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야마]
"9회 말 투아웃 만루. 앞으로 스트라이크를 하나만 더 따내면 리그 우승. 그런 상황에 투수로 올라가게 된 나는, 그때…… 화장실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즈미]
(아키야마의 모놀로그로 시작하는 서두…… 3학년이 졸업하고 야구부 부원이 혼자가 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아키야마]
"부탁할게! 이대로면 야구부가 없어질 거야!"
[이노우에]
"어차피 모든 시합 전패하는 약소 야구부잖아. 저번에는 콜드패 했다고 들었어.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낫지 않아?"
[아키야마]
"그런 말 하지 마! 야구부가 없어지면 나는 어디서 야구를 해야――."
[이노우에]
"……알겠어."
[아키야마]
"들어와 주는 거야!?"
[이노우에]
"말해두겠는데, 어디까지나 대신할 사람을 찾을 때까지만이야. 나는 이제 너랑 배터리를 짤 생각 없어."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즈미]
(쿠몬 군, 긴장한 건 느껴지지만 연습한 대로 잘 하고 있어. 첫날이니까 저 정도면 충분해. 부디, 마지막까지 아무 일 없이 끝나기를…….)
-
[이노우에]
"이걸로 다섯 명이라니, 남은 한 명은?"
[아키야마]
"오타쿠인 히키코모리야."
[이노우에]
"쓸모없잖아!"
-
[이즈미]
(아키야마가 끌어모은 부원들과 함께 바로 연습을 시작하는 아키야마와 이노우에…….)
[오오노]
"으와아아!"
[이노우에]
"피하지 마, 오오노! 이제 그만 공에 익숙해져."
[오오노]
"미미미미안. 나, 날아오는 공을 보면 아, 아무래도 무서워서――."
[이노우에]
"그런데 왜 야구부에 들어온 거야."
[오오노]
"아키야마가 부탁해서…… 거절을 못 해서……."
[이노우에]
"하아……."
[에노모토]
"……."
[이노우에]
"야, 에노모토! 스마트폰 보지 말고 공을 봐!"
[에노모토]
"앗, 미안미―!"
[이노우에]
"그보다, 그라운드에서는 스마트폰 금지야."
[에노모토]
"실화!? ……지금 설교 중. 스마트폰 금지래~ 우는 스탬프."
[이노우에]
"일부러 LIME 하지 마!"
[이즈미]
(텐마 군이랑 다른 애들도 쿠몬 군을 제대로 서포트해주면서 극을 고조시키고 있어. 응, 하나로 뭉쳐진 느낌이 좋아.)
-
[아키야마]
"저기, 우에하라,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부 활동에 나와주지 않을래? 네가 없으면 인원수가 부족해."
[우에하라]
"……."
[아키야마]
"우에하라――."
[이노우에]
"소용없어. 나온다고 해도, 운동도 제대로 못 하는 허약한 녀석은 도움이 되지 않아. 다른 녀석한테 가자."
[우에하라]
"……나갈게."
[이노우에]
"뭐?"
[우에하라]
"핫!"
[이노우에]
"의외로 날렵한데!?"
[우에하라]
"근육 트레이닝에 빠져있었으니까."
[이노우에]
"그쪽 오타쿠였냐."
[아키야마]
"우에하라, 나와주는 거야!? 고마워!"
-
[이즈미]
(오합지졸 부원들이 모이던 중, 마지막으로 매니저로서 와시미야가 야구부에 입부한다.)
[와시미야]
"캡틴이 너야?"
[아키야마]
"앗, 으, 응. 난 2학년의 아키야마 소우타야."
[와시미야]
"내가 들어온 이상 목표는 코시엔이야."
[아키야마]
"어!?"
[오오노]
"코시엔?"
[이노우에]
"바보냐? 부원이 다섯 명인데 그걸 어떻게 목표로 삼아?"
[와시미야]
"다섯 명? 다섯 명밖에 없어?"
[이노우에]
"연습시합조차 못 한다고."
[아키야마]
"하,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늘려나갈 거야!"
