은…… 괜찮아.


[쥬자]

괜찮다니, 야구부는 거의 매일 연습이 있잖아.


[쿠몬]

……그게, 고2가 되고서 관뒀으니까.


[쥬자]

관뒀다고?


[쿠몬]

응, 그러니까, 극단에서 연기가 하고 싶어――!


[쥬자]

……돌아가.


[쿠몬]

형…….


[쥬자]

연극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아. 가볍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쿠몬]

…….


[이즈미]

(으―음…… 어떻게 된 걸까. 가엾지만, 가족인 쥬자 군이 저렇게 반대한다는 건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고…….)


[텐마]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지 아닌지, 가까이서 보여주면 어때?


[쥬자]

보여준다고?


[텐마]

이번 지방 공연을 거들게 하면 되잖아. 연습은 안 돼도 일을 돕는 건 괜찮지? 월요일까지 3일 쉬니까 시험 삼아 해보기엔 딱이지.


[이즈미]

그렇구나!


[쿠몬]

재연이라니?


[이즈미]

이번에, 지방에서 여름조랑 가을조 창단공연을 재연할 거야.


[쿠몬]

창단공연이라니, 피카레스크!? 형이 한 란스키 또 볼 수 있는 거야!? 갈래! 나, 일 도우러 가고 싶어!


[텐마]

거기서 우리 여름조 연기도 그 눈으로 똑똑히 봐. 단순한 코미디가 멋없는지 아닌지, 그걸 보고 판단해.


[카즈나리]

텐텐, 담아뒀네~


[텐마]

당연하지.


[쥬자]

아니,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반리]

뭐 어때―. 애초에 너도 그런 발연기로 입단했으면서, 동생한테 안 된다고 말할 자격 있냐?


[쥬자]

뭐야? 네 녀석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반리]

뭐? 말해두겠는데, 내가 가을조 리더다?


[쥬자]

그렇게 따지면, 내가 쿠몬의 형이야.


[반리]

동생 진로에 일일이 참견하는 형이라니 진심 짜증―.


[쥬자]

뭐 임마?


[반리]

뭐 새꺄.


[쿠몬]

형은 짜증 나지 않아, 바슬바슬 헤어!


[반리]

……뭐? 욕이라고 한 거냐, 그거?


[쥬자]

가만있어, 쿠몬.


[이즈미]

뭐어, 실제로 무대 뒤쪽을 보는 건 사회공부도 될 테니까, 입단에 관한 건 그다음에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유키]

항상 일손 부족하니까 심부름꾼이 느는 건 찬성.


[사쿄]

그렇군, 인건비도 안 들겠고.


[쿠몬]

나, 뭐든지 할게!


[유키]

심부름꾼 적성 있음.


[타이치]

뭔가 메모하고 있슴다!


[쥬자]

…….


[이즈미]

이걸로 괜찮을까, 쥬자 군?


[쥬자]

……예.


[이즈미]

그럼, 결정됐네.


[쿠몬]

야호―!! 감사함다!


[이즈미]

일단 쿠몬 군은 집에 한 번 돌아가서, 공연을 따라가는 걸 부모님께 허락받아오렴.


[쿠몬]

네! 잘 부탁드립니다!


-


[이즈미]

쥬자 군, 잠시 괜찮아?


[쥬자]

예.


[이즈미]

아까 일 말인데, 왜 그렇게 완고하게 쿠몬 군의 입단을 막은 거야?


[쥬자]

그건…….


[이즈미]

쿠몬 군에게 가을조가 적합하지 않아서? 액션이 안 된다거나…….


[쥬자]

아니, 그렇지 않슴다. 운동신경도 좋고 야구부에서는 에이스 투수여서……. 하지만, 그 녀석의 문제는 그게 아님다.


[이즈미]

그게 아니라니…….


[쥬자]

어쨌든, 그 녀석은 연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이즈미]

앗, 쥬자 군――.

(대체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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