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리]
독실…… 뭐 위험한 얘기 하게요?

[사쿄]
하나하나 의심하지 마. 축하나 치하할 일이 있을 때 회장님이 데려오는 곳이야.
……너, 저번에 츠키오카와 마시러 갔었다며?

[반리]
네? 아, 좀 상담할 게 있어서 가이 씨 바에요.

[사쿄]
너희가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내가 술을 사주려고 했었는데.

[오미]
선수를 뺏겼네요.

[사쿄]
흥. 어쨌든 오늘은 마침 좋은 기회이니 평소에 식사를 담당하는 후시미도 치하해줄 겸 데려와 준 거다.

[반리]
자기가 마시고 싶을 뿐인 거 아니고요?

[오미]
그러고 보니 만두권때도 뒤풀이가 무르익지 않으니 빨리 다들 성인이 되라고 했었지요.

[사쿄]
일단, 건배하자.

[오미]
건배.

[반리]
건배~

[사쿄]
사실은 효도도 부를 생각이었는데 사촌들끼리 본가에 가서 먹을 건가 보더군.

[반리]
아니 효도랑 이런데 앉아서 마시는 거 기분 나쁜데요.

[사쿄]
언제까지 그런 소리를 할 거야. 진짜 질리지도 않는군.

[반리]
언제까지라니, 평생 그럴 건데.

[사쿄]
이만큼이나 함께 연극을 했어. 할아버지가 됐을 때쯤에는 가장 맛있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관계가 됐을지도 모르지.

[반리]
그럴까요…… 그보다 이 일본주 좋은 술이네요.

[사쿄]
건방진 소리나 하고.

[반리]
설마 이렇게 비싸 보이는 술을 사줄 줄이야. 어디 변두리 선술집에서 맥주 사줄 줄 알았는데.

[사쿄]
나도 가끔은 통 크게 내.
뭐, 회장님이 주신 게 있으니까. 어설픈 걸 사줄 순 없지.

[반리]
흐응?

[오미]
회장님이 이번 일을 알고 계세요?

[사쿄]
무슨 일 있으면 사양 말고 의지하라더군.

[반리]
아니, 야쿠자 뒷배라니…….

[오미]
그래도 뭐, 연기대결 때 시비 건 상대나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일반인이 아닐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믿음직한 아군 아니야?

[사쿄]
의혹 내용도 내용이니까. 회장님도 은천회 놈들도 걱정해주는 거겠지.

[반리]
감사함다. 그래도 싸움 같은 건 제 잘못이랄까, 자업자득인 부분도 있어서요…….

[오미]
과거 행실은 바꿀 수 없으니까. '볼프'를 나온 후에도 과거를 아는 사람은 나를 무서워하고 꺼렸어.
인생은 내 선택이 쌓여서 만들어진 거니까, 어떤 평가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상처받은 사람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많이, 사람을 대할 때 다정해지고 싶다고 생각해왔어.

[사쿄]
그렇지. 나도 후시미 비슷한 후회를 안고 있어. 은천회에 들어와서 회장님께 제대로 된 삶을 배우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질 수 없는 인생이었으니까.
후회만 해왔지. 효도나 나나오도 분명 그럴 거다. 그런 우리가 창단공연 전에 '인생 최대의 후회'를 테마로 한 포트레이트를 한 건 우연치고는 너무 잘 들어맞는군. 유조 씨가 어디까지 알고서 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포트레이트와 창단공연의 실패 덕분에, 실감했어. 인생은 언제든지 지금이 가장 젊어. 마음과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 늦은 일 같은 건 없어.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정하는 건 지금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오미]
그렇죠.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지금부터를 바꿔 갈 수밖에 없어요.
저를 포기하지 않아 준 사람이 있어서, 저 자신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꿔 갈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로 반리 네 편으로 있을 거고, 반리도 우리가 있다는 걸 꼭 잊지 말아줘.

[반리]
……지금은, 순순히 그 말이 고맙게 느껴져.
그보다 우리 엄청 인생 얘기하고 있지 않아?

[사쿄]
너도 아저씨에 한 발짝 들여놓기 시작했다는 거지.

