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몬]

건배―!


[무쿠]

건배!


[유키]

건배.


[미스미]

수고했어~


[카즈나리]

수고피코~!


[이즈미]

쿠몬 군, 이제 괜찮아?


[쿠몬]

완전히 내려갔슴다!


[이즈미]

다행이다. 공연 중엔 위태로워 보였는데, 어찌됐든 가장 완성도 있었어.


[텐마]

애드리브 반응도 좋았고.


[시트론]

개그 센스에 젤리빈이야.


[츠즈루]

젤러시겠지. 게다가, 개그 센스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예요?


[이즈미]

코미디는 여름조의 특기니까.


[호마레]

겨울조도 저런 테이스트를 도입해보는 건 어떤가!


[히소카]

……아리스의 일인극이 될 거야.


[호마레]

그건 무슨 의미지!?


[아즈마]

그리고, 쿠몬의 연기는 완전히 여름조에 녹아들어 있었어.


[쿠몬]

정말요!?


[아즈마]

응. 객석에서 봐도 일체감이 전해졌어.


[쿠몬]

야호―!


-


[아자미]

……우물우물.


[쿠몬]

아자미, 있다!


[아자미]

……뭐야?


[쿠몬]

왜 이런 데서 혼자서 먹고 있는 건데!


[아자미]

나 부외자니까. 시끄러운 것도 싫고.


[쿠몬]

아자미는 메이크업 담당이잖아!


[아자미]

어쩌다 보니 했을 뿐이야.


[쿠몬]

그래도, 완―전 살았어. 오늘도 고마워! 아자미의 메이크업 덕분에 관객들한테 상태 나쁜 거 들키지 않았어!

그 마법의 브러쉬 굉장하더라! 그게 있으면, 언제 열이 나도 속일 수 있겠어!


[아자미]

다음부턴 돈 받을 거야.


[쿠몬]

어어!? 얼마!?


[아자미]

한 번에 10만.


[쿠몬]

리얼한 라인에서 비싸……!


[아자미]

안 쓰고 끝나면 좋겠네.


[쿠몬]

……아― 응. 아마 이제, 괜찮을 거야.

왠지 이렇게, 처음으로 다 함께 끝까지 해내고 나니까,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어.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졌어.

앞으로 만약 또 압박감이 들더라도, 지금 이 기분을 떠올리면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자미]

……흐―응.


[쿠몬]

……연극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야. 나 혼자서 애쓸 필요도 없고, 지더라도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돼.

사실은, 마운드 위에서도 똑같았겠지. 투수 혼자서 완봉하겠다고 애쓸 필요 없었던 거야. 내 주변에 팀 메이트가 있고, 함께 싸워주고 있었어.

계속 그걸 깨닫지 못해서, 모두를 상처입혔어.


[아자미]

뭐― 잘 된 거 아냐? 지금 깨달았으니까.


[쿠몬]

헤헤! 역시, 동료란 좋다니까! 그보다 아자미, 정식으로 MANKAI 컴퍼니에 안 들어올 거야?


[아자미]

정식이라니 뭐야. 딱히 임시로도 들어간 적 없어, 얹혀살고 있을 뿐이야.


[쿠몬]

엑―! 그치만 아즈마 씨도 겨울조 공연 메이크업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자미]

뭐야 그게. 애초에 연기는 나하고 안 어울려…….


[쿠몬]

아자미는 집에 돌아가기 싫은 거지? 기숙사에 계속 있을 수 있으니까 딱 좋잖아. 메이크업 실력도 완전 살릴 수 있고!


[아자미]

음―…….


[쿠몬]

가을조에 새로운 단원이 들어오면 빈방도 없어진다고!


[아자미]

어―…… 뭐, 적당히 생각해둘게.


[쿠몬]

나, 다음에도 아자미한테 메이크업 받고 싶어―!


[아자미]

그래그래…… 그보다, 너 왠지 얼굴이 빨간데.


[쿠몬]

……어?

그러고 보니, 왠지, 눈이, 도는 것 같은데――.


[아자미]

어, 야!


[쿠몬]

하아, 하아…….


[아자미]

바로 열나잖아! 거기, 누구 없어!?


[쥬자]

――쿠몬?


[아자미]

아, 마침 잘 왔어. 이 녀석, 열이――.


[쥬자]

그래. 알았어. 내가 옮길게.


[쿠몬]

…….


[쥬자]

미안하다. 고마워.


[아자미]

……하아. 진짜, 마지막까지 소란스러운 녀석이야.

――. 여보세요? 아니, 괜찮아…… 흐응―? 뭐야, 그게. 시시해―.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극단에 들어간다고 하면 어떡할래?

하하, 진짜야 진짜. 뭔가, 흐름상? 널 앞지르게 될지도.


-


[쥬자]

정말이지, 너무 까불었어. 피로가 쌓인 게 한 번에 나오는 거겠지. 이제 푹 자도록 해.


[쿠몬]

형 손, 기분 좋아…… 더 쓰다듬어줘.


[쥬자]

……잘했어.


[쿠몬]

……헤헤.

형을 코시엔에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 이걸로 지킨 걸까……?


[쥬자]

너…… 그런 걸 계속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


[쿠몬]

내 꿈이니까…….


[쥬자]

……코시엔에 갈 수 있었어. 고마워.


[쿠몬]

헤헤…….


[쥬자]

너는 굉장해. 나랑은 비교도 안 되는 벽을 뛰어넘은 거야. 자신을 가져.


[쿠몬]

형…… 고마워…….


-


[회장]

――사코다.


[사코다]

네, 넵!


[회장]

……아자미 녀석은 어쩌고 있지?


[사코다]

그, 그게, 지금은 꽤 반성했는지 얌전히 면학에 힘쓰고――.


[회장]

……어디 있는지 말해.


[사코다]

――히익.

[이즈미]

……. (부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끝나기를…… 쿠몬 군이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기를…….)

 

-

 

[와시미야]

"내가 들어온 이상 목표는 코시엔이야."

 

[아키야마]

"어!?"

 

[오오노]

"코시엔?"

 

[이노우에]

"바보냐? 부원이 다섯 명인데 그걸 어떻게 목표로 삼아?"

 

[와시미야]

"다섯 명? 다섯 명밖에 없어?"

 

[이노우에]

"연습시합조차 못 한다고."

 

[아키야마]

"하,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늘려나갈 거야!"

 

[이노우에]

"다섯 명도 겨우 모은 거잖아."

 

[아키야마]

"으, 그, 그건……."

 

[와시미야]

"문제없어. 내일까지 네 명 정도는 여유롭게 모을 수 있어."

 

[이노우에]

"뭐? 어떻게?"

 

[이즈미]

(괜찮아…… 평소대로, 아니, 평소 이상으로 잘 흘러가고 있어. 객석의 반응도 좋아.)

 

-

 

[이즈미]

(다행이다. 아무 일 없이 1막이 끝났어…….)

 

[쿠몬]

――.

 

[이즈미]

(비틀거려……!)

쿠몬 군, 괜찮아!?

 

[쿠몬]

하아, 하아, 하아…….

 

[무쿠]

큐 쨩!

 

[이즈미]

(숨이 가빠졌어. 역시 열 때문에 소모가 심한 거야.)

 

[쿠몬]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하게 해줘!

 

[이즈미]

쿠몬 군…….

 

[쿠몬]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알겠어.

 

[텐마]

가라!

 

[쿠몬]

응!

 

-

 

[와시미야]

"자, 연습 시작할게. 참고로 일단 들어온 이상 퇴부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좋아하는 애가 생길 때마다, 내 치어리더 모습에 넋을 잃었던 얼빠진 사진을 뿌려주겠어."

 

[아키야마]

"!!"

 

[와시미야]

"우선 그라운드 10바퀴!"

 

[아키야마]

"――어, 하지만 고문이 아직 안 왔는데."

 

[와시미야]

"뛰어!"

 

[아키야마]

"네, 넷!"

 

[이즈미]

(쿠몬 군, 굉장해. 피로가 쌓인 걸 조금도 티 내지 않고 있어……. 반드시 무대를 성공시키겠다는 기백이 넘치고 있어. 객석에서도 지쳤다는 게 눈에 보였던 공연 첫날하고는 정말 큰 차이야. 이 공연 기간에 많이 성장했구나.)

 

-

 

[이즈미]

(남은 건 라스트 뿐…….)

 

[에노모토]

"끝났어…… 나의 여름……."

