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게]

…….


[사쿠야]

자, 치카게 씨도 어서요!


[치카게]

……정말 여기서 자는 건가?


[사쿠야]

네!


[치카게]

……하아.


[사쿠야]

…….


[치카게]

…….


[사쿠야]

……창단공연 때, 봄조는 제각각이었다고 말했었죠?


[치카게]

그래.


[사쿠야]

다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전원 연극 초심자라서, 하지만 어떻게든 기한까지 공연을 성공시켜야 해서……. 정말 그때는 큰일이었어요.

그때, 유조 씨가 무대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고 하셔서 무대 위에서 자보기로 한 거예요.


[치카게]

왜 그렇게 되는 거야.


[사쿠야]

아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죠. 하지만, 그때는 그저 필사적이어서 이 생각밖에는 안 났어요.

그랬더니 다들 함께 해줘서, 신기하게도 그날 밤부터 모두 호흡이 맞기 시작했어요. 일체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느끼게 됐어요.


[치카게]

…….


[사쿠야]

제 2회 공연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소재로 한 무대였어요. 주역이 마스미 군이고, 준주역이 이타루 씨.


[치카게]

흐응…….


[사쿠야]

원래부터 두 사람은 마음이 별로 맞지 않아서, 무대 위에서도 좀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잘 안 되었어요…….

하지만, 그럼 안 된다고 생각한 이타루 씨가 갑자기 마스미 군을 학교로 데리러 온 거예요.


[치카게]

치가사키가……? 의외로군.


[사쿠야]

그렇죠! 하지만 그 날부터 두 사람의 호흡이 달라졌어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둘이서 게임 센터에 다녀오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는데…….


[치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사쿠야]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요, 분명 서로의 존재를 똑바로 인정한 게 아닐까요.

제 3회 공연은 츠즈루 군이 주역인 무대였어요.


[치카게]

그래, 그건 봤어. 연금술사 이야기였지?


[사쿠야]

맞아요! 보러 와주셨군요. 그 무대는 츠즈루 군이 슬럼프로 엄청 고생했었어요.


[치카게]

호오?


[사쿠야]

아무리 해도 결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공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결정됐어요.


[치카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사쿠야]

준주역인 시트론 씨가 츠즈루 군이 막다른 곳에 막히지 않게 받쳐주고, 대사도 열심히 연습 해줬죠…….

매번 공연이 성공한 듯 보여도, 그건 간단하게 이루어진 게 아니에요. 다들 고생하고 힘내며 열심히 이겨낸 결과인 거예요.

지금까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 걸요. 하지만, 최종일에는 항상 모두 하나가 되어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치카게]

…….


[사쿠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괜찮아요. 치카게 씨는 연습할 때도 처음부터 연기를 잘 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상대를 보고 연기하고 있어요. 본래 실력을 조금 되찾지 못한 것뿐이에요.


[치카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나는, 이전 연습 때 한 것 같은 연기는 할 수 없을 거야.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맡겼던 마음을 계속 배신하고 있었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수많은 감정이 넘쳐서 제어할 수 없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자기 혐오로 정서도 불안하고, 계속 덮어두었던 감정 탓에 마음이 흔들려.

오즈왈드를 연기하고 있어도, 오즈왈드의 감정이 점점 흘러들어오는 탓에 괴로워. 지금 상태로는, 감정을 냉정하게 제어하고 포커페이스를 관철하는 사기꾼 역할은 할 수 없겠지.


[사쿠야]

그런――.


[치카게]

애써 여기까지 열심히 쌓아 올린 봄조의 평판을, 밑바닥까지 떨어트려도 좋은 거야?


[사쿠야]

……물론 좋지 않아요.


[치카게]

그렇다면――.


[사쿠야]

하지만,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무대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게…….


[치카게]

중요한 것?


[사쿠야]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그 이후에 친척 집을 전전하며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듯한 마음에, 어디에 있으면 좋을 지 모르게 됐어요.

'가족'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제게는, 그야말로 무대 위에 있는 친척네 가족들을 객석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가족'이라는 건 제게는 멀리 떨어진 존재였어요.

그저 무대 위에 올라서, 제 역할을 받고, 극 안에 들어가는 걸로, 이곳에 있으면 된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게, 제가 연극을 시작한 이유예요.

하지만, 이 극단에 들어와서 모두와 함께 지내며, 무대 위에서만이 아닌 극단 안에서 제가 있을 곳을 찾을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저도, 객석에서 보고 있었던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았어요.

치카게 씨도 이걸 알게 해주고 싶어요.


[치카게]

그런가…… 너도, 똑같구나…….


[사쿠야]

치카게 씨가 있을 장소는, 그 누구한테도 넘겨주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 있어요.


[치카게]

내가 있을 곳…….

…….


[사쿠야]

……안녕히 주무세요, 치카게 씨.


-


[마스미]

후아아…….


[시트론]

김내서 아침 연습 하자~!


[츠즈루]

힘내서요.


[사쿠야]

……새근새근.


[치카게]

……새근새근.


[이타루]

응?


[시트론]

둘이서만 치사해~! 이불 속에 숨어들어서 몰래카메라 할 거야~!


[마스미]

……이 녀석들이 자면, 나도 잘래.


[이타루]

그럼, 나도…… 잘 자.


[츠즈루]

잠깐만요!

……하아. 그보다, 혼자서는 연습 못 하잖아.


-


[이즈미]

좋은 아침~!

!? 다들 왜 자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불은 두 개뿐…….

(여기저기 손이나 발이 삐져나와서 왠지 합체한 이상한 생물 같아.)


[치카게]

……새근새근.


[이즈미]

(치카게 씨…… 다른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잘 수 없다고 했었는데, 잠들었구나…… 잘됐어.)


[치카게]

――.


[이즈미]

안녕히 주무셨어요.


[치카게]

뭐야 이 상황은…….


[시트론]

……음냐음냐.


[치카게]

――이거 놔.


[이즈미]

제대로 달라붙어 있네요. 왠지 스마트폰을 들이대고서…….


[치카게]

하아…….


[이즈미]

치카게 씨, 다른 사람하고 잘 수 있게 됐네요.


[치카게]

――.

……머리보다 먼저 몸이 인정해 버린 걸지도.


[이즈미]

(분명 모두의 옆이, 치카게 씨가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장소라고 알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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