[이노우에]
"다섯 명도 겨우 모은 거잖아."
[아키야마]
"으, 그, 그건……."
[와시미야]
"문제없어. 내일까지 네 명 정도는 여유롭게 모을 수 있어."
[이노우에]
"뭐? 어떻게?"
[이즈미]
(유키 군도 궤도에 올랐어. 안정감이 나오고 있어.)
-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부원을 모은다니 어떻게 할 생각일까?"
[이노우에]
"신입생도 이미 부 활동을 정했을 텐데, 네 명이라니 당연히 무리지."
[와시미야]
"……."
[이노우에]
"저 녀석 왜 그라운드에 버티고 서있는 거야?"
[아키야마]
"치어리더……!"
[에노모토]
"귀여워……."
[우에하라]
"끄덕."
[오오노]
"앗, 코피가……."
[남학생A]
"우와, 귀여워."
[남학생B]
"야구부래."
[남학생C]
"좋은데."
[남학생D]
"실례합니다―."
[와시미야]
"자, 입부희망자 낚아 왔어."
[아키야마]
"한 번에 네 명이나!?"
[이노우에]
"수단을 안 가리네."
[와시미야]
"자, 연습 시작할게. 참고로 일단 들어온 이상 퇴부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좋아하는 애가 생길 때마다, 내 치어리더 모습에 넋을 잃었던 얼빠진 사진을 뿌려주겠어."
[아키야마]
"!!"
[와시미야]
"우선 그라운드 10바퀴!"
[아키야마]
"――어, 하지만 고문이 아직 안 왔는데."
[와시미야]
"뛰어!"
[아키야마]
"네, 넷!"
[와시미야]
"끝나면 대시 50번."
[오오노]
"뭐어!?"
[에노모토]
"실화냐."
[와시미야]
"체육복으로 갈아입을까."
[에노모토]
"할게요!"
[오오노]
"달릴게요!"
[와시미야]
"다음은 둘이서 한 조로 캐치볼."
[이노우에]
"저 녀석, 저래 보여도 연습메뉴는 제대로네."
[아키야마]
"왠지 소년야구 시절이 생각나. 그립지 않아?"
[이노우에]
"……별로."
[아키야마]
"나, 역시 그 시절이 가장 즐거웠어."
[이노우에]
"나도……."
[아키야마]
"어?"
[이노우에]
"……아무것도 아니야."
-
[이즈미]
(그렇게 연습시합을 맞이한다. 부원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아키야마의 호투 덕분에 어떻게든 0대 0인 채로 게임을 진행한다.)
(9회 말, 또다시 아키야마가 시합의 중요한 장면에서 화장실에 틀어박히고 만다. 대신해서 던진 우에하라는 때려 맞기만 하고, 결국 팀은 대패…… 이노우에는 아키야마의 한심한 모습에 질려 퇴부하겠다 말을 꺼낸다.)
[와시미야]
"기다려. 퇴부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이노우에]
"사진이든 뭐든 맘대로 뿌려."
[와시미야]
"내가 던진 공에 하나라도 히트를 치면 퇴부를 인정해줄 수 있어."
[이노우에]
"딱히 네 인정 같은 거 필요 없어."
[와시미야]
"무서운 거야?"
[이노우에]
"――. 알겠어. 하면 되잖아."
-
[이즈미]
(그렇게 시작된 와시미야와의 승부에 지고, 망연자실한 이노우에…….)
[와시미야]
"본심은 내가 코시엔에 가고 싶었어. 힘이 있어도 자격이 없는 인간의 기분을, 넌 모르겠지."
[이노우에]
"……퇴부는 취소할게."
[와시미야]
"내일 연습에도 늦지 마."
[이노우에]
"……흥."
[아키야마]
"저, 저기, 와시미야 씨, 고마워――."
[와시미야]
"말해두겠는데, 너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키야마]
"――."
-
[이즈미]
(이노우에의 퇴부 사건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하는 야구부…….)
[에노모토]
"우에뿅, 방금 그거 좋다! 손이 완―전 얼얼했어!"