 

[와시미야]

"그럼 난 남자친구랑 갈게. 수고했어―."

 

[이노우에]

"기다려, 와시미야. 저 녀석은 기혼자야."

 

[와시미야]

"뭐? 진짜?"

 

[아키야마]

"어떡하지, 와시미야 씨가 주간잡지에 쫓기겠어……!"

 

[에노모토]

"와시미야 씨, 불륜을 저지르는 녀석보다, 나를――!"

 

[오오노]

"아니, 나를!"

 

[우에하라]

"나도, 나도―."

 

[와시미야]

"시끄러워! 그럴 때 아니야! 저 녀석, 진짜 죽일 거야……!"

 

[이즈미]

(애드리브도 완벽해. 굉장해…… 정말로 마지막까지 해냈어……!)

 

-

 

[텐마]

――감사합니다!

 

[무쿠]

감사합니다!

 

[카즈나리]

고마워~

 

[유키]

고마워.

 

[쿠몬]

……――흑.

 

[미스미]

착하지~

 

[텐마]

너무 운다고.

 

[카즈나리]

쿠모삐, 열심히 했어! 정~말 잘했어!

 

[무쿠]

큐 쨩, 정말 잘 됐어…….

 

[유키]

정말~ 둘이 똑같이 얼굴 엉망이야.

 

[텐마]

나중에 아자미한테 혼나겠군.

 

[카즈나리]

뭐 어때, 최종일인데!

 

[미스미]

대성공~!

 

-

 

[이즈미]

수고했어!

 

[반리]

수고.

 

[쥬자]

잘 했어.

 

[쿠몬]

형…… 나…….

 

[텐마]

아직도 우냐.

 

[카즈나리]

쿠모삐, 눈이 녹겠어!

 

[유키]

결국 대역이 나갈 차례는 없었네.

 

[반리]

뭐― 결과가 좋으면 된 거지.

 

[텐마]

이번엔 고마워. 이 빚은 가을조 공연에서 갚을게.

 

[반리]

대역이 필요해지는 상황은 달갑지 않지만.

 

[유키]

그러네.

 

[야마구치]

――실례합니다.

 

[무쿠]

아――.

 

[쿠몬]

――. 어, 어떻게…….

 

[야마구치]

저깄는 네 사촌이 매일 학교로 찾아오니까, 하는 수 없이 티켓을 받은 거야.

 

[쿠몬]

엇――.

 

[무쿠]

내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큐 쨩.

 

[야마구치]

솔직히, 난 아직 화났어.

 

[쿠몬]

――.

 

[야마구치]

네 사정은 저 녀석한테 들었어. 하지만, 우리는 배터리였는데 한 번도 그에 관한 얘기를 해주지 않은 게 용서할 수 없어. 한 마디 정도 해줬으면, 나도――.

 

[쿠몬]

…….

 

[야마구치]

하지만, 무대 위에서 야구를 하는 너를 봤더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어. 입부하고 처음으로 네 투구를 봤을 때 간 떨어질 뻔한 게 생각났거든. 나는 네 야구가 좋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욱, 갑자기 그만둬버린 걸 믿을 수 없었어.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던 거야.

하지만, 너는 마운드 위에서는 무리라도 무대 위에서라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거지? 그럼,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쿠몬]

야마구치…….

 

[야마구치]

우리도…… 반드시 코시엔에 갈 테니까, 응원하러 와.

 

[쿠몬]

가도 돼……?

 

[야마구치]

우리, 팀 메이트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친구로는 돌아갈 수 있잖아?

 

[쿠몬]

응! 꼭 응원하러 갈게!

 

[야마구치]

그리고 너, 다음부터는 안 와도 돼. 이제 티켓은 직접 구할 테니까.

 

[무쿠]

――으, 응. 둘 다, 내 마음대로 참견해서 미안해.

 

[쿠몬]

아니야! 무쿠, 진짜 좋아해! 고마워!

 

[무쿠]

와앗―― 큐, 큐 쨩! 에헤헤, 숨 막혀. 아하하……!

 

[미스미]

네―에.

 

[텐마]

"봐, 있잖아~!"

 

[카즈나리]

"빨리, 빨리!"

 

[유키]

"잠깐, 밀지 마!"

 

[쿠몬]

?

 

[카즈나리]

"앗, 오랜만이야! 우리 기억해?"

 

[유키]

"무쿠미가 엄청 실례되는 말을 했는데, 잊기는 힘들겠지."

 

[텐마]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오늘은 쿠몬을 만나고 싶다는 애가 있어서 데리고 왔어!"

 

[반리]

"안녕―. 반비라고 해―."

 

[이즈미]

"갑자기 미안해―!"

 

[쿠몬]

얘들아, 감독님…….

 

[반리]

"굉―장하다! 귀여워―! 인스테에서 본 그대로네―. 쥬코도 빨리 와―!"

 

[쿠몬]

쥬, 쥬코라니…… 형……?

 

[카즈나리]

"자, 쥬코, 빨리 말해."

 

[유키]

"고백해야지."

 

[무쿠]

쥬, 쥬 쨩…….

 

[쥬자]

"나―― 나는, 네가 좋아, 용."

 

[쿠몬]

!!

 

[텐마]

――큭.

 

[반리]

이, 이건…….

 

[유키]

참아.

 

[카즈나리]

윳키도 어깨 떨리고 있잖아…….

 

[쿠몬]

――뭐야, 그거…….

 

[무쿠]

풋…….

 

[쿠몬]

혀, 형, 국어책――아하하!

 

[쥬자]

쿠몬…….

 

[쿠몬]

아하하하……―― 하아, 배 아파.

 

[미스미]

아하하, 재밌었어~

 

[쿠몬]

응!

 

[텐마]

웃을 기운은 난 것 같네.

 

[쿠몬]

텐마 씨…….

 

[텐마]

봤지? 네가 동경하는 쥬자 씨도 저런 연기를 해.

 

[쥬자]

큭…….

 

[이즈미]

(아무렇지 않게 신랄한 말을…….)

 

[텐마]

하지만, 그 쥬자 씨의 연기가 너를 웃게 했어. 애드리브를 잘해야 한다던가, 그런 어려운 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 관객을, 봐주는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돼.

너는 이렇게 코미디로 누군가를 웃게 해주고 싶어서 여름조에 들어온 거잖아.

 

[쿠몬]

……응.

 

[무쿠]

맞아, 큐 쨩. 연기는 야구랑은 다르게 승패가 없어. 이기지 않아도 돼. 져도 돼. 그저 모두를 웃게 해주는 것만 생각하자.

 

[쿠몬]

져도 된다…… 모두를 웃게…….

응…… 나, 모두를 웃게 해주고 싶어. 관객뿐만 아니라 형도, 무쿠도, 감독님도, 여름조랑 극단 사람들 모두――!

 

[유키]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온 거 아냐?

 

[카즈나리]

쿠모삐, 그거야~!

 

[미스미]

내일도 같이 무대에 나가자~

 

[쿠몬]

응!

 

[반리]

뭐― 혹시 안 될 것 같으면 내가 여유롭게 대신해줄 테니까. 오늘은 안심하고 얼른 자.

 

[쿠몬]

고마워, 반리!

 

[반리]

기본적으로 순순하네. 형이랑 다르게.

 

[쥬자]

뭐라고 했어?

 

[반리]

딱히.

 

[이즈미]

(다행이다. 쿠몬 군의 표정이 꽤 밝아졌어. 남은 건, 열이 내리기만 하면……. 부디, 쿠몬 군의 열이 조금이라도 내려가기를……!)

 

-

 

[쿠몬]

……음. ――으앗? 어, 얼굴에 뭔가…….

삼각군……? 엄―청 많아……! ……스미 씨가 놓아준 거구나. 고마워.

아, 맞아, 열……. ……. 지금 쟀을 때 내려가지 않았다면, 이제는…….

――. ……. ……37도? 열, 내려갔어! 스미 씨, 열이――!

 

[텐마]

쿨쿨…….

 

[무쿠]

새근새근…….

 

[미스미]

중얼중얼…….

 

[유키]

새근새근…….

 

[쥬자]

드르렁…….

 

[쿠몬]

다들――.

 

-

 

[이즈미]

열이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 다 나은 건 아니니까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말 해줘.

 

[반리]

뭐, 나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으니까. 안심해.

 

[쿠몬]

응!

 

[아자미]

야, 얼른 거기 앉아.

 

[쿠몬]

――.