[반리]
같은 취급 하지 마.

[오미]
술이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평소에 하지 않는 인생 얘기를 하게 되니까.

-

[사코다]
그럼 형님, 안녕히 주무십셔!

[사쿄]
그래, 운전 수고했다.

[사코다]
셋츠 씨, 다음에 제가 추려낸 엄선 형님 브로마이드 드릴 테니 기운 내십셔!

[반리]
어, 어어?

[사쿄]
저 바보가…… 그걸로 격려되겠냐.

[오미]
응?
……훗.

[반리]
왜 그래?

[오미]
젠 씨가 '그 녀석 밥 먹이게 보내'라는데.

[사쿄]
네게는 아저씨의 걱정 릴레이로군.

-

[효도 엄마]
다들 밥 더 먹을래?

[쥬자]
먹을게.

[쿠몬]
나도!

[무쿠]
저까지 갑자기 얻어먹게 돼서 죄송해요.

[효도 엄마]
무쿠 쨩은 언제든지 대환영이야. 가라아게도 더 남아있으니까 많이 먹어.

[무쿠]
네!

[효도 엄마]
그러고 보니…… 셋츠 군은 괜찮니?

[쥬자]
――.

[효도 엄마]
둘이 오면 항상 얘기에 나오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안 했잖니? 역시 뉴스 때문에……?

[무쿠]
그게, 저기――.

[쿠몬]
그런 거 다 거짓말이야! 절대로 믿지 마! 반리는 확실히 형한테 항상 시비 거는 짜증 나는 녀석이지만, 내가 첫 무대로 힘들어할 때 도와줬어. 항상 진지하게 연기에 힘쓰고 있고, 저번에도 감독님이 없을 때 연습을 총괄해줬고――.

[무쿠]
이모! 그런 글에 속으면 안 돼요! 반리 씨는 순정만화 히어로처럼 멋진 사람이에요!

[효도 엄마]
당연하지. 저번에 쥬자를 만나러 분장실에 갔을 때도 셋츠 군이 안내해줬는걸. 극단 사이트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쓰여있었잖아. 그냥 셋츠 군이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걱정한 거야.
분명 셋츠 군의 부모님도 무척 걱정하고 계시겠지…….

[무쿠]
그럴 거예요…….

[쥬자]
(셋츠의 부모님……)

-

[이즈미]
(슬슬 잘까)
!?

[아즈마]
무슨 소리야?

[지배인]
큰일 났어요! 창문으로 이런 게……!

[사쿄]
투석이라고……? 꽤 고풍스러운 짓을 해주는군.

[지배인]
종이가 있었어요!

[타스쿠]
'폭력 극단. 공연을 중지해라'…….

[호마레]
이건 역시 경찰에 연락하는 게 좋지 않을까?

[치카게]
이미 했어요. 방범 카메라 영상도 남아있으니 금방 잡힐 거예요.

[이즈미]
방범 카메라!? 어느새!?

[치카게]
만약을 위해?

[이즈미]
(웃는 게 무서워……)

[치카게]
하지만 보아하니 연기대결 날 시비를 건 놈들과 같은 상대 같으니까, 잡아도 별 의미 없을지도 몰라.

[사쿄]
글을 올린 사람에게 고용된 녀석들이라는 건가.

[치카게]
아마도요.

[이즈미]
어째서 그렇게까지…….

-

[유키오]
"그냥 기우라면 좋겠지만…… 어쨌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해줘."

-

[이즈미]
(그러고 보니 아빠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얘기하라고 했었지…… 계속될 것 같으면, 얘기해볼까)

[사쿄]
어쨌든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는 온갖 수단을 써서 극단을 노릴 모양인 것 같군. 소동이 커져서 뉴스가 되면 될수록 극단 이미지가 나빠져. 특히 지금까지 극단을 몰랐던 인간에게는 그게 극단의 첫인상이 될 테니까.

[아즈마]
좋은 이미지는 기대할 수 없겠어.

[사쿄]
셋츠는 당분간 혼자서 나가지 마라. 외출은 다른 사람과 같이 나가던가 택시를 타.

[반리]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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