[우에하라]
"한 번 더 해볼게."
[아키야마]
"어라……? 우에하라랑 에노모토?"
"둘이서 뭐 해? 자율연습?"
[에노모토]
"앗, 앗키― 요즘 우에뿅하고 방과 후에 연습하고 있거든."
[우에하라]
"투수 교체해도, 다음엔 때려 맞지 않게 할 거야."
[에노모토]
"오오노 찡도 배팅센터에서 헬멧 쓰고 오로지 안면 캐치 하고 있대. 공에 익숙해지는 연습 같아."
[아키야마]
"다들……."
[이즈미]
(동료들에게 자극 받아, 아키야마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굳힌다.)
-
[이즈미]
(그렇게 지역 예선 대회 1회전을 맞이하고. 부원들의 실수도 줄고, 아키야마의 침착한 투구로 어떻게든 승리한다.)
(역시 쿠몬 군은 야구 신에서는 정말 빛나고 있어. 경험자니까, 폼이 깔끔해서 설득력이 생겨.)
(기쁨에 열광하는 것도 잠시, 2회전에서는 다시 아키야마가 상대의 노골적인 압박에 지고 화장실로 향한다. 어떻게든 우에하라가 뒤를 이어서 힘들게 승리. 시합 종료 후, 이노우에가 퇴부서를 낸다.)
[이노우에]
"너, 그거 아직 안 나은 거냐?"
[아키야마]
"미안해, 나――."
[이노우에]
"못 해 먹겠네. 난 그만두겠어."
[아키야마]
"기다려, 이노우에! 모처럼 이겼는데――."
[이노우에]
"이 이상 해도 아무 의미 없어. 다음은 강호 히가시 고등학교야. 어차피 지겠지."
[아키야마]
"그건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아."
[이노우에]
"내가 야구에 관심을 끊은 이유를 알려줄까? 매 시합마다, 네 한심한 모습을 보기 질렸기 때문이야."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즈미]
(야구부를 떠나는 이노우에…… 이 신은, 쿠몬 군에게 여러 가지로 괴로운 신이겠지. 아픔이 전해져 오는 연기를 해…….)
-
[아키야마]
"……미안해. 난 주장 실격이야."
[오오노]
"……아키야마가 본방에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됐을 때, 이노우에가 항상 어떻게든 하려고 신호를 보냈잖아. 아무것도 못 하는 게, 포수로서 한심하다고 했었어."
[아키야마]
"어……?"
[오오노]
"투수인 아키야마는 혼자서 마운드에 서 있는 거니까. 배터리를 짜고 있어도, 자기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나 말야, 너희랑 같은 소년야구를 했었어. 바로 그만뒀지만…… 이노우에랑 아키야마 배터리를 동경했었어."
[아키야마]
"……."
[오오노]
"아키야마의 그건, 정신적인 압박감이 원인인 거지? 좀 더 팀원을 의지해줘."
[아키야마]
"오오노……."
-
[와시미야]
"다음에도 이기는 거야."
[아키야마]
"하지만, 이제 이노우에가……."
[우에하라]
"선수가 부족해."
[와시미야]
"내가 대신 나가겠어."
[아키야마]
"어어어!?"
[와시미야]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잖아."
[에노모토]
"무리무리무리무리!"
[오오노]
"들키면 실격이야!"
[와시미야]
"헬멧이랑 프로텍터 차면 안 들켜."
[아키야마]
"아니아니아니아니!"
[우에하라]
"무리지."
[와시미야]
"그럼 포기할 거야? 코시엔에 가는 거 아니었어?"
[아키야마]
"……. ……미안해. 부탁할게, 와시미야 씨."
[와시미야]
"죽을 힘을 다해 던지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어."
[아키야마]
"응."
-
[이즈미]
(이노우에를 대신해서 포수로서 그라운드에 서는 와시미야.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손이 아키야마의 공을 견디지 못하고 데미지를 쌓아간다…….)
[와시미야]
"――읏."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역시 이제――."
[와시미야]
"됐으니까 계속해."