 

[아자미]

진짜. 좀비 같은 면상이네.

 

[텐마]

어제보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안색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네.

 

[쿠몬]

그걸 메이크업으로 어떻게든!

 

[아자미]

하는 수 없네……. 이거, 너한테만 특별히 써주지.

 

[쿠몬]

브러쉬?

 

[아자미]

치크 브러쉬. 다물고 앉아 있어.

 

[쿠몬]

…….

 

-

 

[아자미]

자, 완성.

 

[쿠몬]

!! 굉장해―! 안색이 완전히 달라졌어! 나, 나은 것 같아!

 

[아자미]

기분 탓이야.

 

[유키]

완전 단순해.

 

[카즈나리]

그치만 극적이야! 아자밍 쩐다―!

 

[무쿠]

정말 마법 같아.

 

[아자미]

뭐, 그런 브러쉬니까.

 

[쿠몬]

마법의 브러쉬!? 엄청나다―!

 

[아자미]

특별이라고 했잖아. 이 빚은 비싸. 언젠가 꼭 갚아라.

 

[쿠몬]

응! 알겠어!

 

-

 

[쿠몬]

…….

 

[카즈나리]

쿠모삐, 표정이 딱딱행!

 

[미스미]

자, 삼각군~

 

[텐마]

이런 데까지 가지고 왔냐.

 

[미스미]

부적이니까~

 

[유키]

그건 상관없는데, 그거 머리에 올린 채로 무대로 나가진 말아라?

 

[무쿠]

다르게 주목받을 수 있겠어.

 

[텐마]

그냥 몸개그잖아.

 

[쿠몬]

헤헷.

 

[미스미]

앗, 웃었어~

 

[쿠몬]

걱정 끼쳐서 미안해. 괜찮아. 할 수 있어.

 

[텐마]

좋은 표정이야.

 

[쿠몬]

원진 짜자!

 

[텐마]

부탁한다, 단장.

 

[쿠몬]

……어릴 때, 형을 코시엔에 데려가는 게 꿈이었어. 그때는, 꼭 응원하러 와달라고 형한테 부탁했지. 고등학교에서 야구를 그만두고 이제 영원히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연장선이 여기에 있었어. 이 무대 위에…….

――얘들아! 가자, 코시엔! 파이팅―!

 

[극단원]

아자―!

[쿠몬]

하아, 하아…….

 

[쥬자]

……이마에 올린 거 바꿀게.

 

[쿠몬]

――. 형…….

 

[쥬자]

응. 뭐 마실래?

 

[쿠몬]

미안……해…….

 

[쥬자]

…….

 

[쿠몬]

……역시 나, 형이 시키는 대로 할걸 그랬어. 입단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거야…….

역시…… 안 되는 구나……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고…… 지금까지랑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난 왜 이렇게 약한 걸까…… 왜, 형처럼 강해질 수 없는 걸까…….

 

[쥬자]

쿠몬…….

 

[쿠몬]

첫날을 끝낸 후에도, 계속 마음속 어딘가에 지금까지처럼 실패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는 또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역시…… 나한테는 무리구나. 형처럼 멋있게 무대에 오르는 건. 나같이 약한 녀석한테는 그럴 자격이 없는 거야…….

 

[쥬자]

――잘 들어, 쿠몬. 꿈을 꾸는데, 무대에 오르는데 자격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런 자격이 있을 리 없지. 만약 그런 게 필요하다면 나는 절대로 가을조 녀석들하고 같이 연기할 수 없었을 거야.

 

[쿠몬]

형…….

 

[쥬자]

절대로 포기하지 마. 아직 공연은 끝나지 않았어. 지금까지처럼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넌 이번에 반드시 끝까지 해낼 거잖아.

 

[쿠몬]

――.

 

[쥬자]

지금은 열을 내리는 것만 생각해.

 

[쿠몬]

……응.

 

-

 

[아자미]

그 녀석, 또 열나는 거야?

 

[이즈미]

응…….

 

[유키]

감기는 아닌 거지?

 

[이즈미]

응…… 평소랑 똑같다고, 아까 쥬자 군하고 무쿠 군이…….

 

[텐마]

그래…….

 

[카즈나리]

걱정된다…….

 

[텐마]

무대는 대역을 세워 어떻게든 되겠지만, 본인이.

 

[쥬자]

…….

 

[이즈미]

앗, 쥬자 군! 쿠몬 군은 어때?

 

[쥬자]

지금, 무쿠랑 미스미 씨가 옆에 있어 주고 있어. 하지만, 열은 전혀 내리지 않았어.

 

[이즈미]

그래…….

 

[텐마]

최종일인 내일까지 완전히 열이 내릴 가능성은 작나…….

 

[반리]

……내가 나갈 수밖에 없겠어.

 

[이즈미]

(반리 군도 속상해 보여…… 열심히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만큼, 쿠몬 군이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 있기를 바라는 거겠지.)

(나도 물론 똑같은 마음이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배우를 무대에 오르게 할 수는 없어. 쿠몬 군을 위해서도, 여기선 내가 결단을 해야――.)

내일 최종일은, 반리 군에게――.

 

[쥬자]

부탁할게. 기다려줘.

 

[이즈미]

어?

 

[쥬자]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저 녀석이 끝까지 해낼 수 있게 해주지 않겠어?

 

[이즈미]

쥬자 군…….

(지금 여기서 쿠몬 군을 내리면, 분명 쿠몬 군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마음에 상처가 남을 거야. 그러니까, 쥬자 군도 저렇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숙이는 거겠지.)

(본심은 나도 마지막까지 쿠몬 군이 무대에 서줬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 쿠몬 군 자신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왔는지 아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 아니까.)

(하지만……. 고열이 나는 쿠몬 군을 무대에 세우는 건 쿠몬 군의 몸에도, 무대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그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어…….)

……총감독으로서, 열이 내리지 않는 이상 무대에 오르게 할 수는 없어.

 

[쥬자]

――.

 

[유키]

현명한 판단이지.

 

[텐마]

젠장…….

 

[이즈미]

하지만, 물론 열이 내리면 이야기가 다르지.

 

[유키]

내일까지 저런 고열이 떨어질 리 없잖아.

 

[이즈미]

(평범한 열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어쩌면――.)

쿠몬 군의 열이 압박감에 의한 것이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열이 내리지 않을까? 마음을 다르게 먹는 것만으로, 어쩌면――.

 

[쥬자]

――.

 

[이즈미]

아직 포기하면 안 돼. 뭔가, 우리가 쿠몬 군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텐마]

……그렇지.

 

[유키]

밑져야 본전이니까.

 

[카즈나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겠지!

 

[반리]

그런데,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왜 최종일에서 갑자기 열이 난 거지?

 

[유키]

듣고 보니 그렇네. 최종일에서 압박감이 커지는 건 알겠지만…….

 

[아자미]

……그러고 보니 그 녀석, 저번에 애드리브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어.

 

[텐마]

애드리브?

 

[이즈미]

쿠몬 군, 쓰러지기 직전에도 그 얘기를 했었어. 애드리브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자기가 여름조 팬을 실망시켜서, 망쳐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었어.

 

[쥬자]

그 녀석, 그런걸…….

 

[텐마]

…….

 

[쥬자]

텐마, 왜 그래?

 

[텐마]

……너희한테 부탁이 있어.

[무쿠]

…….


[카즈나리]

후아아~…… 어라, 뭇 쿤, 이렇게 일찍 나가는 거야?


[무쿠]

앗, 좋은 아침, 카즈 군. 깨워서 미안해.


[카즈나리]

저번에도 아침에 살짝 어디 갔었지?


[무쿠]

그, 그게, 러닝하고 있어!


[카즈나리]

대단하네! 건강해~!


[무쿠]

아, 아냐! 아침밥 먹기 전에는 돌아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카즈나리]

잘 다녀와~!

……음~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건가?


-


[1학년 야구부원]

1, 2, 1234!


[야마구치]

1학년, 더 큰 소리로!


[1학년 야구부원]

네!


[무쿠]

아, 안녕하세요!


[야마구치]

……또 너냐.


[무쿠]

받아줄 때까지 몇 번이고 올 거예요.


[야마구치]

성가시다고 했잖아.


[무쿠]

죄송해요. 하지만…….


[야마구치]

……하아.


-


[미스미]

와줘서 고마워~!


[카즈나리]

조심해서 가~!


[텐마]

고마워!


[관객A]

또 올게~!


