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자]
우물우물…….

[카부토]
…….

[쥬자]
우물우물…….

[카부토]
더 먹겠어?

[쥬자]
그래도 되나요?

[카부토]
안미츠 하나 더, 이 일본주도 하나 더 주문하지.

[점원]
알겠습니다.

[쥬자]
감사함다.

[카부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너와, 한 번쯤 차분하게 얘기해보고 싶었어.

[쥬자]
네.
우물우물…….

[카부토]
연출가로서도 극작가로서도 묻고 싶다만. 아직 다른 역할 연습밖에 하지 않았는데, 이번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쥬자]
……쥬더스에 대한 건…… 이 극에서 이 역할을 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싶었어.

[카부토]
호오?

[쥬자]
카부토 씨가 셋츠와 나를 모티브로 썼다는 건 알아.
MANKAI 컴퍼니에서도 전속 작가인 츠즈루 씨가 자주 극단원을 위한 대본을 써주니까, 그 사람에게 맞춰 쓴 대본은 익숙해.
하지만 이번 역할은 배우고, 이렇게 다이렉트로 나 자신을 그린 걸 보니 솔직히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

[카부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게 있었군. 술이 들어간 덕분인가? 평소보다 말수도 많아졌어)
네가 느낀 게 맞아. 난 가을조 창단 공연 때의 너희 관계를 너희 감독에게 물어보고 각본에 녹였지.

[쥬자]
……창단 공연 때는 내가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대로 나 자신과 마주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
그래서 이번에 카부토 씨가 나를 보고 만든 주더스를 바알의 시선으로 보고, 알게 되는 점도 많았어.

[카부토]
예를 들면?

[쥬자]
물론 각본은 과장되고 각색되어 있으니까 그 내용이 다 똑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내가 연기를 하는 걸로 누군가를 깊이 상처입힐 수도 있다는 걸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어.
내가, 나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걸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카부토]
……적어도 네 재능의 가해성에 대해서는 자각하고 있어라.

[쥬자]
내게 그런 재능은――.

[카부토]
겸손도 지나치면 불쾌할 뿐이야.
애초에 객원으로 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셋츠의 덤 같은 건 필요 없어.
네겐 단 한 줌의 배우에게만 깃드는 업화가 있어. 그 불길은 네게 자각이 있든 아니든, 주면 일대를 남김없이 태우고 초토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영향을 받아 흉내 내려고 하면 배우인 자신을 태워버릴지도 모르는 불꽃이야.
지금 너와 같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녀석들은 그 불길에 타 죽지 않은 놈들이라고 생각해라.
배우로서 지금보다 더 이름을 알리면, 넌 그 불길로 앞으로 더 많은 배우를 태워버리고 좌절시키겠지.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연기를 빼앗을 수도 있어.
그게 재능의 죄고, 재능을 가진 자는 적어도 그걸 자각하고 있어야만 해. 그럴 책임이 있어.

[쥬자]
――. (예전의 나였으면 저 말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내가 그런 힘이 있을 리 없다고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난, 이 말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아)

[카부토]
……그건 그렇고 넌, 내게 화나지 않나?
너희 인생을 재밌어하며 소비하고 상품으로 팔려고 하고 있는데.

[쥬자]
소비…….
……포트레이트 연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설령 네가 우리 인생을 소비하려고 한다 해도, 우리는 줄어들지 않아. 네가 소비하려고 하는 건 과거의 나와 셋츠잖아.
나는 지금까지 계속 셋츠에게 지지 않을 생각으로 바뀌어왔어. 창단 공연 때부터 극단에서도, 극단 밖에서도, 무대 위에 서는 기회를 받아서 성장을 계속해왔어.
아까, 이 역할을 연기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싶었다고 했는데…….
애초에 나를 바꾸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바뀌는 것 자체에 공포는 없어.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거고, 셋츠도 지금까지 그래 왔듯 변해갈 거야.
그러니까 이 연습기간의 일까지 각본에 쓴다 해도, 공연이 끝나면 이미 그때의 나는 각본 속의 내가 아냐.
줄어든다면 그건 과거의 내 일부고, 딱히 신경 쓰이는 일은 아니야. 네게도 화나지 않아.
오히려 과거의 나를 새로운 방식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감사하고 있어.

[카부토]
……소비되어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반했어.

[쥬자]
뭐?

[카부토]
효도 쥬자. 네게 반했다. 언어를 사랑하고 언어에 사랑받는 녀석을 난 좋아해.

[쥬자]
???

[카부토]
이번에 네가 제익스를 연기하는 나를 증오해준다면, 극 안의 증오와 액자 구조가 무대를 재밌게 만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어긋났군. 뭐, 제익스를 증오하는 건 바알이니 주더스인 네 입장에서는 이게 바른 해석이겠지.

[쥬자]
……저기. 셋츠도,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때가 있어서 처음에는 괜히 어지럽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끝에가선 아마 심플해질 테니까. 걱정할 거 없슴다.

[카부토]
――. 너희는 정말…… 서로를 맹신하고 있군. 너도 그 녀석도.

[쥬자]
그런 거 아님다.

[카부토]
……아, 안 되겠어. 바로 보고싶어.

[쥬자]
뭐?

-

[반리]
그럼 오늘도 반대 역할로――.

[카부토]
충분해. 빨리 제 역할의 너희를 보고싶어 졌어.

[반리]
어?

[카부토]
배역 전환 기간은 오늘로 끝이다.
오늘부터는 전환 기간 동안 느낀 상대를 향한 선망과 질투, 증오의 마음을 절대로 잊지 말고 각자 전력을 다한 열량으로 상대의 감정을 이겨내라.
연기를 했으니 상대 역할의 살의 또한 깃들어 있겠지. 절대로 살해당하지 마. 상대를 죽일 생각으로 가.

[쥬자]
네.

[반리]
알았어.
……갑자기 본 배역으로 하라니, 너네 어제 무슨 얘기 했냐?

[쥬자]
……별말 안 했어.

[반리]
거짓말이지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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