[아키야마]
"――. 와시미야 씨가 저렇게 힘내고 있어. 나도……!"
-
[이즈미]
(아키야마가 호투를 보이고 게임은 1점 리드인 채로 진행되지만, 6회 말에서 와시미야의 손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한다…….)
[와시미야]
"――아파."
[이노우에]
"……교대해."
[아키야마]
"이노우에!?"
[이노우에]
"남의 도구 맘대로 쓰지 마."
[와시미야]
"늦었다고."
[아키야마]
"돌아와 줬구나!?"
[이노우에]
"간다!"
[아키야마]
"응!"
-
[아키야마]
"――. ……괜찮아. 만약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우에하라가 있어. 오오노도, 에노모토도―― 이노우에도 있어."
[이노우에]
"……."
[아키야마]
"괜찮아. 던질 수 있어."
"――."
[이즈미]
(동료와의 유대를 되찾고 강호고를 상대로 선전하는 아키야마와 부원들. 동점인 채로 연장전에 돌입하고…….)
(쿠몬 군, 꽤 지친 것 같아. 관객들한테는 이것도 아키야마의 피로를 표현하는 연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야마가 이 시합에서 마지막까지 던질 수 있다면, 쿠몬 군도 이 무대를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어…….)
-
[아키야마]
"――."
[이즈미]
(마지막 하나――.)
[이노우에]
"――윽."
[상대 팀 야구부원]
"홈런이다……!"
[아키야마]
"홈런……."
[우에하라]
"졌어……."
[오오노]
"실패했구나……."
[에노모토]
"젠장! 앞으로 1점이었는데!"
[아키야마]
"미안해, 내가――."
[이노우에]
"마지막까지 던질 수 있잖아."
[아키야마]
"――."
[우에하라]
"잘했어!"
[에노모토]
"그 히가시 고등학교 상대로 잘 한 거지, 우리!"
[오오노]
"으흑…… 흑……."
[이노우에]
"울지 마, 바보냐!"
[와시미야]
"다들, 오늘 정말 잘 했어. 진짜 최고의 팀이야. 다들 정말 좋아해!"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에노모토]
"나, 와시미야 씨를 정말 좋아해!"
[오오노]
"앗, 치사해! 나도!"
[우에하라]
"나도!! 결혼해주세요!"
[와시미야]
"미안, 남자친구 있어."
[에노모토]
"뭐어어!?"
[아키야마]
"와시미야 씨…… 남자친구 있었어?"
[와시미야]
"저기에."
[아키야마]
"저 사람은……."
[이노우에]
"작년 선발 1위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투수……."
[오오노]
"진짜 프로야구 선수……!?"
[에노모토]
"끝났어…… 나의 여름……."
[와시미야]
"그럼 난 남자친구랑 갈게. 수고했어―."
[오오노]
"와시미야 씨――!!"
[우에하라]
"이제 여자는 믿지 않을 거야……."
[에노모토]
"우리에겐 코시엔이 있어!"
[아키야마]
"그, 그렇지."
[에노모토]
"우오오오!! 내년엔 반드시 코시엔에 간다――!"
[우에하라]
"오―!"
[오오노]
"으흐흑, 와시미야 씨―!"
[이노우에]
"하아……."
[이즈미]
(서로 격려하면서 멀어져가는 부원들의 뒷모습…… 막이 내린다……!)
-
[쿠몬]
――윽.
[무쿠]
큐 쨩……!
[쿠몬]
하아, 하아, 해냈어…… 나, 마지막까지――.
[텐마]
아직 일러. 최종일까지 아껴둬.
[쿠몬]
――.
[카즈나리]
맞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얌!
[미스미]
즐거운 건 앞으로 더 남았어~
[유키]
첫날에 끝난 기분 내지 마.
[텐마]
최종일까지 달려나가자.
[쿠몬]
응!
[무쿠]
가자! 커튼콜이야!
[쿠몬]
――.
[이즈미]
(다행이다…… 첫날을 무사히 끝내서. 분명 지금의 쿠몬 군이라면, 최종일까지 해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