[관객B]

주연 맡은 애, 괜찮았지! 뭐랄까,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 귀여웠어!


[관객A]

응응, 연기는 아직 좀 어색해도, 그게 야구 소년 느낌이 나서 잘 맞더라!


[관객B]

애드리브나 애프터 토크에서 좀 빗나가는 것도 귀엽고!


[관객A]

그치~!


[쿠몬]

감사합니다!


[관객C]

쿠몬 군, 내일 마지막 공연 기대하고 있을게!


[쿠몬]

으, 응!


[관객D]

최종일 티켓 구하는 거 힘들었어~


[관객C]

여름조 공연은 항상 최종일에 애드리브가 가장 많아서 재밌잖아!


[관객D]

그래서 인기 있고~


[쿠몬]

여, 열심히 할게!


[관객C]

응원할게!


[쿠몬]

(애드리브라……. 어떡하지. 대사를 치는 것만으로 벅차서 모두의 호흡에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하지만, 내 탓에 여름조 팬분들의 기대를 배신할 순 없어. 어떻게든 해야…….)


-


[이즈미]

이쪽은 됐고, 여기도 다 있다. ……응, 소도구는 문제없어 보여. 남은 건――.


[쿠몬]

……감독님.


[이즈미]

응? 쿠몬 군, 무슨 일이야?


[쿠몬]

저기…… 애드리브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이즈미]

애드리브? 으―음, 그렇지…… 에튀드 연습을 반복해서 하는 게 효과적이야.


[쿠몬]

에튀드 연습…….


[이즈미]

하지만, 애드리브는 어디까지나 여유가 있을 때 꾸미는 장식 같은 거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역할에 몰입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거야.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쿠몬]

……하지만, 애드리브를 기대하고 있는 여름조 팬을 나 때문에 실망시키게 되면……. 내가 여름조 무대를 망쳐버릴지도 몰라…….


[이즈미]

그렇지 않아. 오늘 와주신 관객분들도 쿠몬 군을 응원해 줬잖아? 이미 여름조의 일원으로 관객분들께 받아들여진 거야. 쿠몬 군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면 돼.


[쿠몬]

…….


[이즈미]

걱정되면, 애들한테 협력해달라고 해서 지금부터 에튀드를 연습 할까?


[쿠몬]

――윽.


[이즈미]

쿠몬 군!?


[쿠몬]

하아, 하아…….


[이즈미]

몸이 뜨거워……? 쿠몬 군, 열이――!


[쿠몬]

――.

[아자미]

뭐? 바―보. 하핫, 안―그래.


[쿠몬]

앗, 아자미――.


[아자미]

응. 지금은 괜찮아. 뭐, 내쫓기면 너한테 갈지도. 응. 그래. 또 걸게.


[쿠몬]

친구랑 전화?


[아자미]

응. 무슨 일?


[쿠몬]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보여서. 저기, 아자미 메이크업 굉장하더라. 그거 언제 배운 거야? 누가 가르쳐준 거야?


[아자미]

자기류.


[쿠몬]

혼자서 그런 실력까지 간 거야!? 대단해―!

유키랑 아즈마 씨도 칭찬했어. 싸움도 잘 하는데 메이크업도 잘 하다니 굉장하다―!


[아자미]

……별로.


[쿠몬]

역시, 장래엔 그런 일을 하려고!?


[아자미]

안―해.


[쿠몬]

어어!? 왜!? 아깝게―! 아자미면 확실하게 프로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자미]

확실하게 안―돼. 우리 집은 그런 집이니까.


[쿠몬]

어!? 그런 집이라니…… 아, 뭔가 미안! 내가 쓸데없는 말을…….


[아자미]

풋.


[쿠몬]

???


[아자미]

너 진짜 애 같다. 처음 봤을 땐 동갑인 줄 알았어.


[쿠몬]

뭐!? 내가 어딜 봐서 중학생이야―!


[아자미]

그런 점.


[쿠몬]

!!


[아자미]

……그래서, 상태는 어때? 메이크업으로 얼굴은 좋아져도 다른 덴 그대로잖아.


[쿠몬]

아―…… 그게, 고민이 좀 있어서.


[아자미]

어디 안 좋은 거야?


[쿠몬]

아니야! 그건 괜찮아.

그게 아니고…… 난 다른 애들처럼 애드리브에 자연스러운 대응을 못 하니까. 내 탓에 연기 템포가 나빠지는 때가 있어서.


[아지미]

……무대 처음이니까 경험의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쿠몬]

그건 그렇지만, 여름조 코미디의 장점은 애드리브에 있으니까. 평소에 여름조의 콤비네이션이, 무대 위에서 애드리브로 나타난다고 해야 하나.

내가 본 여름조 창단공연 재연은 대부분 애드리브였는데 진짜 굉장했어. 진짜로 각본이 그런 거 아닐까 싶을 정도고, 엄―청 웃었어.

나도 그 레벨로 따라가지 않으면 안 돼.


[아자미]

……흐―응. 뭐, 열심히 해라.


[쿠몬]

응.


-


[이즈미]

얘들아, 오늘 애드리브 좋았어! 관객분들도 많이 웃었고!


[카즈나리]

그보다, 텐텐 너무 갑작스러워!


[유키]

카즈나리가 잘 받아줬지.


[미스미]

나이스 캐치!


[카즈나리]

감사~!


[무쿠]

오늘도 재밌었어!


[쿠몬]

…….


[무쿠]

어라? 큐 쨩……?

[아키야마]

"9회 말 투아웃 만루. 앞으로 스트라이크를 하나만 더 따내면 리그 우승. 그런 상황에 투수로 올라가게 된 나는, 그때…… 화장실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즈미]

(아키야마의 모놀로그로 시작하는 서두…… 3학년이 졸업하고 야구부 부원이 혼자가 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아키야마]

"부탁할게! 이대로면 야구부가 없어질 거야!"


[이노우에]

"어차피 모든 시합 전패하는 약소 야구부잖아. 저번에는 콜드패 했다고 들었어.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낫지 않아?"


[아키야마]

"그런 말 하지 마! 야구부가 없어지면 나는 어디서 야구를 해야――."


[이노우에]

"……알겠어."


[아키야마]

"들어와 주는 거야!?"


[이노우에]

"말해두겠는데, 어디까지나 대신할 사람을 찾을 때까지만이야. 나는 이제 너랑 배터리를 짤 생각 없어."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즈미]

(쿠몬 군, 긴장한 건 느껴지지만 연습한 대로 잘 하고 있어. 첫날이니까 저 정도면 충분해. 부디, 마지막까지 아무 일 없이 끝나기를…….)


-


[이노우에]

"이걸로 다섯 명이라니, 남은 한 명은?"


[아키야마]

"오타쿠인 히키코모리야."


[이노우에]

"쓸모없잖아!"


-


[이즈미]

(아키야마가 끌어모은 부원들과 함께 바로 연습을 시작하는 아키야마와 이노우에…….)


[오오노]

"으와아아!"


[이노우에]

"피하지 마, 오오노! 이제 그만 공에 익숙해져."


[오오노]

"미미미미안. 나, 날아오는 공을 보면 아, 아무래도 무서워서――."


[이노우에]

"그런데 왜 야구부에 들어온 거야."


[오오노]

"아키야마가 부탁해서…… 거절을 못 해서……."


[이노우에]

"하아……."


[에노모토]

"……."


[이노우에]

"야, 에노모토! 스마트폰 보지 말고 공을 봐!"


[에노모토]

"앗, 미안미―!"


[이노우에]

"그보다, 그라운드에서는 스마트폰 금지야."


[에노모토]

"실화!? ……지금 설교 중. 스마트폰 금지래~ 우는 스탬프."


[이노우에]

"일부러 LIME 하지 마!"


[이즈미]

(텐마 군이랑 다른 애들도 쿠몬 군을 제대로 서포트해주면서 극을 고조시키고 있어. 응, 하나로 뭉쳐진 느낌이 좋아.)


-


[아키야마]

"저기, 우에하라,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부 활동에 나와주지 않을래? 네가 없으면 인원수가 부족해."


[우에하라]

"……."


[아키야마]

"우에하라――."


[이노우에]

"소용없어. 나온다고 해도, 운동도 제대로 못 하는 허약한 녀석은 도움이 되지 않아. 다른 녀석한테 가자."


[우에하라]

"……나갈게."


[이노우에]

"뭐?"


[우에하라]

"핫!"


[이노우에]

"의외로 날렵한데!?"


[우에하라]

"근육 트레이닝에 빠져있었으니까."


[이노우에]

"그쪽 오타쿠였냐."


[아키야마]

"우에하라, 나와주는 거야!? 고마워!"


-


[이즈미]

(오합지졸 부원들이 모이던 중, 마지막으로 매니저로서 와시미야가 야구부에 입부한다.)


[와시미야]

"캡틴이 너야?"


[아키야마]

"앗, 으, 응. 난 2학년의 아키야마 소우타야."


[와시미야]

"내가 들어온 이상 목표는 코시엔이야."


[아키야마]

"어!?"


[오오노]

"코시엔?"


[이노우에]

"바보냐? 부원이 다섯 명인데 그걸 어떻게 목표로 삼아?"


[와시미야]

"다섯 명? 다섯 명밖에 없어?"


[이노우에]

"연습시합조차 못 한다고."


[아키야마]

"하,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늘려나갈 거야!"


[이노우에]

"다섯 명도 겨우 모은 거잖아."


[아키야마]

"으, 그, 그건……."


[와시미야]

"문제없어. 내일까지 네 명 정도는 여유롭게 모을 수 있어."


[이노우에]

"뭐? 어떻게?"


[이즈미]

(유키 군도 궤도에 올랐어. 안정감이 나오고 있어.)


-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부원을 모은다니 어떻게 할 생각일까?"


[이노우에]

"신입생도 이미 부 활동을 정했을 텐데, 네 명이라니 당연히 무리지."


[와시미야]

"……."


[이노우에]

"저 녀석 왜 그라운드에 버티고 서있는 거야?"


[아키야마]

"치어리더……!"


[에노모토]

"귀여워……."


[우에하라]

"끄덕."


[오오노]

"앗, 코피가……."


[남학생A]

"우와, 귀여워."


[남학생B]

"야구부래."


[남학생C]

"좋은데."


[남학생D]

"실례합니다―."


[와시미야]

"자, 입부희망자 낚아 왔어."


[아키야마]

"한 번에 네 명이나!?"


[이노우에]

"수단을 안 가리네."


[와시미야]

"자, 연습 시작할게. 참고로 일단 들어온 이상 퇴부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좋아하는 애가 생길 때마다, 내 치어리더 모습에 넋을 잃었던 얼빠진 사진을 뿌려주겠어."


[아키야마]

"!!"


[와시미야]

"우선 그라운드 10바퀴!"


[아키야마]

"――어, 하지만 고문이 아직 안 왔는데."


[와시미야]

"뛰어!"


[아키야마]

"네, 넷!"


[와시미야]

"끝나면 대시 50번."


[오오노]

"뭐어!?"


[에노모토]

"실화냐."


[와시미야]

"체육복으로 갈아입을까."


[에노모토]

"할게요!"


[오오노]

"달릴게요!"


[와시미야]

"다음은 둘이서 한 조로 캐치볼."


[이노우에]

"저 녀석, 저래 보여도 연습메뉴는 제대로네."


[아키야마]

"왠지 소년야구 시절이 생각나. 그립지 않아?"


[이노우에]

"……별로."


[아키야마]

"나, 역시 그 시절이 가장 즐거웠어."


[이노우에]

"나도……."


[아키야마]

"어?"


[이노우에]

"……아무것도 아니야."


-


[이즈미]

(그렇게 연습시합을 맞이한다. 부원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아키야마의 호투 덕분에 어떻게든 0대 0인 채로 게임을 진행한다.)

(9회 말, 또다시 아키야마가 시합의 중요한 장면에서 화장실에 틀어박히고 만다. 대신해서 던진 우에하라는 때려 맞기만 하고, 결국 팀은 대패…… 이노우에는 아키야마의 한심한 모습에 질려 퇴부하겠다 말을 꺼낸다.)


[와시미야]

"기다려. 퇴부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이노우에]

"사진이든 뭐든 맘대로 뿌려."


[와시미야]

"내가 던진 공에 하나라도 히트를 치면 퇴부를 인정해줄 수 있어."


[이노우에]

"딱히 네 인정 같은 거 필요 없어."


[와시미야]

"무서운 거야?"


[이노우에]

"――. 알겠어. 하면 되잖아."


-


[이즈미]

(그렇게 시작된 와시미야와의 승부에 지고, 망연자실한 이노우에…….)


[와시미야]

"본심은 내가 코시엔에 가고 싶었어. 힘이 있어도 자격이 없는 인간의 기분을, 넌 모르겠지."


[이노우에]

"……퇴부는 취소할게."


[와시미야]

"내일 연습에도 늦지 마."


[이노우에]

"……흥."


[아키야마]

"저, 저기, 와시미야 씨, 고마워――."


[와시미야]

"말해두겠는데, 너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키야마]

"――."


-


[이즈미]

(이노우에의 퇴부 사건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하는 야구부…….)


[에노모토]

"우에뿅, 방금 그거 좋다! 손이 완―전 얼얼했어!"


[우에하라]

"한 번 더 해볼게."


[아키야마]

"어라……? 우에하라랑 에노모토?"

"둘이서 뭐 해? 자율연습?"


[에노모토]

"앗, 앗키― 요즘 우에뿅하고 방과 후에 연습하고 있거든."


[우에하라]

"투수 교체해도, 다음엔 때려 맞지 않게 할 거야."


[에노모토]

"오오노 찡도 배팅센터에서 헬멧 쓰고 오로지 안면 캐치 하고 있대. 공에 익숙해지는 연습 같아."


[아키야마]

"다들……."


[이즈미]

(동료들에게 자극 받아, 아키야마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굳힌다.)


-


[이즈미]

(그렇게 지역 예선 대회 1회전을 맞이하고. 부원들의 실수도 줄고, 아키야마의 침착한 투구로 어떻게든 승리한다.)

(역시 쿠몬 군은 야구 신에서는 정말 빛나고 있어. 경험자니까, 폼이 깔끔해서 설득력이 생겨.)

(기쁨에 열광하는 것도 잠시, 2회전에서는 다시 아키야마가 상대의 노골적인 압박에 지고 화장실로 향한다. 어떻게든 우에하라가 뒤를 이어서 힘들게 승리. 시합 종료 후, 이노우에가 퇴부서를 낸다.)


[이노우에]

"너, 그거 아직 안 나은 거냐?"


[아키야마]

"미안해, 나――."


[이노우에]

"못 해 먹겠네. 난 그만두겠어."


[아키야마]

"기다려, 이노우에! 모처럼 이겼는데――."


[이노우에]

"이 이상 해도 아무 의미 없어. 다음은 강호 히가시 고등학교야. 어차피 지겠지."


[아키야마]

"그건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아."


[이노우에]

"내가 야구에 관심을 끊은 이유를 알려줄까? 매 시합마다, 네 한심한 모습을 보기 질렸기 때문이야."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즈미]

(야구부를 떠나는 이노우에…… 이 신은, 쿠몬 군에게 여러 가지로 괴로운 신이겠지. 아픔이 전해져 오는 연기를 해…….)


-


[아키야마]

"……미안해. 난 주장 실격이야."


[오오노]

"……아키야마가 본방에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됐을 때, 이노우에가 항상 어떻게든 하려고 신호를 보냈잖아. 아무것도 못 하는 게, 포수로서 한심하다고 했었어."


[아키야마]

"어……?"


[오오노]

"투수인 아키야마는 혼자서 마운드에 서 있는 거니까. 배터리를 짜고 있어도, 자기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나 말야, 너희랑 같은 소년야구를 했었어. 바로 그만뒀지만…… 이노우에랑 아키야마 배터리를 동경했었어."


[아키야마]

"……."


[오오노]

"아키야마의 그건, 정신적인 압박감이 원인인 거지? 좀 더 팀원을 의지해줘."


[아키야마]

"오오노……."


-


[와시미야]

"다음에도 이기는 거야."


[아키야마]

"하지만, 이제 이노우에가……."


[우에하라]

"선수가 부족해."


[와시미야]

"내가 대신 나가겠어."


[아키야마]

"어어어!?"


[와시미야]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잖아."


[에노모토]

"무리무리무리무리!"


[오오노]

"들키면 실격이야!"


[와시미야]

"헬멧이랑 프로텍터 차면 안 들켜."


[아키야마]

"아니아니아니아니!"


[우에하라]

"무리지."


[와시미야]

"그럼 포기할 거야? 코시엔에 가는 거 아니었어?"


[아키야마]

"……. ……미안해. 부탁할게, 와시미야 씨."


[와시미야]

"죽을 힘을 다해 던지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어."


[아키야마]

"응."


-


[이즈미]

(이노우에를 대신해서 포수로서 그라운드에 서는 와시미야.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손이 아키야마의 공을 견디지 못하고 데미지를 쌓아간다…….)


[와시미야]

"――읏."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역시 이제――."


[와시미야]

"됐으니까 계속해."


[아키야마]

"――. 와시미야 씨가 저렇게 힘내고 있어. 나도……!"


-


[이즈미]

(아키야마가 호투를 보이고 게임은 1점 리드인 채로 진행되지만, 6회 말에서 와시미야의 손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한다…….)


[와시미야]

"――아파."


[이노우에]

"……교대해."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노우에]

"남의 도구 맘대로 쓰지 마."


[와시미야]

"늦었다고."


[아키야마]

"돌아와 줬구나!?"


[이노우에]

"간다!"


[아키야마]

"응!"


-


[아키야마]

"――. ……괜찮아. 만약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우에하라가 있어. 오오노도, 에노모토도―― 이노우에도 있어."


[이노우에]

"……."


[아키야마]

"괜찮아. 던질 수 있어."

"――."


[이즈미]

(동료와의 유대를 되찾고 강호고를 상대로 선전하는 아키야마와 부원들. 동점인 채로 연장전에 돌입하고…….)

(쿠몬 군, 꽤 지친 것 같아. 관객들한테는 이것도 아키야마의 피로를 표현하는 연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야마가 이 시합에서 마지막까지 던질 수 있다면, 쿠몬 군도 이 무대를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어…….)


-


[아키야마]

"――."


[이즈미]

(마지막 하나――.)


[이노우에]

"――윽."


[상대 팀 야구부원]

"홈런이다……!"


[아키야마]

"홈런……."


[우에하라]

"졌어……."


[오오노]

"실패했구나……."


[에노모토]

"젠장! 앞으로 1점이었는데!"


[아키야마]

"미안해, 내가――."


[이노우에]

"마지막까지 던질 수 있잖아."


[아키야마]

"――."


[우에하라]

"잘했어!"


[에노모토]

"그 히가시 고등학교 상대로 잘 한 거지, 우리!"


[오오노]

"으흑…… 흑……."


[이노우에]

"울지 마, 바보냐!"


[와시미야]

"다들, 오늘 정말 잘 했어. 진짜 최고의 팀이야. 다들 정말 좋아해!"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에노모토]

"나, 와시미야 씨를 정말 좋아해!"


[오오노]

"앗, 치사해! 나도!"


[우에하라]

"나도!! 결혼해주세요!"


[와시미야]

"미안, 남자친구 있어."


[에노모토]

"뭐어어!?"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남자친구 있었어?"


[와시미야]

"저기에."


[아키야마]

"저 사람은……."


[이노우에]

"작년 선발 1위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투수……."


[오오노]

"진짜 프로야구 선수……!?"


[에노모토]

"끝났어…… 나의 여름……."


[와시미야]

"그럼 난 남자친구랑 갈게. 수고했어―."


[오오노]

"와시미야 씨――!!"


[우에하라]

"이제 여자는 믿지 않을 거야……."


[에노모토]

"우리에겐 코시엔이 있어!"


[아키야마]

"그, 그렇지."


[에노모토]

"우오오오!! 내년엔 반드시 코시엔에 간다――!"


[우에하라]

"오―!"


[오오노]

"으흐흑, 와시미야 씨―!"


[이노우에]

"하아……."


[이즈미]

(서로 격려하면서 멀어져가는 부원들의 뒷모습…… 막이 내린다……!)


-


[쿠몬]

――윽.


[무쿠]

큐 쨩……!


[쿠몬]

하아, 하아, 해냈어…… 나, 마지막까지――.


[텐마]

아직 일러. 최종일까지 아껴둬.


[쿠몬]

――.


[카즈나리]

맞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얌!


[미스미]

즐거운 건 앞으로 더 남았어~


[유키]

첫날에 끝난 기분 내지 마.


[텐마]

최종일까지 달려나가자.


[쿠몬]

응!


[무쿠]

가자! 커튼콜이야!


[쿠몬]

――.


[이즈미]

(다행이다…… 첫날을 무사히 끝내서. 분명 지금의 쿠몬 군이라면, 최종일까지 해낼 수 있을 거야.)

[야구부원A]

네 탓이야! 네가 열난다고 시합을 쉬니까…….

 

[야구부원B]

뭣 때문에 계속 연습해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중학교 마지막 시합이라고!?

 

[야구부원A]

우리는 이게 마지막이야! 그런데――. 지금까지 연습해온 게 전부 허사가 됐어!

 

[쿠몬]

미안…… 미안해…….

 

[야구부원A]

어차피 꾀병이겠지.

 

[야구부원B]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너 같은 거 팀에 없는 게 더 좋았어…….

 

[쿠몬]

――.

 

-

 

[쿠몬]

하아, 하아…… 미안해…… 얘들아…….

 

[미스미]

쿠몬……?

 

[쿠몬]

아, 나…….

 

[미스미]

괜찮아, 쿠몬. 다 알고 있어. 쿠몬은 열심히 하고 있어.

 

[쿠몬]

――윽.

 

[미스미]

네―에.

 

[무쿠]

"……저기, 역시 그만두자."

 

[텐마]

"무슨 소리야~"

 

[유키]

"그만 단념해. 이미 말하기로 했잖아?"

 

[카즈나리]

"맞아― 맞아―. 이 찬스를 놓치면 이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쿠]

"응……."

 

[쿠몬]

……?

 

[텐마]

"앗, 갑자기 미안해! 우리 기억해?"

 

[카즈나리]

"왜, 여름 축제 때 같이 사진 찍었잖아! 그때는 유카타 입었었는데――."

 

[유키]

"이랬는데 잊어버렸으면 웃기겠다."

 

[텐마]

"유키코 그런 말 하지 마!"

 

[쿠몬]

이거, 전에 했던 에튀드……?

 

[유키]

"자, 무쿠미, 말해버려."

 

[무쿠]

"……저기, 저기 말야, 나, 네가――."

 

[쿠몬]

!!

 

[무쿠]

"아무리 해도 죽은 우리 강아지로 보여서 잊을 수 없었어! 사진 한 장 더 찍어도 될까?"

 

[쿠몬]

그런 스토리……!?

풋――아하하! 뭐야 그게!

 

[미스미]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쿠몬]

응!

 

[텐마]

……쿠몬, 네 체질에 관한 거 들었어.

 

[쿠몬]

――. 그래…… 미안해, 난 너희한테 피해를 줄지도 모르니까, 역시…….

 

[텐마]

지방 공연 호텔에서 창단공연 얘기했던 거 기억해?

 

[쿠몬]

어?

 

[텐마]

그때, 딱 하나 폼 잡으면서 거짓말했던 게 있어. 내가 있어서 공연이 성공했다는 건 거짓말이야. 가장 큰 실패를 한게 나였어.

나는, 어릴 때 한 실패가 원인으로, 무대에 오르면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연기를 할 수 없었어. 그 탓에 리허설도 엉망으로 끝났지.

 

[유키]

진짜 심하게 얼간이 같았어.

 

[텐마]

시끄러워.

 

[쿠몬]

텐마 씨가……? 진짜?

 

[텐마]

안 믿어져? 무대 위에 오르면 머리가 새하얘져서 대사가 날아가.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하고 절망감에 가득 찼었어.

하지만, 지금 옆에 있는 멤버들이 도와줘서 어떻게든 공연을 해낼 수 있었어. 이 녀석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아갈 수 있었어.

 

[무쿠]

그때는 깜짝 놀랐지만, 우리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했어.

 

[카즈나리]

텐텐한테 의지가 되려고 그 어느 때보다 힘냈지~

 

[미스미]

맞아 맞아. 그러니까, 성공한 건 텐마 덕분이야.

 

[유키]

텐마의 얼간이 짓 덕분이지.

 

[텐마]

야――. 제 2회 공연에서 슬럼프였던 녀석은 어디 사는 누구게?

 

[유키]

그런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

 

[텐마]

너 진짜――.

 

[카즈나리]

제 2회 공연은, 윳키가 주역하고 의상 담당을 양립하느라 힘들었어~

 

[미스미]

카즈 덕분에 부활~!

 

[무쿠]

둘이서 협력해서 디자인한 그때 그 의상, 귀여웠어.

 

[쿠몬]

고양이 의상?

 

[카즈나리]

응 맞아!

 

[텐마]

제 3회 공연도 또 주역인 미스미의 상태가 나빴지.

 

[무쿠]

그때는 보물찾기를 했어.

 

[쿠몬]

보물찾기!?

 

[미스미]

내 보물을 다 함께 찾아줬어~ 보물 덕분에 기운이 났고, 무대도 힘낼 수 있었어.

 

[텐마]

그러니까, 이번엔 네 차례야. 네가 긴장하면, 또 이렇게 몇 번이든 우리가 도와줄게. 무대 위에서도 우리를 의지해. 너는 혼자서 무대에 서 있는 게 아니니까.

 

[쿠몬]

――.

 

[텐마]

그러니까, 함께 극복하자. 이번에는 꼭.

 

[쿠몬]

――응. 응! 나, 너희랑 함께 끝까지 해낼게!

 

-

 

[이즈미]

쿠몬 군, 열은 어때?

 

[쿠몬]

――괜찮슴다. 미열 정도니까 할 수 있어요.

 

[이즈미]

정말로?

 

[쿠몬]

응. 평소에는 고열이 나니까 이 정도면 낮은 편이에요.

 

[이즈미]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말해야 한다?

 

[쿠몬]

알겠어요.

 

[이즈미]

(안색은 나쁘지 않고, 그렇게 긴장한 것 같지도 않아. 이대로면 괜찮으려나……. 만약을 위해 언제든지 대역인 반리 군으로 교대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두자.)

――네.

 

[반리]

수고―.

 

[타이치]

수고하심다―!

 

[오미]

쿠키 구워서 가지고 왔어.

 

[쿠몬]

야호―!

 

[미스미]

삼각 쿠키!

 

[쥬자]

쿠몬, 상태는 어때?

 

[쿠몬]

괜찮아. 평소보다 열도 낮아.

 

[쥬자]

그래…….

 

[아자미]

…….

 

[사쿄]

자, 너도 들어가.

 

[이즈미]

앗, 아자미 군도 와줬구나.

 

[아자미]

――. 뭐야 너네, 그 면상은…….

 

[유키]

뭐?

 

[아자미]

지금 장난해? 전원 얼굴 씻고 와!

 

[무쿠]

!?

 

[무쿠]

얼굴?

 

[카즈나리]

메이크업 말이야?

 

[아자미]

빨리해! 거슬린다고, 그 희미한 면상!

 

[쿠몬]

어? 어?

 

[무쿠]

어, 어쨌든 메이크업을 지우면 되는 건가……?

 

[텐마]

뭐야, 저 녀석…….

 

-

 

[유키]

……읍.

 

[아자미]

클렌징크림이야. 가만히 있어.

 

[타이치]

다들 얼굴이 새하얘여……!

 

[반리]

저런 요괴가 나오는 영화가 있었는데.

 

[아자미]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유키]

아까부터 너 무슨 짓――.

그 메이크업 도구, 네 꺼야?

 

[아자미]

어.

 

[무쿠]

굉장하다. 브러쉬도 몇 개나 있어.

 

[쿠몬]

프로같아.

 

[아자미]

……혹시나 싶어 가져오길 잘했지. 이놈도 저놈도 적당히 하기는. 무대에는 무대용 메이크업이 있다고.

 

[쿠몬]

오오……!?

 

[이즈미]

굉장하다, 얼굴이 전혀 달라졌어!

 

[무쿠]

또렷해졌어. 무대에서 잘 보이겠어!

 

[유키]

……그럭저럭하네.

 

[카즈나리]

아자밍 뭐 하는 사람이야!?

 

[아자미]

……그냥 헤어 메이크업 지망생.

 

[텐마]

내일부터도 부탁해.

 

[아자미]

……그건 상관없는데. 대신에, 내 방식에 토 달지 마.

 

[텐마]

……왠지, 어디 사는 누군가랑 닮았는데.

 

[타이치]

……엄청 닮았슴다.

 

[유키]

누구?

 

[타이치]

아, 아무것도 아님다!

 

[사쿄]

…….

 

-

 

[무쿠]

……드디어 본방이야.

 

[쿠몬]

……으, 응.

 

[텐마]

단장, 원진은 네가 해.

 

[쿠몬]

뭐든지 상관없어?

 

[미스미]

상관없어~

 

[유키]

마음대로 해.

 

[카즈나리]

쿠모삐다운 원진 부탁피코!

 

[쿠몬]

그럼…….

――여름조, 이기자―! 파이팅―!

 

[극단원]

아자―!

[이즈미]

쿠몬 군, 괜찮을까……?


[텐마]

요즘, 후반에 꽤 지쳐 보이던데.


[이즈미]

텐마 군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연습의 피로도 있고 주역이라 더 분발한 탓에 몸에 부담이 온 걸까…….


[텐마]

리허설까지 시간이 없어. 지금은 가능한 한 그 녀석을 쉬게 해서, 릴렉스 시키는 수밖에 없겠지.


[이즈미]

그렇지…….


[무쿠]

감독님, 텐마 군――.


[이즈미]

앗, 무쿠 군, 쿠몬 군은 좀 어때?


[쥬자]

그 일로 할 얘기가 있어.


[이즈미]

?


-


[텐마]

……중압감에 의한 발열?


[쥬자]

그래. 처음 증상이 나왔던 건, 쿠몬이 초등학생 때였어. 리틀리그 시합에서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로 선발된 그 녀석은, 당일에 열이 나서 시합에 나갈 수 없었지. 그걸 계기로, 야구 시합 때는 매번 반드시 열이 나게 됐어.

원래 감기도 거의 안 걸리는 녀석이니까, 시합 때 외에는 건강 그 자체라 연습은 한 번도 쉰 적이 없어. 연습이 없는 날도 자율연습할 정도인데, 시합 때만 반드시 열이 나는 거야.


[이즈미]

…….


[쥬자]

처음엔 야구 시합 때 뿐이었지만, 서서히 그 외에도 증상이 나오게 됐어. 뭔가 리더나 반장, 실행위원 같은 책임 있는 입장이 되면 학교 행사에도 열이 났지.


[이즈미]

그것도, 전부 중압감이 원인으로……?


[쥬자]

그래. 감기는 아니니까, 매번 다음날엔 깨끗이 나아.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열보다 쉬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보였어.

결정적으로, 중학교 마지막 야구부 시합 때 일이야. 에이스 투수로서 팀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입장 이었는데, 시합 전날에 고열이 나서 팀은 초전 패배……. 팀 메이트를 볼 낯이 없다고 꽤 풀이 죽었었어.

그 녀석이 고등학교 야구부를 그만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라고 생각해.


[무쿠]

……저번에, 큐 쨩한테 그 얘기를 들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코시엔에 가는 게 꿈이어서,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고.

1학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나 봐. 2학년 선배 중에 에이스 투수가 있어서 부 활동이 재밌었다고 했어. 하지만, 차기 에이스로서 기대 받으며 고2가 되고, 연습시합에서 처음으로 등판하게 됐을 때, 또…….


[이즈미]

그랬구나…….


[쥬자]

……그 녀석의 발열은 정신적인 문제인듯 해.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거야. 횟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 책임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녀석의 마음의 짐은 점점 늘어나.


[무쿠]

큐 쨩은, 자기 증상이 악화되는 걸 알고는 바로 부 활동을 그만둔 거래……. 팀 메이트한테 아무 말도 안 한 탓에, 다들 아직 큐 쨩한테 화가 나 있다고 했어. 특히, 당시 배터리를 짰던 포수한테는 심한 말을 듣기도 했나봐.


[이즈미]

……왠지, 이번 각본 줄거리랑 비슷하네.


[텐마]

비슷하달까, 그대로잖아.


[쥬자]

내가 츠즈루 씨한테 부탁했어.


[이즈미]

어?


[쥬자]

그 녀석이 저렇게 된 건 야구가 원인이니까, 무대 위에서 극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분명, 한 번이라도 끝까지 해낸다면 그 녀석은 바뀔 수 있어.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으로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이즈미]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입단할 때 그렇게 반대했던 거구나.


[텐마]

중압감이라……. 그 녀석이 의식하고 열을 내는 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강하게 바라기 때문이겠지.

……나도 그런 적이 있어.


[이즈미]

(텐마 군도, 어릴 때 트라우마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면 본 실력을 낼 수 없었지…… 쿠몬 군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걸지도.)


[텐마]

쥬자 씨가 사과할 이유는 전혀 없어. 그 녀석이 공연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거잖아.


[쥬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텐마]

하지만, 열에 관한 건 말해줘도 되지 않았을까?


[쥬자]

……말을 안 했던 건, 너희가 신경 써줄 걸 알았기 때문이야.

그 녀석은, 열 탓에 학교에서도 병약한 타입이라고 생각되어서 주변에서 항상 신경을 써줬다고 해. 그것도 본인에게는 마음의 짐이 되지.

그러니, 너희는 새로운 마음으로, 거리낌 없이 쿠몬과 마주했으면 했어.


[이즈미]

……그래.


[쥬자]

결과적으로는 속이는 게 되었지, 미안해.


[텐마]

쥬자 씨가 가족으로서 쿠몬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우리 여름조에게도 쿠몬은 이제 소중한 동료고 가족이야. 사과받을 이유는 없어.


[쥬자]

……그래.

하지만, 형으로서 책임을 다하게 해줘.


[이즈미]

책임?


[쥬자]

혹시 공연 기간 중에 쿠몬이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 대역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사를 외워뒀어. 그 녀석의 대역은 내가 확실하게 해낼게.


[무쿠]

쥬 쨩, 그래서 대본을 복사해 달라고……?


[쥬자]

그래.


[이즈미]

……확실히, 만에 하나의 일을 생각하면 대역을 세울 필요는 있지.


[반리]

야 야, 이 녀석이 여름조 주연 대역이라고?


[쥬자]

?


[반리]

네놈이 코미디라니 당연히 무리지.


[쥬자]

뭐야, 네 녀석은, 갑자기…….


[반리]

한밤중에 방에서 그렇게 소곤거리는데 알지 모르겠냐. 처음엔 형이랍시고 동생한테 연기라도 가르쳐 주려는 건가 했는데, 그런 거였나.


[쥬자]

시끄러워, 빠져있어. 너 하곤 상관없어.


[반리]

그러다 무대를 망치면 형의 체면도 죽고 여름조 녀석들도 가만 안 둘 거다. 특히 유키가.


[텐마]

그렇지…….


[이즈미]

그, 그건…….


[쥬자]

연습은 하고 있어. 대역은 제대로 해낼 거야.


[반리]

어쭙잖은 놈한테는 무리야.


[쥬자]

뭐야?


[반리]

하지만, 난 할 수 있어.


[이즈미]

어?


[텐마]

어? 지금부터 대사 외우려고!?


[반리]

여유― 여유―. 그런데, 템포감 같은 건 나중에 한 번 맞춰보자.


[이즈미]

확실히, 반리 군이라면 이 단기간에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쥬자]

……셋츠.


[반리]

……어? 뭐야. 끝까지 형인 네가 한다고 고집부릴 생각이냐?


[쥬자]

신세 진다.


[반리]

――.


[텐마]

쥬자 씨가 반리 씨한테 감사 인사를 하다니…….


[무쿠]

처음 봤어……!


[이즈미]

별일이네. 이걸로 너희도 조금은 사이좋게――.


[쥬자]

단, 원랭 커트한 야구 소년은 말도 안 돼. 집에서 바리깡 가져와 주지.


[반리]

웃기지마, 효도 임마―! 먼저 네 녀석 머리부터 밀어!


[쥬자]

나는 안 나가니까 필요 없어.


[반리]

그런 문제냐!


[텐마]

……이것 참.


[무쿠]

결국 저렇게 되네.


[이즈미]

뭐, 이걸로 우선 대역에 관한 건 안심할 수 있겠어.


[텐마]

남은 건, 그 녀석의 긴장을 전력으로 풀어주는 거겠지…….

[유키]

"다음에도 이기는 거야."


[쿠몬]

"하지만, 이제 이노우에가……."


[미스미]

"선수가 부족해."


[유키]

"내가 대신 나가겠어."


[쿠몬]

"어어어!?"


[유키]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잖아."


[카즈나리]

"무리무리무리무리!"


[무쿠]

"들키면 실격이야!"


[이즈미]

(드디어 이번 주말이 공연 첫날…… 다들 순조롭게 완성되고 있어.)


[유키]

"그럼 포기할 거야? 코시엔에 가는 거 아니었어?"


[쿠몬]

"……. ……미안해. 부탁할게, 와시미야 씨."


[유키]

"죽을 힘을 다해 던지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어."


[쿠몬]

"응."


[이즈미]

(그저, 전체 연습을 하면 쿠몬 군이 후반에 숨이 차 보이는 게 걱정이야…… 땀도 꽤 흘리는 것 같고……. 저번에 야구 시합을 보면, 체력이 없는 건 아닐 텐데……. 어딘가, 연기에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빨리 조정해야 하는데.)


[쿠몬]

――윽.


[이즈미]

!!


[무쿠]

큐 쨩!


[이즈미]

괜찮아!?


[쿠몬]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다음 대사는――.


[이즈미]

무리하지 말고 쉬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쿠몬]

아직, 할 수 있어요――!


[텐마]

본방 때까지 컨디션을 조정하는 것도 배우의 일이야. 오늘은 푹 쉬어. 알겠지?


[유키]

얘 말이 맞아. 얌전히 쉬어.


[미스미]

무리하지 마~


[카즈나리]

맞아. 쉬는 것도 중요해.


[쿠몬]

……알겠어.


-


[무쿠]

자, 체온계――. 열이 있으면 꼭 말해야 한다?


[쿠몬]

알겠다니까. 이제 괜찮아.


[무쿠]

응……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쿠몬]

…….

――.


[미스미]

어때~?


[쿠몬]

열은 없었어!


[미스미]

――이마, 쿵―.


[쿠몬]

――앗.


[미스미]

거짓말은 안 돼. 이마, 뜨거운걸.


[쿠몬]

――. ……스미 씨, 부탁이야. 다른 애들한텐 말하지 말아줘…….


[미스미]

……알겠어. 지금은 말하지 않을 게.


[쿠몬]

……다행이다.


[미스미]

하지만, 무쿠는 불러올 거야.


[쿠몬]

――.


[미스미]

무쿠랑 약속 했잖아?


[쿠몬]

……응.


-


[무쿠]

큐 쨩…… 역시 열이 올랐구나. 더 빨리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쿠몬]

괜찮아. 항상 있는 일이고, 열도 높지 않아.


[무쿠]

열이 난 거, 감독님이랑 쥬 쨩한테도 말하자.


[쿠몬]

싫어……!


[무쿠]

하지만, 이대로면…….


[쿠몬]

……나, 또 피해를 주게 되는 걸까.


[무쿠]

큐 쨩…….


[쿠몬]

이번에도, 또 안 되는 걸까…… 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없는 걸까……. 왜, 나만…… 왜 이렇게 약한 걸까.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왜…….

나도 함께 연기를 하고 싶은데…… 무대에 오르고 싶은데…… 나, 더 강해지고 싶어…….


[무쿠]

큐 쨩――.

괜찮아. 이번엔 분명 괜찮아…… 내가 꼭 큐 쨩을 도와줄 거야.


[미스미]

무쿠 말이 맞아~ 쿠몬은 열심히 하고 있어. 갓 삼각군도 보고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쿠몬]

……둘 다…… 고마워.

……. ……새근, 새근.


[무쿠]

……큐 쨩, 잠든 건가?


[미스미]

이대로 자게 해주자~


[무쿠]

그래요…….

…….


[미스미]

……무쿠, 쿠몬에 대해서, 텐마랑 감독님한테 꼭 말 해야 돼.


[무쿠]

――네.

하지만, 그 전에 가장 먼저 말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큐 쨩을 부탁해도 될까요?


[미스미]

응. 맡겨둬~


-


[무쿠]

――쥬 쨩.


[쥬자]

?


[무쿠]

잠깐 괜찮아?


[쥬자]

……쿠몬 일인가.


[무쿠]

……응.


[쥬자]

그 녀석, 역시……. 내 탓이야. 내가 그 녀석의 입단을 제대로 막기만 했어도――.


[무쿠]

그렇지 않아. 이번엔 내가 옆에 있어. 쥬 쨩도 있어. 여름조 모두 전력으로 큐 쨩을 도와줄 거야. 절대로, 지금까지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쥬자]

…….


[무쿠]

감독님하고 텐마 군한테 큐 쨩에 대해 말하러 가자.


[쥬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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